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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9일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린 '2015 케이팝 페스티벌' 현장. 한류팬들이 한국의 아이돌 그룹 '보이프랜드' 공연을 보며 환호하고 있다. 외교부 제공 |
- 폴란드서 열린 한국 아이돌 공연
- 2000 좌석 예매 하루 만에 매진
- 러시아서 가진 우정의 문화마당
- 불고기·비빔밥 맛보려 긴 행렬
- 모스크바에 있는 한민족학교
- 한국어·문화는 필수과목 교육
-'한국인' 자긍심 오롯이 간직
- 오늘 종착역 독일 베를린 도착
- 조수미 등 출연 대규모 음악회
지난 15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출발한 '유라시아 친선특급' 열차가 29일 폴란드 바르샤바에 도착했다. 1만 ㎞가 넘는 대장정은 곧 유럽에 뿌리내린 '한류'와의 동행이기도 했다.
■유라시아에 한류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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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려인 3세이자 러시아 국민가수로 평가받는 최 아니타가 28일(현지시간) 모스크바 롯데호텔에서 열린 '재러 동포와의 만남' 행사에서 축하공연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지난 29일 폴란드 바르샤바 팔라디움(Palladium) 극장. 올해로 5회째인 케이팝(K-pop) 페스티벌의 열기가 후끈 달아올랐다. 한국의 아이돌 그룹 '보이프랜드'의 공연을 보려는 인파에 2000여 좌석은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입장 티켓은 예매 하루 만에 매진됐다. 외교부 김창범 본부대사는 "한류에 대한 폴란드인들의 관심이 대단하다"면서 "문화는 세계의 젊은이들이 가장 친근하게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말했다.
케이팝의 인기는 러시아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22일 러시아 노보시비르스크 시내 중심 노동광장에서 만난 앙겔리나(18) 양은 7인조 댄스그룹을 직접 결성할 만큼 케이팝을 사랑한다. 갓세븐(GOT7)과 방탄소년단(BTS)의 '광팬'인 앙겔리나는 "러시아 음악과는 다르게 노래에 맞춰 다같이 춤을 출 수 있다는 점이 케이팝의 제일 큰 매력"이라며 "친구들의 권유로 케이팝을 들었다가 푹 빠졌다"고 말했다.
이날 열린 '한·러 우정을 위한 문화마당'에서는 불고기와 비빔밥을 맛보려는 러시아인들로 긴 줄이 만들어졌다. 노보시비르스크 대학 동양학부 학생인 스베타(여·22) 씨는 "처음에는 일본에 대한 관심이 컸지만, 빅뱅을 좋아하게 되면서 한국어 공부에 더 열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원조 한류'는 전설의 록가수인 빅토르 최이다. 그의 노래는 페레스트로이카(개혁개방)의 정신적 토대였다. 고르바초프의 개혁에 영향을 준 5인 중 한 명으로 꼽힐 정도였다. 한인 2세 어머니를 둔 빅토르 최는 내한 공연을 50일 앞둔 1990년 광복절날 의문사로 생을 마감했다. 그의 나이 28세. 모스크바 예술의 중심가 아르바트 거리엔 아직도 그를 추모하는 벽이 설치돼 있다.
아니타 최는 빅토르 최의 계보를 잇는 한국계 가수. 1998년 러시아 대중음악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상인 '프레각어상'을 받기도 했다. 지난 28일 모스크바 롯데호텔에서 열린 '재러 동포와의 만남 행사'에서 특별공연을 한 그는 "(염색 탓에) 제 머리 색깔이 노랗다고 여러분과 다르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뿌리는 검습니다. 우리 모두 김치를 즐기는 한국인입니다. 흩어진 민족이 모두 하나되는 날까지 노래하겠습니다"고 말했다.
그는 1990년 초 생사조차 몰랐던 가족을 서울에서 찾았다. 동대문시장에서 첫 싱글음반 발매 자금 마련을 위해 옷 장사도 했다. 그가 이날 부른 노래 제목은 '동쪽을 향해'. 고향을 그리워하는 한인 동포의 애환을 담았다고 소개하자 유라시아 친선특급에 탄 250명의 원정대원이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한국인 긍지 느끼며 사는 동포들
러시아의 수도 모스크바 중심가에는 '1086한민족학교'가 있다. 1학년부터 11학년까지의 정규과정 가운데 한국어와 한국문화는 필수 과목이다. 1992년 이 학교를 설립한 이는 고려인 4세인 엄넬리(여·72) 씨. "한국서 한복을 가져와 소개했더니 고려인 후손 수백여 명이 서로 만져보려고 아우성이었습니다. '자신의 뿌리에 대한 관심이 저렇게 크구나'라는 생각에 눈물이 났어요." 현재 이 학교 전교생 600명 가운데 고려인 등 한국계는 절반 정도. 엄넬리 씨는 "한국의 대기업에 입사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우리 학교에 입학하는 러시아 학생이 많다"고 설명했다.
