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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의 꿈…유라시아 특급 달린다 <6> 뜨거웠던 통일 토론회

1만4400㎞ 대장정 피날레…"한반도 통일은 시대 과제" 한목소리

  • 김화영 기자 hongdam@kookje.co.kr
  •  |   입력 : 2015-08-02 20:44:12
  •  |   본지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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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라시아 친선특급에 승선한 대학생들과 독일 대학생들이 지난달 31일(이하 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알리안츠포럼에서 한반도 통일에 대한 토론회를 갖고 있다.
- 서구 문물 수용 바빴던 우리가
- 러·유럽에 한류 전파 벅찬 감동

- 북한 통과하지 못해 가슴 아파
- 하루 빨리 남북철도 연결 필요

- 통일은 싫어도 열어야하는 상자
- 두번째 경제기적을 위한 밑거름

- 하나된 독일을 타산지석 삼아
- 통일 불안·부작용 최소화해야

지난달 30일 폴란드 바르샤바를 출발해 독일 베를린으로 향하는 유라시아 친선특급 열차 안에서 윤병세(왼쪽 두 번째) 외교부 장관이 대학생들과 통일을 주제로 간담회를 하는 모습. 연합뉴스
"올해 광복 70주년의 과제는 통일입니다. 끊어진 남북철도 연결이 그 첫걸음입니다."

지난달 14일 첫 기적을 울린 유라시아 친선특급 원정대가 지난달 31일 목적지인 독일 베를린에 도착했다. 러시아·중국·몽골·폴란드·독일 5개국을 거치면서 만난 해외동포와 석학들은 "통일은 한반도의 두 번째 경제 기적을 위한 밑거름"이라고 입을 모았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원정대원들과의 간담회에서 "유럽이 하나로 통합되는 과정에서 유레일 패스가 나왔다. 우리도 코레일 패스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철도공사 야쿠닌 사장은 "철도는 '문명 전달자'이다. TKR(남북종단철도)-TSR(시베리아 횡단철도)만 연결해도 북한에 큰 변화가 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제신문 취재팀은 지난달 30일 세대별 원정대 대표 3명을 객실로 초대해 '한반도 통일'에 대한 미니 토론회를 열었다. 세종대 국제학부 1학년 김보민(여·20) 씨와 동국대 문예창작과 졸업생 윤승철(27) 씨가 청년층을 대표해서 나왔다. 최고령인 이병무(66) 교수는 가을학기부터 운영되는 평양과학기술대 치과대학의 설립자이다.뜨거웠던 통일 토론회 미국에서 30년간 치과의사를 했다.

-유라시아 대장정에 참가한 계기는.

국제신문이 마련한 토론회에서 윤승철·이병무·김보민(왼쪽부터) 씨가 대화를 나누는 장면. 김화영 기자
▶김보민=아직 한반도 통일이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의 의미를 잘 모른다. 솔직히 시베리아를 횡단하며 추억을 쌓고 싶었다. 러시아 하바로브스크에서 이르쿠츠크까지 62시간 열차를 탔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씻지 못해 모두가 꼬질꼬질해졌다. 페트병을 잘라 바가지를 만들어 머리를 감으며 '생존'하는 법을 터득하기도 했다(웃음).

▶이병무=처음엔 시베리아 여행을 즐기고 싶은 마음이 컸다. 한편으로는 단절된 남북의 연결고리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다. 블라디보스토크 공항에 내렸을 때 복잡한 감정을 느꼈다. 남한에서 열차로 북한을 통과하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윤승철=경상북도가 2013년부터 주최한 육상·해상 실크로드의 '청년대장'을 지낸 적이 있다. 세계 4대 극지 마라톤인 이집트 사하라 사막과 남극 마라톤도 완주했다. 유라시아 대륙을 가르는 '철의 실크로드'까지 모두 주파하고 싶었다.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K-POP에 열광하는 현지인들을 보고 전율을 느꼈다. 외래문물을 수용하기 바빴던 우리가 이제 문화를 수출하고 있었다. 유럽의 한류는 감동이었다.

-한반도 통일에 대한 생각은.

▶윤승철=러시아 벨라루스 브레스트 중앙역에서 봤던 대차교환은 충격적인 장면이었다. 러시아 철도는 대차(열차바퀴)가 광궤(1520㎜)를 사용하는 반면 한국과 유럽은 표준궤(143㎜)를 사용하기 때문에 유럽 철도의 진입로인 벨라루스에서 대차교환을 한다고 했다. TKR과 TSR 연결을 추진하면서 동시에 기술적 준비도 철저히 해야 할 것 같다.

▶김보민=저 또래는 통일에 관심이 적다. '통일하면 세금 폭탄 맞잖아'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인식의 개선이 중요하다. 중국에서 국제학교 다닐 때 탈북한 친구를 만난 적이 있다. 옷차림이 남루해 눈물이 났었다. 우리 세대에 통일을 꼭 해야 할 것 같다. 이산가족 상봉도 해결해야 한다.

▶이병무=(윤·김 씨를 보며) 젊은 친구들이 기특하다. 우리부터 통일 이야기를 자주 하고 시야를 넓혀나가자. (통일에 대한) 경제적 계산보다 중요한 것은 따뜻한 마음이다.

