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횡령 조사받다 잠적 김포서 잡혀
- 檢, 부도잔여금 등 행방 실마리

1999년 부도가 나 부산지역 서민 가계를 초토화한 삼부파이낸스 사태의 자산을 챙겨 도주한 삼부파이낸스 정산법인 (주)CKA 대표 하모(66) 씨가 수년간의 도피생활 끝에 마침내 검찰에 검거됐다. 하 씨는 삼부파이낸스 부도 잔여자금 2000억 원의 행방 등 사건의 열쇠를 쥐고 있는 인물로, 하 씨가 검거되면서 3만여 명에 달하는 부산지역 피해자들의 피해 회복에도 관심이 쏠린다.

부산지검 형사3부(부장검사 김동주)는 삼부파이낸스의 부도 잔여자금을 관리하다 빼돌린 혐의(횡령)로 2011년 수배된 하 씨를 구속했다고 14일 밝혔다. 하 씨는 수배된 지 무려 4년 만인 지난 주말 경기도 김포시에서 도피생활을 하다 검찰 수사관에게 덜미를 잡혔고, 이날 법원에서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하 씨는 삼부파이낸스 회장 양재혁(61) 씨가 출소 뒤 부도 잔여자금을 찾으려하는 과정에서 횡령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다가 2011년 잠적했다. 검찰이 하 씨를 검거하는데 성공하면서 부산지역 최대 서민 피해 금융사건의 숙원을 해결했다.

양 씨는 1996년 1월 부산에 삼부파이낸스를 설립한 뒤 '연수익률 30% 보장'이라는 파격적인 조건을 걸고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그러다 삼부파이낸스는 1999년 경영악화로 파산했고, 이로 인해 부산지역 90여 개의 파이낸스사 중 29개가 '삼부 파산'의 여파로 문을 닫았고, 당시 피해액만도 1조5000억 원에 달했다. 삼부파이낸스에 돈을 맡긴 부산지역 등의 투자자 6500명가량의 2280억 원 상당이 순식간에 사라지는 초대형 금융부도 사태였다.

양 씨는 고객투자금 796억 원 상당을 임의로 빼내 개인생활비로 사용하는 등 회사 공금 1100억 원 상당을 횡령한 혐의로 1999년 구속기소돼 징역 4년6월형을 선고받은 뒤 2004년 출소했다. 양 씨는 출소 뒤 경영정상화를 위해 하 씨가 대표인 회사를 설립했다. 양 씨는 이후 2012년 하 씨를 만나러 간다고 한 뒤 잠적해 가족들이 실종신고를 하는 자작극까지 벌여 집행유예형을 받기도 했다.

검찰은 하 씨가 국내를 벗어나지 않고 도피생활을 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검찰은 하 씨를 상대로 삼부파이낸스 자금을 어디에 은닉하고, 사용했는지를 집중 추궁하면서 하 씨의 도피 행각에 양 씨가 모종의 공모를 했는지 등을 집중 수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