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장구(말똥성게) 잡아야 하는데 한 개도 없다. 우짜면 좋노…."

해수담수화수돗물 공급 문제로 논란이 가열되는 가운데 기장해수담수화시설(이하 담수화시설)의 가동 탓에 근처 어장이 심각하게 훼손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부산 기장군 대변항에서 조업 중인 해녀들은 담수화시설 근처 강계(대변항에서 죽성리 방향 1㎞) 바다 밑에서 백화현상(바다의 사막화)이 가속화한다며 시름을 털어놨다. 지난 4일 오후 대변항 해녀촌에서 만난 김모(여·66) 씨는 "겨울마다 강계에서 100㎏가 넘는 앙장구를 잡았지만, 2013년부터 갈수록 양이 줄었고 지난해 겨울에는 한 마리도 못 잡았다"고 말했다.

이곳은 수심이 얕고 바위와 잔돌이 많아 해녀 사이에서 사계절 내내 전복·해삼이 넘치는 황금어장으로 유명했다. 40년 넘게 물질을 해왔다는 박모(여·68) 씨도 "담수화시설에서 나온 약품 탓인지 몰라도 전복은 고사하고 수초조차 없다"고 토로했다.

부산시상수도사업본부는 2010년부터 이곳에 담수화시설을 조성했다. 지난해 6월 완공하고 현재는 시범 운영 중이다. 해녀와 환경단체는 시범 운영 중 나온 '고농축 염수'가 백화현상을 유발하는 요인이라고 주장한다. 바닷물을 걸러 수돗물로 만들고 배출되는 물이 고농축 염수다. 해변서 330m가량 떨어진 바다서 취수한 물은 ▷염분제거 ▷증류수 수준 변환 ▷약품 처리(염소투입) 등의 과정을 거쳐 가정에 공급된다. 바닷물 중 45%가 수돗물이 되고, 나머지는 방류된다. 고농축 염수는 보통 바닷물보다 서너 배나 짜다.

해녀 피해가 이어지자 환경단체인 NGO지구환경운동연합본부 기장군지회는 지난달 21일 잠수부 3명을 투입해 수중조사를 했다. 환경본부 관계자는 "백화가 심각했다. 담수화시설 운영의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본지는 환경본부의 영상·사진을 입수했다. 바닷속 바위와 돌은 하얀 밀가루를 뿌려놓은 것처럼 백태가 끼어 있었다. 여느 바다에서나 볼 수 있는 녹색 해초나 물고기는 없었다.

부산대 안순모(해양학과) 교수도 취재진이 제시한 영상을 보고 백화현상이라며 걱정했다. 안 교수는 "전복류 등의 혐염성(염도에 적응력이 약한) 생물이 갑자기 유입된 짠물을 견디지 못하고 폐사하거나 서식지를 옮겼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통상 바닷물의 염도는 33‰(퍼밀·천분율)이지만, 고농축 염수는 100%를 넘어 생태계를 교란시킬 수 있다는 분석이다. 안 교수는 "고농축 염수 배출지역에서 정확한 염도 수치를 측정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담수화시설은 시범운영으로 최근까지 하루 두 세 차례만 운영됐지만, 물을 본격적으로 공급하면 온종일 가동된다. 고농축염수 배출량도 그만큼 많아진다. 상수도사업본부 측은 고농축 염수가 악영향을 끼친다는 주장을 부인했다. 상수도사업본부 관계자는 "전문용역업체가 수차례 조사했지만, 이상이 없었다. 고농축 염수는 35m만 바다에서 흐르고 이후 섞이면 모두 희석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