▶윤승철=우리는 좁은 열차에서 금세 친해졌다. 객차마다 소규모로 이야기꽃을 피웠다. 여기서 작은 통일을 이룬 셈이다. 진짜 통일도 마찬가지 아니겠는가. 두 정부가 한 번 만나서 도장 찍는 것으로는 안된다. 크고 작은 민간 교류가 활성화돼야 통일이라는 더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다.

서울대와 베를린자유대 재학생 16명도 지난달 31일 독일 브란덴부르크문 알리안츠 포럼에서 한반도 통일을 주제로 토론을 벌였다. '나에게 통일은 ○○이다'라는 몸풀기 주제를 제시하자 주서희(여·24·서울대 독문4) 씨는 '통일은 난초'라고 적어냈다. 그는 "난은 키우기 어려운 식물이다. 물과 햇빛의 양을 잘 조절하고 적당한 온도를 유지해야 한다. 통일도 마찬가지다. 제대로 신경써야 통일이라는 꽃을 피울 수 있다"고 했다.

'라도판의 상자'라고 쓴 대학생도 있었다. 그는 "판도라를 거꾸로 썼다. 판도라 상자는 열고 싶지만 열면 안 되는 거다. 반대로 통일은 열고 싶지 않더라도 끝내 열어야 하는 것"이라며 "많은 어려움이 따르겠지만 통일은 한반도와 국제 평화를 위해서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에버하르트 홀트만 독일 할레대 사회과학연구소장은 "한국이 독일의 경험을 타산지석 삼아 통일 과정에서 나타나는 부작용과 불안을 잘 극복하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 19박20일을 달려 종착지 베를린 도착, 목 터져라 "우리의 소원은 통일~" 합창

- '통일 성지' 브란덴부르크문까지
- 풍물패 앞세워 2㎞ 거리 행진
- 폐막 음악회로 일정 모두 끝내

유라시아 친선특급 원정대원들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6·17거리에서 브란덴부르크문까지 한반도 통일을 기원하며 행진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반도 통일의 염원을 싣고 1만4400㎞를 달린 유라시아 친선특급 원정대가 2일 독일 베를린에서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베를린 6·17 거리에 집결한 원정대원 250명은 풍물패의 길놀이를 앞세워 2㎞ 떨어진 '통일의 성지' 브란덴부르크 문까지 행진했다. 6·17 거리는 1953년 공산주의 독재에 저항하는 대규모 시위가 열린 동베를린 중심가다.

안중근 의사의 6촌 손녀 안현민(여·22·경북대 성악과)씨와 고 손기정 선수의 외손자 이준승(48) 손기정기념재단 사무총장은 1936년 베를린올림픽 당시 안 의사의 사촌동생 안봉근 선생이 살던 집터를 찾아 눈길을 끌었다. 이 사무총장은 "일본이 올림픽 역대 최고 성적과 차기 올림픽 개최를 기념해 대대적 축하연을 열던 그 시각, 손기정·남승룡 선수는 이곳에서 두부와 김치를 놓고 한국인만의 승축회를 가졌다"고 설명했다.

저녁에는 한반도 통일기원 리셉션이 브란덴부르크 문 알리안츠 포럼에서 열렸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축사에서 "친선특급이 러시아·중국·몽골·폴란드·독일 5개국을 거치는 동안 원정대원들은 현지 주민과 친구가 됐다. 유라시아가 하나의 대륙임을 실감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우리는 북녘땅에 끊어진 철도와 도로가 다시 달리고, 사람과 물자가 자유롭게 넘나들면서, 자유와 번영이 넘치도록 만들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리셉션에는 로타르 드 메지에르 전 동독 총리도 참석해 축사를 했다. 동독의 처음이자 마지막 총리인 드 메지에르 전 총리는 "한국의 (한독통일자문위원회) 동료 위원들이 나를 만나면 늘 '통일 비용이 너무 높다. 통일이 너무 비싸다'고 말한다. 맞는 말"이라면서도 "그러나 이는 미래를 향한 투자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독일은 미래를 향한 투자를 통해 수확을 거뒀다. 옛 동독 지역 경제는 재건돼 성장하고 있다. 독일연방정부는 올해 처음으로 부채 '0'으로 재정균형을 이룰 수 있었다"고 말했다. 드 메지에르 전 총리는 "이것을 독일의 두 번째 경제 기적이라고 말한다"면서 "저희는 한국 역시 통일을 통한 두 번째 경제 기적을 이룰 것으로 믿고 있다"고 덧붙였다.

폐막 음악회에서는 한복 디자이너 권진순(여·66) 씨가 통일 염원을 담은 천조각 1000여 개를 한 땀 한 땀 이어 만든 대형 태극기를 선보였다. 무대 앞에 펼쳐진 대형 태극기와 함께 유라시아 친선특급 원정대는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합창함으로써 19박 20일 동안의 일정을 마무리지었다.

유라시아 대장정에 동행한 새누리당 이헌승(부산진구을) 의원은 "하루빨리 남북철도가 연결돼 많은 청년이 부산에서 북한을 거쳐 러시아·베를린까지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기를 빈다"고 말했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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