1970년부터 파독 간호사로 활동했던 신은실(여·66) 씨는 지난 29일 모스크바 벨라루스 역에서 친선특급 열차에 합류했다. 6년 전 한국으로 돌아왔지만, 젊은 시절의 눈물과 땀이 서린 독일을 다시 찾고 싶어서다. 신 씨는 1970년 독일로 떠났다. 박봉인 공무원 월급으로 7남매를 키우는 아버지의 삶이 너무 고단해보여 맏딸로서 짐을 덜어주고 싶었다. 3년만 일하고 귀국하려 했지만, 독일 남자와 결혼해 자녀를 낳고 산 것이 39년 세월이었다. "이방인이라는 차별적 시선을 버티게 한 것은 가족과 조국이었요. 한순간도 내 뿌리가 대한민국이라는 걸 잊어본 적이 없습니다."
31일 유라시아 친선특급 행사의 종착역인 독일 수도 베를린의 브란덴부르크 문 앞에서는 대규모 야외음악회가 열린다. 독일 통일 25주년, 2차 세계대전 종전 70주년, 광복 70주년을 기념하는 의미도 가진 이번 음악회에는 조수미, 백건우, 김덕수 사물놀이패가 공연을 한다.
임준희 작곡의 '한강 칸타타' 연주에 이어 소프라노 조수미가 아리아 '내 조국의 노래여'와 '아리랑 판타지'를 들려주고 독일인이 가장 사랑한다는 바그너의 '뉘른베르크의 명가수' 1막 전주곡에 이어 피아니스트 백건우가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을 선사한다. 여기에 김덕수 사물놀이패가 사물놀이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마당'을 연주하며 신명나는 국악 한마당을 펼쳐보일 것이라고 한국문화원은 설명했다.
한편 독일의 주요 언론인 '프랭크푸르트 룬트사워'는 30일 "통독의 상징인 브란덴부르크 문으로 남북통일의 염원을 실은 친선특급이 달려오고 있다. 아시아와 유라시아가 하나되는 꿈을 실현하기 위한 게 이 열차의 메시지"라고 보도했다.
# 부산과학기술협, 과학한류 '전도사'
- 고려인 후손·외국인 청년 등에
- 무료 과학기술교육 안내문 전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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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일 러시아 모스크바 주재 한국대사관에서 만난 제랴기나 나제지다 씨가 부산과학기술협의회를 소개하는 안내문을 들고 환하게 웃고있다. 김화영 기자 |
"정말 무료인가요? 어떤 프로그램이 있는지 더 자세하게 알고 싶어요."
지난 27일 러시아 모스크바 주재 한국대사관. 기자가 "부산과학기술협의회(이하 과기협)가 해외 인재들을 대상으로 무료 과학기술 교육을 한다"고 전하자 현지인들의 관심이 쏟아졌다. 모스크바 국립대를 졸업한 제랴기나 나제지다(여·24) 씨는 "대학생 교류 프로그램으로 부산을 방문한 적이 있다. 과학기술도 배우고 부산의 아름다운 바다도 다시 보고 싶다"며 들뜬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과기협이 '과학 한류'에 앞장서고 있다. 부산진구 옛 중앙중에서 '궁리마루'를 운영 중인 과기협은 아시아 개발도상국 청소년과 청년에게 과학교육사업을 진행 중이다. 2012년 4월부터 현재까지 캄보디아와 필리핀 등 아시아 국가에서 200여 명의 학생과 교사가 부산의 선진기술을 배워갔다. 지난해 7월에는 중국 상해교육청 소속 고교생 20여 명이 이곳을 찾아 3D 프린팅과 CAD(컴퓨터 자동설계) 교육을 받았다.
과기협 손동운 총괄본부장은 기자가 '유라시아 친선특급' 열차에 오르기 전인 지난 13일 "러시아와 몽골 등의 학생들에게도 교육 기회를 제공하고 싶다. 친선특급이 경유하는 나라의 청년들에게 안내문을 전달해달라"고 부탁했다. 기자는 지난 19일 이르쿠츠크에서 열린 '유라시아 대축제'와 지난 15일 연해주 고려인문화센터에서 만난 청년들에게도 안내문을 나눠줬다.
과기협에서는 엔지니어링·소프트웨어(EnS·Engineering and Software)나 스마트폰 앱 제작, 전시물 기획·관리 등을 교육받을 수 있다. 7~15일 진행되는 교육의 비용은 무료. 숙식도 제공한다. 손 총괄본부장은 "고려인 후손들에게 한국의 우수한 소프트웨어 기술을 전수하고 싶다"며 "아시아 개발도상국뿐 아니라 교육을 원하는 나라의 청년이라면 누구나 수강할 수 있다"고 말했다.
모스크바·베를린=김화영 기자hongda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