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가운데)이 2일 최경환 국무총리 직무대행(오른쪽) 주재로 열린 메르스 관련 긴급 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 첫 환자 있던 병동에 입원
- 같은 병실 아니라는 이유로
- 숨진 50대女·70대와 함께
- 격리·관찰 대상서 빠져

- 뒷북 방역대책에 상황 악화
- 정부 혼선, 민심은 요동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의심 환자 중 첫 사망자가 지난 1일 나온 데 이어 2일 확진 환자 중 1명이 사망하고 3차 감염자까지 발생하면서 정부의 부실한 대응이 도마에 올랐다. 지금까지 정부는 3차 감염자가 없는 만큼 첫 확진 환자가 격리된 후 잠복기(14일간)가 끝나는 3일을 기점으로 확산세가 한풀 꺾일 것으로 예상했으나 3차 감염자가 나오면서 안심할 수 없게 됐다.

■뒤늦은 격리가 화를 불렀다

지난 1일 사망한 S(여·58) 씨의 경우 본인이 메르스 환자인지도 모른 채 숨을 거두었다. 보건 당국이 S 씨가 숨을 거둔 당일에서야 S 씨의 행방을 확인해 검사했기 때문이다.

S 씨는 최초 환자인 A(68) 씨가 처음 입원했던 병원의 같은 병동에 입원해 있던 환자로, 이 시기에 A 씨와 접촉했다. 천식으로 인한 호흡곤란으로 입원한 S 씨는 A 씨가 격리된 후 이 병원을 퇴원한 것으로 보인다. 이때만 해도 S 씨는 A 씨와 다른 병실에 입원해 있었다는 이유로 격리 대상자에 포함되지 않았다.

그 이후 지난달 28일 A 씨와 같은 병동에 입원했던 환자 중 감염 환자가 발생하자 A 씨가 입원했던 병원의 같은 병동 환자에 대한 대대적인 재조사가 실시됐으며, 이때 보건당국은 S 씨의 행방을 수소문했다. 하지만 S 씨와 연락이 닿지 않아 격리 관찰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2일 사망한 F(71) 씨 역시 S 씨와 같은 이유로 격리 대상에서 누락돼 자택에서 머물렀으나 고열증상이 악화돼 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증상 발현 후 3일이나 흘러 지난달 27일이 되어서야 국가지정 격리병상으로 옮겨졌다.

S 씨와 F 씨 모두 바로 격리 대상자가 될 수 있었지만 7~10일 늦게 보건당국의 감시망에 들어온 셈이다.

3차 감염자 역시 뒤늦은 격리가 문제였다. 3차 감염자 2명에게 바이러스를 옮긴 P(40) 씨도 A 씨와 같은 병원의 같은 병동에 입원해 있던 환자다. 하지만 P 씨 역시 F·S씨와 같은 이유로 처음 격리 대상에서 빠졌고, P 씨는 그 이후 다른 병원으로 옮겨 다른 환자들과 한 병실을 쓰다가 결국 이들에게 바이러스를 옮기게 됐다.

■오락가락 발표, 혼란 부추겨

메르스 공포가 급속하게 확산된 원인 중 하나는 정부의 공식 발표가 오락가락해 혼란을 부추겨서이다. 보건당국은 방역 초기 메르스가 치사율은 높지만 환자 1명이 0.6명을 감염시킬 정도로 전파력은 낮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최초 감염자와 함께 병실을 썼던 환자와 보호자만 격리 조치했다. 하지만 이 병원에서만 20명이나 감염되면서 결론적으로 정부의 발표는 거짓말이 됐다.

3차 감염을 막겠다는 약속도 공수표가 됐다. 보건당국은 지난달 29일 "전사적으로 달려들어 3차 감염이 없게끔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발표했다.

특히 3차 감염자는 2차 감염자와 달리 파악하기도 힘들뿐더러 모두 다 격리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따라서 대량 확산의 단초가 될 가능성이 커 이를 막지 못한 정부는 책임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이처럼 정부 입장이 시간에 따라 달라지면서 국민의 반감은 극에 달했다.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에는 "이렇게 무능한 정부는 처음 본다" "언제는 전염성이 낮다면서 어떻게 된 거냐" "괜찮다는 발표를 이제는 못 믿는다"며 정부를 성토하는 댓글이 줄을 잇고 있다.

■과한 공포는 금물

사망자가 발생하면서 공포감이 확산되고 있으나 아직은 호흡기 관련 기저질환 등을 가지고 있는 환자에만 국한돼 있다. S 씨는 천식, 고혈압과 함께 관절염에 의한 스테로이드 약물 복용이 원인인 '의인성 쿠싱 증후군'으로 입원 치료 중이었다. 특히 S 씨는 천식으로 인한 호흡 곤란을 겪고 있었다. 두 번째 사망자인 F 씨 역시 염증성 중증 폐질환인 '만성폐쇄성호흡기질환'(COPD)을 앓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F 씨는 증상이 악화돼 입원치료를 받고 있었으며, 이때 A 씨와 접촉해 감염됐다. 3차 감염자들 역시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던 환자들로, 일반인보다는 면역력이 낮아져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현재 메르스의 확산이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는 정도의 상황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