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23기 중 12기
- 2030년 이전까지 설계수명 끝나
- 해체 걸음마 단계
- 핵심기술 38개 중
- 현재 17개만 국산화

- 원자로 분해 과정
- 피폭 위험 큰 탓에
- 로봇기술 사용 필수
- 전세계 폐로 149기
- 19기만 해체 완료
- 美·獨·日만 참여 경험

국내 1호 원자력발전소인 고리 1호기가 2017년 6월 18일 영구정지된다. 우리나라는 아직 상업용 원자로 해체 경험이 없다. 연구용 원자로를 해체한 것이 전부다.

현재 국내에서 가동 중인 23기 중 12기의 설계수명이 2030년 이전에 끝나는 만큼 기술 국산화가 시급하다. 울산과학기술대 염영일 원자력공학부 명예교수는 지난달 열린 '원전 해체 융합기술 국제 워크숍'에서 "원자로 시설을 분해하는 '절단'은 피폭 위험이 크기 때문에 반드시 로봇을 활용해야 하지만 기술은 초보단계다. 민관이 힘을 모아 세계 시장을 선도할 기술력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트리가' 해체가 유일한 경험

해체는 원자로 영구정지·냉각기를 거쳐 방사성물질 제염과 구조물 해체 순으로 진행된다. 원자로를 식히는 데만 5년 이상 걸리기 때문에 실제 고리 1호기 해체는 원자력안전위원회의 해체계획서 승인이 나는 2022년 6월께 시작될 전망이다. 건물 표면의 오염을 제거하고 토양을 자연상태로 완전히 복원하기까지는 30~40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1967년에 영구정지된 미국 CVTR 원전은 완전 해체에 42년이 걸렸다.

우리나라의 해체 기술은 세계적인 수준인 발전소 설계·건설 기술 분야와 달리 걸음마 단계다. 정부 원자력진흥위원회에 따르면 핵심 기반기술 38개 중 17개만 국산화됐다. 고준위 폐기물 안정화나 우라늄 폐기물 처리 기술 개발은 아직 연구 중이다.

원자로 폐로 경험도 상업용의 수백분의 1 크기인 연구용 1기가 유일하다. 옛 한국원자력연구소에서 가동되던 연구용 원자로 '트리가 마크3'은 1972년부터 1995년까지 24년 동안 가동되다 해체됐다. 발전용량이 2MW에 불과한 소형 원자로였는데도 해체 기간은 1997년부터 2009년까지 12년이 걸렸다. 비용도 170억 원이 투입됐다.

발전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은 고리 1호기 해체계획서를 2018년 7월까지 마련해 제출해야 한다. 해체계획서에는 주민 의견 반영뿐 아니라 ▷해체 전략·방법 ▷해체 과정 중 방사선 재해 방지조치 ▷방사성물질 제거 방법 ▷방사성폐기물 처리·처분 방법이 담긴다. 자력으로 해체 기술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외국에서 사와야 한다. 고리 1호기 해체 작업을 하면서 기술 개발과 주민 수용성 확보까지 동시에 추진해야 하는 셈이다.

■2021년까지 국산화율 100% 목표

정부는 2021년까지 1500억 원을 투자해 100% 해체 기술 국산화를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원자력 해체기술 종합연구센터' 건립을 위한 예비타당성 조사를 시작했다. 2016년 설계에 들어가 2019년까지 완공하는 것이 목표다.

현재 해체 기술 개발은 한국원자력연구원이 주도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모든 해체 공정을 가상의 디지털 3차원 공간에서 구현해볼 수 있는 '해체 시뮬레이터' 기술을 개발하기도 했다.

해체 과정에서 천문학적 방사선이 누출되기 때문에 첨단 로봇기술도 필요하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지난 3월 영국과 원자력 해체 기술 공동연구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두 나라가 선정한 기술 가운데는 원자로 내부로 들어가 오염물질을 회수하고 절단하는 원격제어 로봇기술이 포함됐다.

