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캥마쿵쿵어린이집
- 10년전 조합원 8가구 합심 개원, 지금은 25가구 29명 돌봐
- 교사·부모 함께 운영 시스템…매달 모임 열어 교육내용 논의
지난달 26일 오전 부산진구 부암동 백양산 쌍용스윗닷홈 아파트 관리동 앞. 3살부터 7살 꼬마 20여 명이 우르르 몰려나왔다. 끈물통을 하나씩 어깨에 멘 아이들은 선생님과 함께 나들이에 나섰다. 이날 목적지는 아파트 뒷산. 길 건너 인근 아파트 뒤로 이어지는 등산로를 따라 올라가는 멀지 않은 코스였지만 아이들은 어린이집 문을 나서자마자 호기심이 발동하기 시작했다. 아파트 화단에 무성하게 핀 잡초를 꺾어 꽃을 만들고, 나무 옆에 난 버섯을 발견하곤 쪼그리고 앉아 한참을 구경하는가 하면 산길에서 주운 도토리에 얼굴을 그려 넣느라 출발한 지 1시간이 다 되어가는데도 아직 '가는 중'이었다.
'캥마쿵쿵어린이집'(이하 캥마쿵쿵)은 지난 2006년 인가를 받아 올해 딱 10년이 된 부모협동어린이집이다.
2005년 놀이교실로 첫발을 내디딘 캥마쿵쿵은 다양한 프로그램을 일상화하자는 취지에서 뜻이 맞는 조합원 8가구가 모여 개원했다. 10년이 지난 지금은 25가구가 조합원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29명의 아이를 5명의 교사가 보살피고 있다.
캥마쿵쿵이 일반적인 어린이집과 가장 다른 점은 '벽'이 없다는 점이다. 우선 아이들과 교사들이 평등하다. 어린이집 내에서는 '선생님'이라는 호칭을 듣기 힘들다. 그 대신 아이들은 교사들을 '코끼리' '기린' '무지개'와 같은 별명으로 부른다. 이런 호칭 때문인지 교사와 아이들은 흡사 친구처럼 어울린다.
교사와 교사, 부모와 부모 사이에서도 장벽은 찾아보기 힘들다. 운영을 맡은 부모들은 부모들끼리 돌아가면서 운영위원장을 맡고, 교사들은 교사들끼리 돌아가며 대표교사를 맡는 식이다.
부모와 교사도 허물없긴 마찬가지다. 부모와 교사는 '날적이'라는 수첩을 통해 매일 아이들의 소식을 자세하게 주고받는다.
또 한 달에 한 번 담임교사와 부모들이 함께 참여하는 방모임을 열어 아이들의 모습과 한 달간의 교육내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부모와 교사가 매일같이 만나고, 엄마들이 직접 교구를 제작하거나 아빠들이 나서서 어린이집 개·보수를 할 만큼 어린이집 문턱도 낮다 보니 '불신'이 자리 잡을 틈이 없다.
박희순(여·48) 대표교사는 "시간 되는 부모들은 자발적으로 등·하원 품앗이도 한다"며 "교사와 부모가 함께 아이를 키워나가는 셈"이라고 말했다.
박윤주(여·37) 운영위원장은 "한 달에 한 번 전체교육을 통해 교사나 부모가 강사가 되어 정보를 공유하고 특정사안에 대해서 토론도 벌인다"며 "운영을 위한 전체모임에도 교사가 참여해 서로의 고민을 논의하고 합의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부모협동어린이집들이 공통적으로 호소하는 가장 큰 어려움은 다른 생각을 가진 여러 당사자의 의견을 맞춰나가는 것이다. 캥마쿵쿵 역시 마찬가지이지만 부모 교사 모두 "그럴수록 내 아이만 잘 키우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더불어 같이 잘 지내자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적극적으로 모임에 참여하는 것, 다른 아이도 내 아이처럼 바라볼 수 있는 마음을 먹는 것이 말처럼 쉽지만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께 어울려 노는 것에 더 많은 가치를 두고 있다면 부모협동어린이집은 해볼 만 합니다."(박 운영위원장)
◆사하구건강가정지원센터 육아품앗이 그룹
- 동네 아는 엄마들 모여 4년째 아이들과 매주말 바깥활동
- 급한 일엔 서슴없이 SOS…서로 의지하며 스트레스 풀어
"오늘은 뭘 만들어 볼까." "나는 물고기 만들어야~지." 나는 아무거나 만들거다." "해바라기는 어떨까?"
