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부 제도 활용 못해 유명무실

부산지역 남녀근로자가 일과 가정을 조화롭게 영위하는 환경이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일·가정 양립을 지원하는 제도를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지 않아 일부 제도는 유명무실한 것으로 조사됐다.

부산여성가족개발원이 행정기관 관련업계 학계 등에 종사하는 오피니언 리더 24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4일 공개한 '부산지역 일·가정양립 지원체계 구축 방안' 보고서를 보면, 일과 가정을 동시에 하는 환경에 대한 인식은 5점 기준에 2.41로 낮게 나타났다. 단계별로 구분하면 우수함은 5.6%에 불과한 반면 미흡함은 55.2%로 절반을 넘었다.

부산시의 일·가정 양립 정책의 수준에 대한 인식도 5점 기준에 평균 2.61에 불과했다. 우수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6.8%에 불과할 정도로 미흡한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일·가정 양립 지원 제도의 용이성은 제도별로 크게 달랐다. 법령으로 정해져 있고, 비교적 일반화된 '출산전후휴가급여 지원'(2.32·3점 기준), '보육비 지원'(2.28), '육아휴직급여 지원'(2.24) 등은 높게 나타났다. 그러나 '남성 육아휴직 촉진'과 '비정규직 육아 휴직 복귀 지원'은 각각 1.67과 1.80으로 낮아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했다.

이 중에서도 '비정규직 복귀 지원'의 경우 중요성 항목에서는 2.63으로 높게 나왔다. 이는 '경력단절여성 재취업'(2.67)에 이어 '영유아 아이돌보미 지원'과 같이 두 번째로 높은 수치로, 중요도와 현실의 차이가 가장 크게 벌어졌다. 현 제도를 제대로 시행하는 데 있어 빨리 정착해야 하는 항목에서는 '출산전후휴가급여 지원'과 '육아휴직급여 지원'이 2.65로 가장 높았고, '영유아 아이돌보미 지원'이 2.60으로 뒤를 이었다.

일·가정 양립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가장 시급한 정책 과제로는 '근로자의 임신 출산 양육 지원'(31.7%)이 꼽혔고, '출산·육아 근로자의 고용안정 지원'이 23.3%로 뒤를 이었다.

이처럼 열악한 일·가정 양립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일·가정양립 정책 중장기적 계획관리'(4.28·5점 기준)가 우선순위로 꼽혔다. 특히 일과 가정을 양립하는 데 필요한 정책서비스와 정보를 제공하는 부산 일·가정양립 포털서비스 구축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85.1%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여성가족개발원 전혜숙 일·가족 연구부장은 "일부 일·가정 양립 지원제도는 강제성이 없어 우수사례 발굴 등을 통해 제도를 잘 이용할 수 있도록 직장문화를 바꾸어나가야 한다"며 "정보를 제공할 포털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만큼 하반기 중 포털사이트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