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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지주차로 안전펜스 설치 못해…차·아이들 뒤섞인 통학로

스쿨존 곳곳 사고 위험

  • 국제신문
  • 권용휘 기자 real@kookje.co.kr
  •  |  입력 : 2015-09-13 23:30:48
  •  |  본지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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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부산 동래구 명장동 명동초등학교 스쿨존에 조성된 주거지전용주차장(왼쪽)과 맞은 편 불법주차 차량 탓에 한 학생이 차도로 걷고 있다. 곽재훈 기자
- 주차선 긋는다고 길 좁아져
- 초등생 전용보도 확보 못해

- 주차료 절반은 기초단체 몫
- 인근 상인도 원치 않아
- 안전시설 설치 미적미적

- 지자체 뒤늦게 현황 파악
- 관련법 모르는 공무원도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푯말만 서 있을 뿐이지 주거지전용주차장(주차장)으로 부르는 게 나아 보였다. 본지 취재진이 부산지역 스쿨존을 둘러본 결과 어린이를 차량으로부터 보호할 안전시설 대신 주차장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다. 기초자치단체는 2012년 관계 법령 개정으로 스쿨존 내에 운영 중인 주차장을 철거하거나 옮겨야 하지만 주민 민원 등을 이유로 눈감고 있다. 민원이 무서워 법령을 무시하고 있는 것이다.

■안전시설 없고 차량만 '빼곡'

13일 오전 찾은 동래구 명장동 명동초등학교 스쿨존. 1998년 스쿨존으로 지정된 이곳은 주변에 주요 도로인 반송로를 끼고 있고 노후 주택이 어지럽게 모여 있어 차량 유입이 많은 곳이다. 안전펜스나 전용 보도가 들어서 있어야 하지만 안전시설을 찾아보기는 어려웠다. 정문에서 불과 10m 정도 거리에서부터 주차장 49면이 스쿨존(300m)을 포함한 명장로 63번길 423m 일대를 고스란히 차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도로 폭이 좁아 안전시설 설치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주차장 바로 옆에는 어린이놀이터까지 있었다. 동래구가 이곳에 주차장을 조성한 것은 2002년. 스쿨존 조성 후 안전시설을 만들어야 했지만 이를 미루다 주차장 전용선을 그어버린 셈이다. 인근 주민 김모(여·45) 씨는 "말만 스쿨존이지 일반 도로보다 더 위험하다"고 말했다.

북구 구포동 구남초등학교 후문 구남언덕로도 사정은 엇비슷했다. 후문이지만 499세대 규모의 아파트단지, 주택이 모여 있어 정문 못지않게 학생들이 자주 드나든다. 주요 도로인 낙동북로와 연결돼 차량 출입도 잦다. 안전펜스나 전용 보도는 전혀 없었다. 그 대신 차량이 가로로 댈 수 있는 주차장이 71면이나 들어서 있었다. 이 주차장 역시 스쿨존 지정 2년 후인 1998년 생겼다. 이들 학교 스쿨존은 지난달 부산YMCA의 통학로 실태조사 때 안전시설이 없고 주차장과 불법 적치물이 많아 위험하다고 지적받은 곳이다.

■어린이 안전 외면?

주차장은 어린이 보행 안전만 외면한다면 기초자치단체에는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사업이다. 주민들은 집 바로 옆에 차를 댈 수 있어 편리하고 주차비는 월 4만 원 정도로 저렴하다.

연제구 관계자는 "주차장을 만들어 달라는 민원이 끊임없이 올라오고 있다. 민원에 시달리다 보면 결국 해주는 경우가 수두룩하다"고 말했다. 주차비는 관리 주체인 관변단체와 지자체가 절반씩 나눠 가진다. 스쿨존 내 주차장은 110곳 2378면으로 연간 기초자치단체가 거둬들이는 수익만 5억7000만 원에 달한다. 반면 스쿨존에 안전 울타리나 전용 보도를 만들려면 적지 않은 예산이 들어간다. 또 주차장을 원하는 주민 외에 인근 상인들도 불법 주정차 공간 확보를 위해 안전시설 설치를 꺼린다.

■지자체 현황 파악 안돼

그동안 기초지자체는 스쿨존 안에 주차장이 얼마나 있는지 제대로 조사조차 않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에 최근 스쿨존 내 어린이 교통사망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뒤늦게 스쿨존 내 주차장 현황을 조사하는 수준이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스쿨존을 담당하는 부서와 주차장을 담당하는 부서가 달라 정보 공유가 잘 안된다"며 "지난 8일 시에서 스쿨존 내 주차장 현황 파악 공문이 내려와 주민센터 직원을 동원해 부랴부랴 현장을 찾아 조사했다"고 말했다.

2012년 이후 스쿨존 내 주차장 등 노상주차장은 들어설 수 없지만 상당수 공무원은 이를 모르고 있었다. 한 구청 관계자는 "전 담당 직원에게 (관련 내용을) 인수인계받지 못했다"며 "스쿨존인지 모르고 설치한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구청 관계자는 "전임자가 공장지대라 주차 수요가 많은 데다 학교 출입구에서 멀리 떨어져 아이들이 거의 안 다녀서 설치한 것 같다"고 해명했다.

부산시는 서병수 시장의 지시에 따라 스쿨존 내 주차장을 이른시일내 없앨 방침이다. 서 시장은 최근 확대간부회의에서 "스쿨존 내 설치된 주차장의 폐쇄 또는 이전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어린이보호구역

어린이를 보호하기 위해 초등학교 주변 일정한 거리를 보호구역으로 지정하여 교통시설 및 교통체계를 어린이 중심으로 변경하는 것을 말한다. 2012년 '어린이·노인 및 장애인 보호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규칙'에 따라 보호구역 지정 대상 시설의 주 출입문을 기준으로 반경 300m(필요한 경우 반경 500m 이내까지 지정) 이내의 도로 중 일정 구간을 어린이보호구역으로 지정한다. 이 지역에는 신호기 안전표지 과속방지턱 등 부속물이 설치되며, 초등학교 등의 주 출입문과 연결된 도로에는 노상주차장을 설치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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