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래호 전복 사고 생존자들이 13일 부산 사상구 한 종합병원 입원실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서순용 선임기자 seosy@kookje.co.kr

- 부산 한 병원에 3명 입원
- "해경, 구명조끼 안입었다지만
- 모두 물에 뜨는 낚시조끼 착용"

돌고래호(9.77t·해남 선적) 전복 사고가 발생한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생존자들은 동료를 잃은 아픔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13일 오후 부산 사상구 주례동의 한 종합병원. 지난 5일 돌고래호 사고에서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3명이 입원해 있다. 이들은 당시 11시간을 배에 매달린 끝에 민간 어선에 의해 구조됐다. 그동안 제주도의 한 병원에 입원해 있었지만 지난 10일 부산으로 돌아왔다. 이동이 가능할 정도로 몸 상태가 호전된 것도 있지만 그날 시신 한 구가 떠올라 생존자들에게 충격을 줬기 때문이다.

생존자 중 최연장자인 김모(68·부산) 씨의 가족은 "병원 측에서 환자들이 유족들과 마주치면 불안감을 느낄 수 있으니 옮겨가는 것이 어떻겠냐고 했다"며 "이곳에서도 한 병실에 있어 그나마 위로하면서 버티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14일부터 정신과 치료를 받을 예정이다.

병실에서 만난 생존자들은 까칠한 얼굴이었다. 그날의 사투를 보여주듯 종아리와 허벅지에는 상처가 아문 딱지가 잔뜩 앉았다. 사고 당시 심한 너울에 옷이 다 벗겨져 엉덩이 쪽도 성한 곳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이모(49·부산) 씨는 "이런 상처는 아무 것도 아니다"라며 "아직 바다에 남은 친구들이 있다는 게 가장 큰 고통"이라고 입을 뗐다. 이번 사고로 꼬리뼈가 골절된 박모(38·경남 함안군) 씨 역시 "함께 간 아는 형님이 아직 바다에 있다"며 마음 아파했다.

이들은 사고 이후 통 잠을 자지 못하고 있다. 수면제를 먹고 잠들어도 악몽을 꾸기 일쑤다. 이번 사고로 가장 큰 피해를 본 바다낚시동호회인 '바다를 사랑하는 모임'(바사모) 회원인 이 씨는 "동호회 회장하고 내 친구가 바다에서 자꾸 나를 부르는 느낌이 든다"며 "가만히 있으면 그 친구들이 눈에 밟혀 힘들다"고 털어놨다.

이들을 위로하기 위해 많은 바사모 회원이 병원을 찾고 있다. 동료들을 잃어 큰 충격을 받은 건 매한가지. 동호회 회원들은 사실과 다른 내용이 인터넷에 올라오는 것이 가장 참기 힘들다. 한 회원은 "해경에서 처음에 구명조끼를 안 입고 있었다고 했지만 숨진 사람들은 80㎏ 기준으로 24시간 이상 물에 뜰 수 있는 낚시조끼를 입고 있었다"며 "이를 바로잡기 위해 인터넷에 글을 올리기도 했는데 '거짓말하지 말라, 고발하겠다'는 또 다른 댓글이 달리더라"며 답답한 심정을 내비쳤다.

정신적인 고통을 호소하면서도 이들이 바라는 건 단 하나, 바다에 남은 동료들을 빨리 찾는 일이다. 김 씨는 "아직 바다에 있는 사람들이 있다"며 "하루빨리 이들을 찾는 게 가장 큰 바람"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