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년간 어르신들의 '못 배운 한(恨)'을 풀어주던 부산 남부중고등학교(남부야학)가 폐교 위기에 처했다. 예산 부족으로 힘겹게 곁방살이를 하며 명맥을 이어왔지만, 교사가 주거환경개선사업지에 선정되면서 갈 곳을 잃게 됐다.

30일 부산 남부야학과 남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남부야학은 남부경찰서가 남구로부터 임대한 문현지구대 탈의실 건물 2층에서 야학을 운영해왔다. 2008년 대연동에 있던 옛 남부서가 신청사로 이전하면서 남부서 안에 있던 남부야학은 지금의 장소에 둥지를 옮겼다.

하지만 최근 문현지구대가 있던 대지가 사업지로 선정되면서 야학의 명맥이 끊길 지경에 놓였다. 문현지구대가 이전하는 연말까지 사업시행자가 토지를 확보해 임시건물을 지어주기로 했지만 마땅한 토지를 찾는 것이 쉽지 않다.

남부서는 이에 따라 남구와 시교육청에 협조를 요청했지만, 부정적인 답변이 돌아왔다. 남구는 "관리주체가 아니어서 지원이 힘들다"고 밝혔고, 시교육청은 "남부야학에서 좋은 일을 하는 것은 맞지만 민간단체에 교육청 건물을 무상 임대한 사례가 없어 법령 검토가 필요하다"고 회신했다.

남부야학은 1972년 천막학교를 시작으로 2008년 문현동으로 이전하면서 야학 전문기관으로 발전했다. 지금은 남구 주민은 물론 인근 지역 주민들의 검정고시 대비 야학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곳은 대학생이 아닌 전·현직 교사 24명이 주축이 돼 운영한다. 지금까지 2000여 명의 만학도가 이곳을 거쳐 갔다. 지금도 초·중·고등부에 60여 명이 재학 중이다. 최종용 교감은 "우리는 권리를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며 "학생들이 큰 걱정없이 학업을 이어갈 수 있는 공간만 제공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류해국 남부경찰서장은 "시행사에 문현지구대를 지으면서 남부야학 신축도 함께 하도록 협의하고 있다"며 "시 교육청 남구청 등 관련기관과 협의해서 최선책을 찾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