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염환자 이송 늑장·우왕좌왕
- 뒤늦게 예방 안내문 발송 뒷북
- 과부하로 진료중단 사태 빚기도
- 대응체계 재수립 되풀이 막아야
- 치료에 필요한 음압병상 태부족
- 의료원 감염내과 전문의사 없고
- 일부 치료장비 빌려 사용하기도
- 부족한 의료인프라 확충 급선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를 겪으면서 부산시의 감염병 대응 체계와 인프라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이에 따라 더 이상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식 형태가 되풀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구멍 '숭숭' 감염병 대응
부산시는 메르스에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며 지난 5월 29일 메르스 대책본부를 꾸렸다. 하지만 확진자도 아닌 의심 환자 발생 단계부터 삐걱대기 시작했다. 의심환자를 가장 먼저 받아야 하는 부산의료원은 정작 지난달 1일이 되어서야 첫 회의에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준비 시간도 늦어져 지난달 2일 격리병상을 준비하고 있던 중에 부산의 첫 메르스 의심환자가 의료원으로 후송되는 일이 발생했다.
두 번째 의심환자를 처리하는 과정에서는 환자를 격리병원으로 후송하기 위해 현장에 나온 보건소 차량의 격벽이 없고, 환자 주소지 관할이 아니라는 이유로 다시 돌아가는 일도 있었다. 시 스스로 "초반 두 명의 의심환자가 만약 확진 판정을 받았다면 문제가 될 소지가 많았다"며 "확진 환자가 발생하기 전에 실전연습을 한 셈"이라고 밝힐 정도로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확진 환자가 발생한 후에도 혼선은 여전했다. 부산의 첫 메르스 환자의 경우 메르스로 의심된다는 의사의 소견에도 불구하고 보건소는 매뉴얼에 맞지 않다는 이유로 차량을 지원하지 않아 환자가 택시를 타고 병원을 가는 일이 발생했다. 또 보건소에서 환자를 직접 방문해 문진하고도 다음 날이 되어서야 병원으로 이송했다.
또 시는 격리병원과 치료병원으로 병원을 구분하면서 부산의료원 한 곳만 격리병원으로 지정해 의료원에 과부하가 걸려 진료가 일시적으로 중단되는 일도 있었다. 일부 지자체는 이미 메르스 사태가 한풀 꺾인 지난달 19일이 되어서야 메르스 안내문을 각 가정에 발송해 뒷북이라는 지적도 일었다.
■부족한 공공인프라
시는 메르스 사태 초기 국가지정 격리음압병상 9개를 확보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메르스 사태가 심각해지자 금세 한계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당장 부산의료원 격리병상부터 동났다. 현재 의료원의 음압병실 구조는 1인실이긴 하지만 화장실을 공용으로 쓰고, 들어가는 입구(전실)도 같아 감염병 전용 병상으로 활용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실제로 의료원에서는 동선이 겹치면 안되는 확진자와 의심환자를 분리하기 위해 일부 병상이 비어도 쓸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대학병원에서 확보하고 있다던 격리병상 역시 메르스 사태 초기에는 사용할 수 없었다. 부산에 첫 확진자가 발생한 지난달 7일 환자 부인이 동아대병원으로 이송됐는데, 정작 병실은 기능보강공사 중이었다. 이에 따라 부인은 격리실에 머물 수밖에 없었고, 검사 결과 음성으로 나오자 집으로 돌아가야만 했다.
지난해 에볼라 사태가 벌어졌을 때 이미 유사한 문제가 드러나 현장에서는 격리 병상이 아닌 병동을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지만 사태가 잠잠해지면서 흐지부지됐다.
감염병 발생 시 선봉에 서야 하는 의료원의 인프라도 열악하다. 이번만 해도 바이러스 검사 장비를 갖춰 놓고서도 이를 가동할 수 있는 음압실험실이 없어 쓰지도 못했다. 의료진도 부족했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의료원에는 감염내과 전문의는 아예 없었고, 감염병전문 간호사도 1명에 불과했다. 일부 치료기기도 없어 대학병원에서 빌려다 썼다.
부산시의회 정명희(새정치민주연합·비례대표) 의원은 "제2의 메르스에 대비해 독립된 격리병동 설치 등 공공의료기관의 지원과 확충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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