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정부가 고리원전 1호기 폐로 권고 방침을 결정하자 부산시청 앞에서 연좌농성을 하던 부산지역 반핵단체 회원들이 기뻐하고 있다. 김성효 기자 kimsh@kookje.co.kr

- "민·관·정 연대 통한 쾌거"

"깨어 있는 부산 울산 경남 시민의 승리다."

정부가 국내 첫 원자력발전소인 고리1호기의 폐로를 공식화한 12일. 부산 시민사회와 여야 정치권은 "민·관·정이 하나가 돼 정부 에너지 정책의 전환점이 될 역사적인 쾌거를 달성했다"고 환영했다. 설계수명이 다한 노후 원자력발전소의 영구정지 결정은 우리나라 역사상 처음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윤상직 장관 주재로 열린 제12차 국가에너지위원회에서 고리1호기의 영구정지를 발전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주)에 권고하기로 결정했다. 1978년 상업운전을 시작해 37년간 가동 중인 고리1호기의 '퇴역'을 공식화한 것이다.

고리1호기는 2007년 6월 18일 설계수명 30년을 채우고 정부로부터 10년간 계속운전 허가를 받아 2017년 6월 18일까지 가동하도록 돼 있다. 2017년 이후에도 계속 운전하려면 설계수명기간 만료일 기준 2년 전인 오는 6월 18일까지 원전 운영사인 한수원이 재가동 신청을 해야 한다. 이날 에너지위의 폐로 결정은 사실상 정부의 입장이나 마찬가지여서 한수원이 신청할 가능성은 작다.

한수원이 고리1호기 영구정지를 최종 결정하면 2018년 7월까지 해체 계획서를 원안위에 제출해야 한다. 이어 2022년 6월 원안위로부터 해체 계획서를 승인받으면 본격적 해체 절차에 들어갈 전망이다.

고리1호기 영구정지에는 부산 시민단체는 물론 자치단체와 정치권까지 단합된 힘이 적지 않은 작용을 했다. 120개 단체가 참가한 '고리1호기 폐쇄 범시민운동본부'는 지난 3월부터 100만 명 서명운동에 나서 여론몰이에 나섰다. 지난해 11월 1일 시작된 탈핵시민걷기행사는 지난 6일까지 30차례가 진행됐다. 서병수 부산시장은 지난해 7월 전국시도지사협의회의 대통령 간담회 때 고리1호기 폐쇄를 건의했다. 부산시의회도 지난해 9월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부산시, 시민단체와 보조를 맞췄다.

여야 정치권도 모처럼 한목소리로 고리1호기 폐쇄를 촉구하면서 활발하게 움직였다. 새누리당은 부산시와 여러 차례 당정협의회를 열고 고리1호기 폐쇄를 위한 전략 마련에 힘을 모았다. 새정치민주연합 부산시당은 2012년 총선부터 고리1호기 폐쇄를 공약으로 채택했다. 올해 1월 중앙당 차원의 원전특별위원회와 별도로 부산시당 차원의 원전특위를 구성하고 시민단체와 연대해 고리1호기 폐쇄 운동을 지속적으로 벌였다.

경성대 김해창(환경공학과) 교수는 "시민과 여론의 힘으로 국내 원전 역사에서 처음으로 가동 영구정지라는 큰 획을 그었다"면서도 "국내 원전 해체기술은 선진국의 70% 수준이다. 해체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준위 폐기물 처리장도 확보해야 한다. 폐로산업이 지역경제를 일으키는 원동력이 되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