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2일 부산 해운대구 송정동 인얼스(In Earth)커피에서 한 고객이 커피 로스팅 과정을 지켜보고 있다. 강덕철 선임기자 kangdc@kookje.co.kr |
글로벌 커피 브랜드가 지역의 카페 골목까지 침투하는 때, 부산 송정의 한 카페가 서울에 역진출했다.
해운대구 송정해수욕장 인근의 스페셜티 커피전문점 '인얼스(In Earth)커피'는 지난 8월 현대백화점 판교점과 신촌점에 약 25㎡(8평) 규모의 매장을 열었다. 특히 수도권 최대 면적이자 세계적인 디저트 브랜드가 각축을 벌이는 판교점에 당당히 입성해 주목받고 있다. 삼진어묵베이커리처럼 부산 향토음식이 전국구 브랜드로 성장한 경우는 있지만, 대형 프랜차이즈가 점령한 수도권 커피 시장에 부산 브랜드가 진출한 사례는 처음이다.
송정 카페 거리는 프랜차이즈와 지역의 중소형 카페가 하나둘씩 모여들면서 관광객은 물론 커피마니아가 많이 찾는 명소로 거듭났다. 그중 2010년 송정에 문을 연 인얼스커피는 고급스러운 향미의 스페셜티 커피와 베이커리로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그러다 현대백화점 본사 상품본부가 판교점 개점을 앞두고 지역 브랜드 발굴에 나서면서 인얼스 커피의 수도권 진출이 성사됐다. 이에 앞서 지난 2월 현대백화점 부산점 입점으로 전국구 브랜드화의 발판을 마련했다. 인얼스커피 최정훈(41) 대표는 "처음에는 사업 확장이 부담스러워 입점을 고사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대백화점 측의 끈질긴 설득에 입점을 결정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로스팅 능력이 안정적이고 맛이 신선하면서 부드러워 발탁했다"고 입점 배경을 설명했다.
 |
| 현대백화점 판교점 내 '인얼스커피'매장. |
백화점 식품관은 경기침체에도 나 홀로 성장을 거듭하고 있어, 업체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육성하는 분야다. 특히 현대백화점은 판교점 개점을 앞두고 국내외 유명 디저트 브랜드 유치에 사활을 걸었다. 이런 가운데 부산 카페의 입점은 남다른 의미가 있다. 최 대표는 "부산이 스페셜티 커피로 전국적인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부산이 스페셜티 커피로 명성을 얻게 된 데는 지역 스페셜티 커피 연합체인 '버스(BUS·BUSAN의 약자)'의 역할을 무시할 수 없다. 최 대표를 비롯해 전국 최고의 스페셜티 커피 업체로 손꼽히는 '모모스커피'의 이현기 대표 등 큐그레이더(커피감별사) 12명이 협업을 통해 부산의 스페셜티 카페 확산에 발벗고 나섰기 때문이다.
버스 멤버들은 뛰어난 커피 맛을 내기 위해 높은 품질의 원두와 명품 로스팅 기계를 사용한다. 버스는 세계커피올림픽 격인 국제커피경매 '컵오브엑설런스'(COE)에서 우승한 최고급 원두를 버스의 이름으로 응찰해 수차례 낙찰받았다. 최 대표는 "커피경매시장에서 부산은 몰라도 버스는 알 정도"라고 말했다. 로스팅 기계도 최고만 취급한다. 인얼스커피는 1950년에 제작된 명품 로스팅 기계 '고도'를 1억5000만 원을 들여 수입해 송정의 창고에서 가동하고 있다.
평범한 미각을 가진 이라면 구분하지 못할 커피 맛을 위해 왜 이렇게 과감한 투자를 하는 걸까. 최 대표는 버스 멤버들이 부산을 '스페셜티 커피 1번지'로 만들겠다는 공통의 목표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멤버들과 콜롬비아 브라질 등 커피 원산지를 방문해 커피 종자와 농사 과정 등 식물학적인 원리를 공부했다. 향미평가를 위해 새벽 서너 시까지 하루 100잔의 커피를 마셨다. 이런 경험이 축적되면서 양질의 맛을 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버스는 이런 능력을 인정받아 한국스페셜티커피협회(SCAK)의 지원을 받아 콜롬비아 정부와의 인력 교류에 참여하고 있다. 우리는 콜롬비아에 가서 원두에 대해 배우고, 커피 종주국 콜롬비아의 청년은 부산에 와서 커피를 가공하고 마케팅하는 카페 문화를 배운다. 인얼스커피에도 콜롬비아인 한 명이 근무하고 있다.
최 대표는 "판교점에 입점한 것도 미국 최고의 스페셜티 카페인 '인텔리젠시아'와 경쟁해보기 위해서였다. 판교점 직원들한테 '인텔리젠시아를 이기기 전까지 부산에 오지 말라'고 했다"며 "버스 멤버들과 함께 부산을 '한국의 시애틀'로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포부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