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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육아가 뜬다 <상> 품앗이로 나눈 육아의 짐…함께 키우니 부모도 아이도 행복

아이 믿고 맡길 곳 마땅치 않고 획일적인 보육 시스템에 갈증

  • 하송이 기자 songya@kookje.co.kr
  •  |   입력 : 2015-08-31 18:58:27
  •  |   본지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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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북구 금곡동 부산시여성가족개발원 어린이방에서 부산시건강가정지원센터 육아품앗이 그룹이 시계만들기 활동을 하고 있다. 부산시건강가정지원센터 제공
- 뜻 맞는 가정 뭉쳐 '가족품앗이'
- 등하교부터 체험활동까지 분담

- 교사와 부모가 함께 보육 참여
- 부모협동어린이집도 최근 급증

애 한 명 낳아 키우기도 힘든 시대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수업료가 지원되고, 양육수당도 준다지만 '불신의 시대'에 아이 키우는 일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그래서 부모가 못 키우면 할머니, 할머니가 안되면 이모 고모까지 총동원된다. 하지만 그것도 축복받은 일부에 한해서다. 멀리 살아서, 바빠서, 돌아가셔서 가족의 도움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은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 어떻게 키우는지 몰라 발을 동동 굴러야 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이런 '육아 전쟁' 시대에 구원투수로 떠오른 것이 바로 공동육아다. 말 그대로 믿을만한 이웃이 함께 아이를 키운다는 의미다. 요즘 같은 핵가족 시대에 공동육아는 형태를 바꿔가며 천천히 연착륙 중이다.

■다양한 공동육아

대표적인 공동육아 사례는 건강가정지원센터에서 지원하는 '가족품앗이' 사업이다. '육아품앗이'라고도 불리는 이 사업은 건강가정지원센터가 운영하는 가족돌봄지원사업의 하나로, 옛사람들이 품앗이하듯 힘을 모아 육아문제를 해결해 나가자는 데서 출발했다. 부산에는 지난 6월 기준으로 건강가정지원센터 7곳에서 48개 품앗이 그룹이 활동하고 있고 235개 가정이 참여하고 있다.

품앗이 내용은 육아 전반에 깔렸다. 아이 등하교를 시켜주는 등하교동행품앗이부터 동물원 도서관 등에서 실시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에 함께 참여하는 체험활동품앗이, 교과목이나 예체능 수업을 함께 듣는 학습품앗이까지 다양하다. 건강가정지원센터는 소개나 주선, 관리 역할을 하고 센터를 통해 엮인 품앗이그룹은 활동 방향이나 방법을 자율적으로 정해 움직인다.

공동육아어린이집이라고도 하는 부모협동어린이집은 부모들이 교사와 함께 만들어가는 어린이집이다. 형태는 어린이집이지만 부모들이 직접 운영에 참여함으로써 '남의 손'으로 아이를 키운다는 불안감을 덜어낸 것이다. 현재 부산에는 모두 11개의 부모협동어린이집이 운영 중이지만 기장군 3곳, 북구에 3곳이 몰려있어 지역별로 편차가 크다. 부산지역 전체 어린이집의 수가 1700개가 넘는 점을 감안하면 미미한 수준이지만 2014년 이후 절반이 넘는 6곳이 생겨났을 만큼 최근 각광을 받고 있다.

■왜 공동육아인가

공동육아가 생겨난 가장 큰 이유는 보육의 '틈새'를 메우기 위해서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듯이 가족 내에서는 도저히 풀어낼 수 없는 보육 숙제를 이웃과 함께 풀어보자는 것이다.

