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시간 발 묶일 수 있어
- 악조건에도 출항 강행한 듯
- 소형선박 너울성 파도 취약
- 어구 프로펠러에 휘감겨
- 엔진 정지했을 가능성도

전문가들은 전남 해남선적 선박 돌고래호(9.77t)가 기상 악화로 인한 너울이나 양식장 밧줄 등에 배가 걸려 전복됐을 것으로 추정했다.

해양대 공길영(항해학부) 교수는 지난 5일 오후 7시께 파고 2~3m, 바람 초속 9~11m에 달하는 악조건을 뚫고 소형 돌고래호가 추자도를 나선 것은 무리한 출항이었던 것으로 6일 진단했다. 공 교수는 "풍랑주의보가 내리기 전에는 배의 출항을 막을 방도가 없다"면서도 "기상이 더 악화하면 장시간 발이 묶일 수 있는 가능성 등으로 다소 무리하게 출항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사고 원인 1순위는 너울성 파도로 꼽힌다. 소형 낚싯배는 목선이 아닌 소형 유리섬유강화플라스틱(FRP) 재질이라 선박 복원력이 약해 측면 너울성 파도에 취약하다고 낚시업계 관계자들은 전했다. 공 교수는 "돌고래1호와 교신하던 돌고래호 선장이 '잠깐만'이라고 말한 후 통신이 끊겼다고 했는데, 이때 배가 파도를 맞아 전복됐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돌고래호 생존자 이모(49) 씨와 박모(38) 씨 등은 구조 후 "파도가 높은 상황에서 갑자기 '쿵'하는 소리가 난 뒤 배가 기울었다"고 말했다.

시야 확보가 어려운 밤인 데다 비까지 많이 내려 시야 확보가 안 된 상태에서 양식장 밧줄에 배가 걸려 전복됐을 가능성도 나왔다. 생존자를 구조한 어민은 "이들이 무슨 줄에 걸려 배가 넘어갔다고 하는 말을 들었다"고 밝혀 이 같은 가설을 뒷받침한다. 공 교수는 바다 위를 떠다니는 밧줄 등 어구가 돌고래호의 프로펠러에 휘감겨 엔진이 정지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날씨가 맑으면 순조롭게 대처할 수 있지만, 굵은 빗줄기와 바람에 엔진까지 정지하자 악전고투하던 상황에서 들이치는 너울성 파도에 전복됐다는 것이다.

공 교수는 "사고 해역은 조류뿐 아니라 파도와 바람의 방향도 중요하다. 북동풍이 분 탓에 생존자는 추자도 남쪽으로 떠밀렸을 공산이 크다"며 "경륜 있는 낚시꾼은 어느 정도 안전 의식을 갖추고 있다. 간이 구명정을 입은 이들이 인근 무인도 등에 상륙했을 가능성도 배제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