전교조 부산지부 소속 교사들이 18일 부산시교육청 앞에서 시교육청이 전교조 주최 토론회의 후원을 취소한 데 대해 규탄성명을 발표한 뒤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성효 기자

시교육청이 18일 발표한 '부산교육청 사학기관 일반 현황'을 보면 지역 129개 사립학교의 부실운영 실태가 한눈에 들어온다. 지난해 이들 학교의 법정부담금 납부율은 9.9%로 전국 평균(22%)과 비교하면 꼴찌 수준이다. 나머지 24억4899만 원은 시교육청 지원금으로 충당됐다. 부산에서 사립 중·고등학교가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학교 수 대비 22.1%, 53.8%로 전국 평균(20.0%, 40.5%)보다 높다. 하지만 사립학교들이 꼭 내겠다고 한 법정부담금 납부율은 2012년 10.1%, 2013년 11.1%로 매년 전국에서 최하위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이처럼 책무는 다하지 않으면서 교육청으로부터 인건비와 학교운영비 등 재정결함 지원을 받는 학교는 129개교 가운데 114개교에 달했다. 이들 사학의 수익용기본재산 보유 현황을 보면 수익률이 0.4%밖에 되지 않는 토지가 절반 이상인 62.0%를 차지했다. 이어 현금 22.6%, 건물 10.8%, 기타 4.6% 순이었다.

또 사립학교 법인의 62%는 친인척으로 이사회를 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 내 73개 사학 법인 중 45개(61.6%) 법인에서 2명 이상의 이사가 친·인척 관계인 것으로 조사됐다. 총임원 716명 중 친·인척 임원 수는 102명으로 14.2%를 차지했다. B학원은 설립자의 첫째가 전 학원 이사장, 둘째가 전 교장, 셋째가 교장, 넷째가 교사 등으로 있으며, 처남 조카 인척 등 다수가 학교 교사와 행정실장을 맡거나 친족 간에 대물림하는 등 족벌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립학교법에 따라 사학법인 이사회는 법인의 예산, 결산, 재산취득 및 처분, 임원 임면, 교장 및 교원 임면, 교원 징계 등 학교 경영에 관한 중요사항을 모두 결정한다. 설립자 및 임원과 친·인척인 교직원은 교장 11명, 교감 6명, 행정실장 22명 등 총 39명으로 조사됐다.

■사립학교 비리사건 매년 되풀이

문제는 사립학교 등이 약속한 금액을 못 내도 처벌할 규정이 없다는 점이다. 그렇다 보니 사립학교의 각종 비리와 성폭력 사건 등이 해마다 되풀이되고 있다. K고는 2012년과 2013년 교감이 학생을 폭행해 정직 1개월의 중징계를 받았다. 이 교감은 2009년 행정실장 재직 시절부터 직원채용 대가로 2000만 원을 받은 혐의로 벌금 500만 원과 추징금 2000만 원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재단의 징계는 이뤄지지 않았고, 교감 자격을 부당하게 취득한 것이 뒤늦게 알려졌다.

S고 교장과 교감은 교사의 학생 성폭력 사건이 발생하자 해당 교사의 사표를 수리하는 선에서 사건을 은폐했다. 시교육청은 이달 초 사건을 은폐한 책임을 물어 학교장에 대한 중징계 해임 처분을 재단 측에 요구했지만 후속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최근 급식비리 의혹으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H고는 부실한 급식문제뿐 아니라 지난해 자사고 재지정 과정에서도 평가 기준을 위반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 학교는 자사고 지정 평가지표인 '기초교과 편성비율' '선행학습 방지노력' 항목에서 각각 52, 58점을 받는 등 '미흡'한 것으로 평가됐다. 그런데도 지난 9월 자사고에 재지정돼 논란이 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