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교과서 국정화가 수능과 대입에서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지난 14일 서울 고려대학교 인문사회캠퍼스 내 민주광장에서 이 대학 학부 · 총학생회가 참가한 가운데 열린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결정 반대 기자회견의 모습. 연합뉴스

# '수능 쉬워진다'

- "절대평가 적용 쉽게 출제할것"
- 정부 발표로 부담 줄어들듯
- 단일교과서로 객관성은 강화

# '수능 어려워진다'

- 지엽적 질문 많아져 부담될듯
- 야당 시험결과 점수 낮게 나와
- 여론조사서 "더 어려워져" 다수

# 현대사 비중 줄어들면 영향은

- 근현대사 50→40%로 줄듯
- 평가 엇갈리는 문제출제 난항

정부의 한국사 국정화 전환 결정으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교육부가 '중등학교 교과용도서 국·검·인정 구분고시'를 행정예고함에 따라 오는 2017학년도부터 중학생은 '역사' 교과서를, 고등학생은 '한국사' 교과서를 국정화된 단일교과서로 배우게 된다.

이념논쟁으로 번진 극심한 혼란 속에서 국정교과서로 역사를 배우고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를 당사자인 학생의 불안감은 더욱 더 커지고 있다. 국정화된 역사가 수학능력시험과 대학 입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지금은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국정화된 한국사가 수능에서 더 어려워질지 아니면 쉬워질지 전망도 엇갈린다.

■쉬워진다?

한국사는 2017학년도 수능부터 필수 응시과목으로 전환된다. 바뀐 국정교과서는 현 중2 학생이 치를 2020년 수능부터 적용된다. 대부분 대학이 2017학년도 입시에서 수능 한국사는 점수 대신 응시 여부만을 보고, 별도의 성적은 반영하지 않고 있어 입시에서는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서울대 등 최상위권 대학은 '3등급 이상' 등 성적을 최저학력 기준으로 제시하고 있어 수험생에게는 민감한 사안이다.

입시업체 진학사는 교육부가 2017학년도부터 필수 과목으로 응시하는 한국사는 절대평가가 적용되고 학습부담을 낮추고자 핵심 개념을 중심으로 평이하게 출제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국정교과서로 전환된다 하더라도 학습방향이나 입시에 있어 수험생들의 부담이 높아지지는 않으리라고 전망했다.

김희동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수능은 복수정답 인정, 출제 오류 등 문제가 사회적 파문으로 번질 수 있는 만큼 엄격하고 객관적인 출제 및 평가기준을 적용해야 하는 시험"이라며 "국정교과서 전환을 통해 단일교과서 내에서 출제 및 평가가 이루어진다면 출제에 대한 객관성이 강화되고 시험 오류에 대한 수험생과 학부모들의 불안감도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 일반고인 A고 이모 역사교사는 "전반적인 '쉬운 수능' 기조여서 국정으로 바뀐다고 해도 지금과 큰 차이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국정화 상관없이 절대평가로 쉽게 출제할 것"이라 발표했고 여당도 "하나의 교과서여야 수능이 더 쉬워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어려워진다?

반면 교과서가 여러 개일 때는 큰 틀에서 역사적 맥락을 묻는 문제가 출제됐지만 국정교과서가 되면 단순하고 지엽적인 질문이 많아져 수험생의 학습부담이 더 커질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유기홍(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국정교과서가 사용됐던 2005년부터 2013년까지 수능 사회탐구 영역 중 국사 문항 10문제를 추출해 서울 소재 A대와 B대 학생 106명에게 풀게 한 결과 전체 평균점수는 100점 만점에 23점에 불과했다. 문제 중 정답률이 11.2%로 가장 낮았던 2007학년도 사탐 국사 7번 문제는 고려의 중앙 정치조직의 직제를 모두 이해하고 그 역할을 암기해야만 풀 수 있는 문제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유 의원은 "한국사 교과서를 국정교과서로 단일화하면 수능이 더 쉬워진다는 여당의 이야기는 사실이 아니다"며 "단편적인 지식을 묻는 항목이 더 많아져 수험생을 더 괴롭힐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 의원은 또 지난달 전국 역사교사 1010명을 대상으로 '국정교과서가 교사와 학생의 수능 준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느냐'는 여론조사를 시행한 결과 '수능이 더 어려워진다'는 의견이 45.9%, '현재보다 수월해진다'는 의견은 4.4%에 그쳤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역사교사들은 한국사 교과서가 하나로 될 경우 수능 문제가 학생에게 더 어렵게 다가갈 것으로 예상했다고 유 의원은 설명했다.

■수능서 현대사 비중은 줄듯

국정과 검인정 체제의 과거 수능은 어땠을까. 입시업체 종로학원하늘교육이 지난 1973~1981년 예비고사와 1982~1992년 학력고사 국사, 2014·2015 수능 한국사에서 현대사 비중을 분석한 결과 예비고사와 학력고사 국사(국정교과서) 과목의 총 문항 수는 505개이며 이 중 현대사 문항은 12개(2.4%)에 불과했다. 반면 국사와 한국근현대사가 통합돼 '한국사' 단일 과목으로 시행된 2014·2015년 수능(검인정교과서)에서는 총 40개 중 현대사 문항은 6개로 15%로 높아졌다.

이에 따라 다시 한국사가 국정교과서로 전환되면 예전처럼 현대사 문항 비중은 작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앞으로 한국사는 교육과정 변화로 근현대사 비중이 종전의 50%에서 40%로 감소한다고 예고되기도 했다. 현대사 문항수는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지만 역사적 평가가 엇갈리는 문제 출제는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오종운 평가이사는 "전반적으로 현대사 문항 비중은 줄어들겠지만 현대사에 대한 해석 논란으로 '1970년대 이후 민주화 과정과 1980년 민주화의 봄'(2015 수능 한국사 19번 문제), '5·18 광주 민주화운동과 1986년 6월 항쟁'(2014 수능 한국사 15번 문제), '2000년 6·15 남북공동선언'(2001 수능 수리탐구영역II 65번) 등 종전의 수능 문제는 앞으로 출제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