지난달 22일 오후 부산 사하구 괴정동의 한 아파트. 다섯 명의 아이가 상 앞에 옹기종기 둘러앉았다. 한 손에 컬러점토를 든 아이들은 이내 익숙한 손놀림으로 척척 형태를 만들어나갔다. 아이들은 이따금 엄마의 도움을 청하기도 하고, 때로는 장난을 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이들은 사하구건강가정지원센터의 육아품앗이 그룹으로, 총 4가족 8명이다. 이 모임이 시작된 것은 지금은 10살이 된 큰 아이들이 6살이던 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처음에는 동네에서 아는 엄마들끼리 자연스럽게 모였다. 이사 등으로 원년멤버가 바뀌고 센터의 품앗이 그룹으로 편입되긴 했지만 육아를 공유한다는 점에서 달라진 것은 없다.
이 모임의 가장 큰 '무기'는 가족만큼 끈끈한 유대관계다. 자주 만나니 정이 들지 않을 수 없는 것. 한 달에 4번에서 많게는 10번까지 만나고, 방학에는 거의 붙어산다. 급한 일이 없으면 토요일에는 매주 만나는데, 오전에는 바깥활동을 하고 오후에는 집 안에서 만들기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품앗이 장을 맡고있는 박미란(여·41) 씨는 "지금은 연극교실에서 연극과 전통놀이를 배우고 있는데 여태껏 도서관 동사무소 등 아이들을 위한 무료 교실이란 교실은 전부 다 가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부산시티투어 버스도 함께 타고 돌아보기도 했다"고 귀띔했다. 이번 여름방학에는 다대포해수욕장, 시민공원 등 부산 시내 분수투어를 하기도 했다. 하수완(10) 양은 "토·일요일만 보니까 보고 싶기도 하고, 만나면 학교친구들보다 더 좋다"며 웃었다.
아이들만 즐거운 것은 아니다. 엄마들은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서 육아 스트레스를 털어놓고 정보를 얻어간다. 급한 일이 생겨 아이를 잠깐 맡겨야 할 일이 있으면 다른 가족들에게 서슴없이 SOS 사인을 보내기도 한다. 10살 딸아이와 함께 품앗이 활동을 하고 있는 김정애(여·47) 씨는 "처음에는 아이에게 친구를 만들어주자며 시작했는데, 성향이 비슷한 사람끼리 모여 활동하면서 더욱 편해졌다"며 "품앗이 안에서는 내 아이나 다른 아이나 똑같이 대한다"고 말했다.
이들의 끈끈함은 지난해 12월 동반 해외여행으로까지 이어졌다. 아이와 엄마들이 돈을 모아 일본 후쿠오카로 2박 3일 여행을 다녀온 것. 아이는 물론이고 엄마들도 만족해 해외여행을 정기적으로 가기로 하고 올해부터는 다 같이 적금을 들고 있다.
이렇게 엄마와 아이들이 거리낌 없이 모이다 보니 처음에는 주저하고 관심 없었던 아빠들도 동참하기 시작했다. 이번 여름방학 때는 아빠들도 함께 참여해 송정에서 야영을 하기도 했다. 집마다 돌아가며 한 달에 한 번씩 여는 엄마들의 '파자마 파티'때에는 아빠들이 육아 도우미로 나서서 아이들을 돌본다.
박 씨는 "아무래도 오랫동안 함께해오기도 했고, 다른 엄마들도 다 제 의견을 잘 따라줘서 활동을 하는 데 전혀 어려움이 없다"며 "처음 시작할 때 서로 배려하는 마음을 가진다면 좋은 품앗이 그룹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