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국인 외면…현장판매 174석뿐
- 만족도 높았지만 "좀 비싸다"
- "돈 없으니 전쟁터" 곳곳서 불만
- 취약층 배려 확대 목소리도
- 130만 인파에도 안전사고 없어
- 성숙한 시민의식 돋보여
제11회 부산불꽃축제가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올해 처음으로 도입된 유료화 논란 속에서도 130만여 명의 구름 인파가 몰렸지만, 별다른 사건·사고는 발생하지 않았다. 고가의 유료좌석에 걸맞은 서비스 제공, 노약자와 사회적 약자 배려, 바가지요금 근절 등은 해결해야 할 숙제로 남았다.
논란을 빚은 유료화의 지속 여부에 대해 부산시 관계자는 "축제를 마친 후 유료좌석 이용자 500명을 대상으로 만족도에 대해 설문조사했다. 조사 결과와 전문가 의견을 참조해 내년에 유료화를 계속할지 결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유료화 '소탐대실'
지난 24일 오후 8시부터 진행된 제11회 부산불꽃축제에서 부산시는 처음으로 유료좌석 제도를 도입했다. 특별석(10만 원) 1000석, 일반석(7만 원) 7000석 등 8000석 가운데 5049석(63.1%)만 팔렸다. 판매수익은 3억8343만 원에 그쳤다. 중국인 관광객을 포함한 외국인 관광객 유치가 유료화의 주된 근거였지만, 그들의 몫이던 6000석은 판매 부진 탓에 대부분 내국인용으로 전환됐다. 일본 내 태풍 예보로 인한 단체예약 무더기 취소 등 악재(본지 지난 23일 자 6면 보도)까지 발생하면서 외국인 관람객은 500여 명에 불과했다.
광안리 바닷가 인근 카페나 식당에서 요구하는 '자릿세' 또한 만만찮아 시는 축제 당일 현장 판매분에도 기대를 걸었다. 하지만 당일 130만여 명의 방문 인파 가운데 현장에서 표를 산 사람은 174명에 불과했다. 오히려 시가 판매한 유료좌석 요금이 인근 상가의 바가지요금을 정당화하는 면죄부로 활용된 게 아니냐는 빈축을 샀다. 1m 높이의 펜스를 기준으로 무료로 볼 수 있는 곳은 오전부터 행락객의 자리 쟁탈전과 고성이 이어진 데 반해 여유로웠던 유료좌석 쪽의 풍경을 두고 "돈 없는 이는 축제 구경도 전쟁처럼 해야 하느냐"며 위화감을 조성한다는 시민의 불만도 터져 나왔다.
유료좌석을 이용한 관람객은 대체로 만족하는 분위기였지만, 서비스 개선에 대한 목소리도 있었다. 10만 원짜리 '갈매기' 좌석에 앉아있던 50대 여성은 "준비된 좌석에서 남편과 함께 저녁을 먹고 축제 시작을 기다릴 수 있어 편리했다"며 "하지만 식사, 기념품 등 서비스를 따지면 두 사람 비용으로 20만 원은 다소 비싼 듯하다"고 말했다. 노인,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취약계층 좌석 확대 의견도 많았다.
유료좌석 뒤편 약 160m 길이 해변을 따라 늘어선 3m가량 높이의 천막형 부스는 일부 행락객의 불만을 사기도 했다. 이들 천막이 유료좌석 구역과 일반 도로를 차단해 차량이 통제된 도로에서 바라보이는 광안대교를 가렸다. 이런 탓에 지난해까지 '명당'으로 꼽히던 호메르스 호텔~아쿠아펠리스 도로에서 축제를 구경하던 방문객들은 불꽃과 함께 광안대교 조명시설이 연출하는 레이저·영상·문구 등을 제대로 감상하지 못했다.
■안전축제로 성장
'사랑의 시작은 고백입니다'라는 주제로 8만5000발의 불꽃이 가을 하늘을 수놓는 동안 이렇다 할 사건·사고는 일어나지 않았다. 이번 불꽃축제는 이기대와 동백섬 앞바다까지 해상 연출장소를 확대해 불꽃 연출 범위가 넓어졌고, 불꽃을 쏘는 바지선도 10대로 이전보다 4대가 늘었다. 한일 수교 50주년을 기념해 일본 대마도에서 3분가량 부산을 향해 쏘아 올린 불꽃 식별 여부에 관심이 쏠렸지만, 육안으로는 확인할 수 없었다.
이번 축제에는 모두 130만6100명의 인파가 몰린 것으로 집계됐다. 행사 2시간을 앞두고 축제를 보기 위한 인파가 집중됐지만 경찰과 주최 측의 안내로 비교적 질서정연하게 통행이 이뤄졌다. 행사가 끝난 뒤 한꺼번에 인파가 빠져나가면서 도시철도 이용 불편, 교통체증 등은 여전했지만 귀갓길에 큰 불편은 없었다.
백사장과 해안도로에 수북이 쌓인 쓰레기도 자원봉사자 등의 노력으로 한 시간여 만에 말끔히 정리됐다. 중앙객석에 있던 일본인 오토 유미코(여·56) 씨가 실신해 병원으로 옮겨졌다가 회복하는 해프닝도 벌어졌지만 별다른 안전사고는 발생하지 않았다. 300여 척이 움직인 해상관람도 안전하게 진행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