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회 "주민동의 없는 감면 안돼"

부산 해운대구와 구의회가 수영만 요트경기장 재개발을 위한 공유수면 점용·사용료 면제 문제를 놓고 또다시 충돌했다.

13일 부산시와 구, 구의회에 따르면 백선기 해운대구청장은 지난해 7월 수영만 요트경기장 재개발과 관련 '도로 확장 등의 사업비를 지원하면 점용료를 감면해주겠다'는 내용의 제안서를 시에 냈다. 구체적인 면제 조건으로 ▷올림픽교차로 주변 도로 확장 ▷중동 과선교 철거와 하부도로 정비 ▷민락교~요트경기장 도로 확장 ▷해운대 해변로 일원 도로 확장 ▷해운대신시가지 대체 우회로 건설 등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지난 11일 열린 구의회 정례회에서 유점자(새정치민주연합·비례) 의원은 "5개 사업 중 올림픽교차로 도로 확장(70억 원)과 중동 과선교 철거(100억 원)를 제외하고는 비용 대비 편익(BC)이 1.0을 넘지 않아 사업성이 없어 결국 시에 고작 170억 원을 받는 조건으로 구의회와 주민의 동의 없이 수천 억 원대 점용료를 감면하려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백 구청장은 "2013년 (배덕광 전 구청장 시절) 구가 점용료의 조건부 감면을 수용한 만큼 번복할 수가 없었다"며 "구가 계속 점용료 부과를 주장하면 사업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어 부담이 컸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구의회는 이를 받아들 수 없다며 결의문을 발표하는 등 강경 대응할 방침이다. 유 의원은 "재정 자립도가 27%인 구가 시나 사업자 등을 배려할 상황이 아니다"며 "점용료 징수는 법에 명시된 권한이자 의무"라고 강조했다.

발단은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당시 배 전 구청장은 이 사업과 관련해 구의 숙원사업인 교통문제 해결을 위해 도로 확장 등을 조건부로 내세워 점용료 감면을 추진했다. 구가 수영만 요트경기장 재개발로 민간사업자에게 받을 수 있는 점용료는 30년간 2100억 원으로, 한 해 70억 원이다. 공유수면관리법 등에 따라 영리를 추구하는 민자사업(BTO)은 점용료를 물어야 하고, 공익 목적의 비영리사업만 감면받을 수 있다. 앞서 2013년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민간사업자에게 점용료를 감면해주는 것은 특혜라며 관련 조항을 실시협약에서 삭제하라고 권고했지만 시는 "사업비가 너무 든다"며 감면 조항을 유지해왔다.

이에 대해 시 송양호 해양수산국장은 "구와 점용료 감면에 대한 협의를 진행한 것은 사실이나 문제 될 것이 없다"며 "최근 법제처로부터 구가 해당 민간사업에 대한 점용료를 받을 수 없다는 유권해석까지 받은 상태"라고 말했다.

※ 수영만 요트경기장 재개발사업

현대산업개발이 최대 지분으로 참여해 1623억 원의 사업비로 요트클럽과 마리나호텔을 신축하고 요트의 계류 능력을 현재 448척에서 628척으로 늘리는 민간투자사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