폐로 산업은 상당한 경제적 파급 효과를 낳는다. 정부는 고리 1호기 해체비용은 6033억 원(2012년 기준)으로 추산한다. 여기다 사용후핵연료 같은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리 비용까지 감안하면 1조 원 이상이 소요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고리 1호기 폐로에 따른 경제적 효과는 생산 유발 효과(5682억원)와 부가가치 유발 효과(2069억원)를 합쳐 총 7751억원으로 추산된다. 또 3798명의 고용 창출 효과와 593억원의 세수 증가도 이뤄질 전망이다. 세계적으로도 영구정지된 원전은 149기에 달한다. 이 중 19기만 해체가 완료됐다. 해체 경험을 가진 나라는 미국(15기) 독일(3기) 일본(1기) 뿐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2050년까지 세계 해체시장 규모를 1000조 원 이상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 9~11일 부산을 방문한 영국 방사성폐기물관리기구(NDA)의 마크 웨어링 매니저는 "일찍 해체산업에 뛰어들수록 다양한 기술과 경험을 축적할 수 있다. 한국도 서둘러야 한다"고 조언했다.


# 美·英 방사선량 감소 수십년 기다렸다 해체

■ 해외 원전 해체는 어떻게

	일본 정부는 2011년 3월 폭발한 후쿠시마 제1원전의 해체 기간을 30년 이상으로 전망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3월 후쿠시마 제1원전 근로자들이 지하수의 방사능 오염을 막기 위해 동토차수벽(얼음벽)을 설치하는 모습. EPA 연합뉴스

우리나라보다 원자력발전소 해체에 일찍 뛰어든 선진국도 천문학적인 비용과 핵심기술 개발이 고민이다.

일본은 2011년 3월 동일본대지진으로 폭발한 후쿠시마 1~4호기 폐로를 위한 '진지 구축' 이 한창이다. 도쿄전력은 2013년 12월부터 사용후핵연료를 꺼내는 폐로의 제1단계 작업을 진행 중이다. 원자로 내부에 녹아내린 핵연료 잔해를 제거하는 데만 10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도쿄전력 측은 "폐로까지 30∼40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장기전을 치를 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원자로 내부는 높은 방사선량 때문에 지금으로선 손을 쓸 수 없는 처지다. 현재의 과학기술 발전 속도로 미뤄 40년 안에는 녹아내린 핵연료를 로봇을 통한 원격조작 방식으로 처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만 하고 있다.

일본 최초의 상업용 원자로인 도카이 1호기는 1988년 3월 가동을 멈추고 2001년 12월 폐로에 나섰지만 지금도 핵심 부분인 원자로 해체는 시작도 못하고 있다. 방사능 폐기물 처분장을 구하지 못한 탓이다. 해체 비용도 천문학적으로 들어 일본원자력발전은 2006년 전체 비용을 885억 엔(약 8000억 원)으로 산정했다. 폐로 작업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원자로와 제어봉 폐기 작업이다. 원자로에 사람이 직접 접근하면 피폭되는 탓에 로봇을 동원해야 한다. 그만큼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 수밖에 없다.

폐로 방법과 기간도 국가별로 조금씩 다르다. 미국은 민간 발전회사들이 영구정지 시점부터 60년 이내에 폐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2013년 폐쇄가 결정된 버몬트양키 원전은 60년에 걸쳐 해체된다. 영국 트로스피닛드 원전은 1993년 철거작업을 시작해 2026년까지 발전 터빈과 원자로 주변 설비를 해체하고 2073년까진 방사선량이 충분히 떨어지도록 기다릴 계획이다. 최종 철거는 2083년에야 마무리된다. 프랑스는 가동 중지 때부터 40~50년이 지난 뒤 해체를 하는 지연해체 방식을 채택했다가 2000년부터 즉시해체로 전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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