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후 부산대 교수회관에서 전국거점국립대학교 교수회 연합회 총회가 열리고 있다. 강덕철 선임기자 kangdc@kookje.co.kr

- 행·재정적 불이익 받을 수도
- "정치권·지역사회 도움 필요"

고현철(54·국어국문학과) 교수가 투신자살한 지 사흘 만에 부산대 대학본부와 교수회가 총장 직선제 추진에 전격 합의했지만(본지 20일 자 1면 보도) 앞으로 학교가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하다. 간선제를 요구하는 교육부와의 충돌이 불가피해 앞으로 험난한 가시밭길이 예고돼 있다.

부산대가 전국 39개 국립대 중 유일하게 총장 직선제로 회귀하면서 당장 우려되는 것은 총장 공백 사태다. 직선제를 통해 차기 총장을 선출한다 하더라도 교육부가 임명제청을 해줄지 불투명하다. 보통 국립대는 선거 절차를 통해 임용제청 후보자 1, 2순위를 선정한 다음 교육부가 임명제청을 통해 총장이 최종 임명되는 방식이다. 교육부가 이를 거부, 임명제청을 하지 않으면 당장 국립대는 총장 공백 사태를 겪는다. 지난 17일 김기섭 총장이 고 교수 투신의 책임을 지고 사퇴함으로써 이미 시작된 총장 공백 기간이 연장될 여지가 상당하다.

교육부가 국립대 선진화 방안이라는 이름으로 직선제를 폐지해놓고 간선제로 선출한 총장조차도 임명제청을 하지 않은 경우로 미뤄볼 때 부산대 총장 공백 사태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경북대 공주대 한국방송통신대 등 다른 국립대는 간선제로 총장을 선출해 놓고도 교육부가 임명제청을 해주지 않아 1년 안팎의 총장 공백 사태를 빚고 있다.

교육부가 휘두를 행·재정적 불이익도 앞으로 부산대가 감내해야 할 짐이다. 직선제를 고수했던 2012년 부산대는 교육부가 지원하는 교육역량강화사업에서 탈락해 60억 원 상당의 재정지원을 받지 못했다. 이러한 영향으로 부산대는 간선제로 학칙을 개정한 바 있다. 부산대가 교육부로 받는 재정지원 사업은 지난해 기준 두뇌한국(BK)21+ 사업, 지방대학 특성화사업(CK-1), 산학협력 선도대학(LINC), 고교교육 정상화 기여대학, 지역선도대학 육성사업 등 298억 원 규모다. 올해 '잘 가르치는 대학(학부교육 선도대학·ACE)'에 선정돼 4년간 80여억 원 지원이 추가되는 등 300억 원이 넘는 국책사업이 중간 탈락 등 불이익으로 다가올 수 있다. 이처럼 부산대는 교육부의 행·재정적 지원 중단에 따른 피해를 감수하더라도 직선제를 선택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렇다고 교육부가 달라질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지난 19일 국회에서 황우여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국립대 총장 직선제 폐지를 재고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야당 의원들의 지적에 "여러 논의를 거쳐 신중히 검토하겠다"며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황 부총리는 이어 "교육·연구 분위기가 훼손될 정도로 과열되고, 학내 분열에 이르는 인사 등 행정적 비효율성 같은 총장 직선제의 여러 가지 폐단이 있기 때문에 국립대 선진화 방안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부산대가 받을 교육부의 압력에 대항해 정치권과 지역사회가 힘을 모아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교육부가 재정지원을 무기로 한 부당한 압력을 중단하고, 대학 구성원의 자율과 선택에 따라 총장을 선출하게 현행 직선제를 보완하고 강화할 수 있도록 시민사회가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