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 명 이상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순도 높은 히로뽕이 국내 공항을 통해 밀반입돼 판매 직전까지 갔던 것으로 드러났다. 중국에서 캄보디아를 거쳐 국내로 들어오는 마약 밀수 경로에 국내 공항의 검색 시스템이 뚫린 셈인데, 공급책은 중국발 히로뽕 국내 밀반입의 '큰손'인 것으로 밝혀졌다.
부산지검 강력부(부장검사 김태권)는 대량의 히로뽕을 국내로 들여와 판매하려 한 혐의(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로 국내 판매책 김모(49) 씨와 밀수책 이모(53) 씨를 구속기소했다고 12일 밝혔다. 검찰은 또 중국 밀수 총책(공급책)인 박모(52) 씨와 캄보디아 연결책 정모(41) 씨를 지명수배하고 범죄인 인도절차를 밟아 신병 확보에 나섰다.
검찰에 따르면 밀수책인 이 씨는 지난 7월 중국으로 건너가 김 씨에게 히로뽕 1.013㎏(소매가 33억 원 상당)이 든 여행용 가방을 받아 캄보디아로 이동했다. 그 뒤 정 씨가 마련해둔 은신처에서 지내다가 닷새 뒤인 지난 7월 12일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 히로뽕 밀반입에 성공했다. 이 씨는 중국발 캄보디아행 항공기에서는 여행가방을 수하물 적재로, 캄보디아발 한국행 항공기에서는 기내에 들고 올라 검색시스템을 피했다. 이 씨는 입국 직후 김 씨에게 이 가방을 전달했다. 김 씨는 3일 뒤 이를 부산으로 들고 이동한 뒤 구매자와 접촉하려다 첩보를 입수한 검찰 수사관에게 덜미를 잡혔다. 현장 검거 당시 김 씨의 가방에는 순도 95%짜리의 히로뽕이 들어 있었는데, 중간 판매상이 3~4배 희석해 판매할 수 있는 고품질 히로뽕이어서 유통됐더라면 10만 명 이상이 투약할 수 있는 상당한 양이었다. 김 씨는 부산을 중심으로 한 국내에 히로뽕을 유통하려 한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앞서 총책인 박 씨는 밀수책이 지난해 10월 중국에서 국내로 히로뽕 3.7㎏을 밀수하려다 인천국제공항에서 적발되자 캄보디아를 경유한 것으로 검찰 조사 결과 밝혀졌다. 캄보디아는 국내 당국에서 마약 밀수 주요 위험국가로 분류하지 않은 국가여서 세관의 감시가 다소 느슨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밀수책인 이 씨는 여행용 가방 속에 히로뽕과 옷가지 등만 넣은 채 유유히 공항을 빠져나왔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 씨는 마약 전과가 없는 인물이었다. 이에 대해 세관 관계자는 "전과자나 감시 대상 등 우범 인물이 아니다 보니 선택 검사에서 빠져나간 듯하다"며 "모든 여행객을 검사하는 데는 한계가 있지만 최대한 검색 대상을 늘리고 방법도 정교화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