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달라' 회원이 부산시청자미디어센터에서프로그램을 녹음하고 있다.

- 투박한 사투리·사심 가득 진행
-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인기

"저는 롯데의 가을야구가 고마 물 건너 가삐서 요즘 영 재미가 없는데요. 그래서 오늘은 구도 부산의 야구 성지, 사직야구장에 대해 이야기하며 아쉬움을 달래보까 합니더."

중저음으로 내뱉는 투박한 부산 사투리와 사심 가득한 진행에, 대담인지 잡담인지 모를 시시콜콜한 이야기까지 오간다. 그렇다고 수준이 낮은 것은 아니다. "여자화장실엔 사람이 너무 많아 3회말에 화장실에 가면 5회초나 돼야 볼일을 마치고 돌아올 수 있다"거나 "다른 구장에 비해 지붕은커녕 처마도 없지만 비가 오는 날엔 비닐봉지를 휘감고도 열띤 응원을 벌이는 게 구도 부산의 매력"이라고 말한다.

이런 부산특화 방송을 만들어내는 건 정욱교(23·경성대 광고홍보학과 3학년) 국장을 비롯한 '부산의 달콤한 라디오'(이하 부달라) 소속 젊은 제작자들이다. 부산에 사는 16명의 20대 청춘남녀가 모여 7편의 라디오 프로그램을 녹음하고, 팟캐스트를 플랫폼으로 삼아 세상에 그들의 목소리를 내보낸다. 부달라는 지난해 여름 부산시청자미디어센터가 제공하는 '마을 미디어' 수업에서 라디오 프로그램의 구성과 각본 짜는 법을 교육받은 이들이 주축으로 활동한다. 이들이 작업하는 공간은 해운대구 미디어센터다. 센터 회원이 된 후 예약하면 누구나 녹음실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정 국장이 기획자 겸 메인 DJ로 나서는 '여기는 부우산'(이하 여부산)은 부달라의 간판 프로그램이다. 이름에서 드러나듯 여부산은 철저한 지역 밀착형 방송이다. 도시철도를 이용해본 시민이라면 들어봤을 법한 '부산 찬가'가 도입부에서 흘러나오면, 정 국장은 사직야구장이나 부전천 복원 등 지역의 관심사로 방송의 문을 연다. 게스트로 녹음에 참여한 4, 5명의 부달라 제작자는 간단한 대본을 토대로 이에 대한 생각을 풀어내며 방송을 진행한다.

여부산은 지난달 5일 첫 방송을 시작으로 현재 3회까지 업데이트됐다. 정 국장은 여부산 안에 '동구 안 우리 동네'라는 코너를 마련하고 부산지역 16개 구·군의 특성을 심도 있게 다뤄보겠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여부산 외에도 부달라는 음악을 주제로 삼는 팝팝뮤직팝(테마별 팝송 추천)과 힙합놀이터, 달콤한연애상담소 등 프로그램을 마련해 월평균 1500건 이상의 다운로드를 꾸준히 기록했다. 이들 방송은 팟캐스트나 팟빵닷컴에서 내려받을 수 있으며 제보와 사연은 부달라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신청할 수 있다.

지난 1월 25일 첫 방송한 부달라는 앞으로 활동 반경을 넓힐 계획이다. 정 국장은 "라디오를 사랑하는 시민이 한자리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좌담회도 기획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