부산여성가족개발원이 지난 6월 내놓은 부산여성가족 브리프 24호 '자녀양육과 돌봄의 대안 모델, 육아품앗이'에 따르면 육아품앗이가 필요한 이유로 ▷핵가족화, 맞벌이 가구 증가로 가족 내 돌봄 기능 약화 ▷가족의 돌봄 공백을 사회적 돌봄으로 전환하는 분위기 ▷긴급상황 발생 등 충족되지 않는 틈새 돌봄 수요 증가가 제시됐다. 지난해 4, 5월 부산지역 건강가정지원센터 이용자 13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육아품앗이의 효과로 '자녀양육을 함께할 수 있는 이웃을 사귈 수 있었다'(5점 만점에 4.27점), '다양한 육아 정보를 습득할 수 있었다'(4.12점), '자녀 양육의 질적 향상이 있었다'(3.99)를 꼽았다. 두 아이와 함께 육아품앗이 활동을 하고 있는 박무경(여·41) 씨는 "혼자 아이를 키우며 쌓이는 육아 스트레스를 또래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과 함께 풀 수 있고, 아이의 문제행동에 대한 대처방법도 공유하면서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부모협동어린이집의 탄생 배경도 비슷하다. 최근 전국적으로 어린이집 폭행사건이 잇따르면서 사회적 돌봄은 믿을 수 없다는 인식이 퍼지기 시작했고, 그렇다면 '누구에게 아이를 맡길 것인가'라는 고민 속에서 탄생했다. 가족 돌봄과 사회적 돌봄 사이에서 절충점을 찾은 것이다. 올해 초 문을 연 부모협동어린이집인 즐거워어린이집의 조은미 대표는 "아이가 유년기에 자유롭게 지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처음 시작하게 되었는데 교육활동과 보육 측면에서 조합원 모두가 만족하고 있다"며 "지금은 아이들이 어린이집을 졸업한 이후도 생각하다 보니 지역공동체에 대한 고민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성대 홍순옥(유아교육과) 교수는 "공동육아는 공공 보육기관이 갖는 여러 폐단 때문에 부모들이 공공보육을 믿지 못해 생겨난 것"이라며 "좀 더 안전한 환경에 아이들을 맡길 수 있고, 돌봄의 형태가 다양해지고 있다는 점에서 공동육아의 확대는 고무적인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공동육아는 여럿이 함께하는 데 방점을 두다 보니 의견 수렴 과정에서 불협화음을 일으키기도 한다. 활동 방향이나 보육 지향성 등을 두고 부모들의 생각이 엇갈려 심하면 모임이 와해하는 경우도 있다. 육아품앗이에 6년째 참여하고 있는 한 엄마는 "육아품앗이를 시작하는 엄마들끼리 모이면 초기엔 서로 맞춰갈 수 있도록 배려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 '독박육아' 구세주 여기도 있어요

◇ 우리 아이 보육맘 사업

- 육아 궁금증 언제든 물어보세요

◇ 시간제 보육제도

- 하루 몇 시간씩 아이 돌봐줘요

혼자 하는 보육의 '틈새'를 메워준다는 점에서 공동육아와 궤를 같이하는 사업들이 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우리 아이 보육맘이다.

지난달부터 시작된 우리 아이 보육맘 사업은 하루에 열두 번도 더 맞닥뜨리게 되는 육아의 어려움을 자원봉사자와 엄마가 함께 공유하고 풀어나가 보자는 데서 시작됐다. 현재 50명의 자원봉사자가 육아종합지원센터에서 활동 중이며, 이들은 전화나 현장상담을 통해 맞춤형 양육 노하우를 전하고, 전문상담이 필요한 경우엔 센터 내 상담전문가와 연계해주기도 한다. 또 아이돌봄 지원사업, 바우처 제도 등 한 번에 알기 어려운 육아 정보도 안내하고 있다. 센터는 비슷한 연령대의 아이를 두고 있는 부모들로 구성된 자조모임을 만들어 정보를 공유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시간제보육제도도 넓은 의미에서 틈새 보육의 하나이다. 시간제 보육은 정기적으로 보내는 어린이집과는 달리 보호자가 부득이한 사정이 생겨 일시적으로 보육이 필요할 때 활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핵가족화로 시간제보육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늘고 있다. 2013년만 해도 부산에서 시간제보육을 하는 기관은 1곳에 불과했으나 지난해에는 9곳으로 늘어났으며, 올해는 11곳이 추가돼 총 20곳으로 급증했다. 서비스 기관 대부분은 어린이집이며, 부산진구·사상구·부산광역시육아종합지원센터에서도 시간제보육실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 기관은 1, 2개 교실을 시간제보육실로 따로 운영중이다. 이용자는 전화나 인터넷으로 예약하면 된다. 비용은 시간당 4000원이지만 기본형이냐 맞벌이형이냐에 따라서 최고 75%까지 지원된다. 보통 교실마다 3, 4명씩이 꾸준히 이용 중이며 지난달 기준 전체 사용 건수는 553건이다.

부산시육아종합지원센터 오인숙 육아지원팀장은 "우리 아이 보육맘 사업은 노하우를 가진 선배 엄마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다른 엄마들과 아이를 함께 키운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시간제 보육도 영아를 키우는 엄마들에게 일시적인 보육을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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