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 본사를 둔 기업이 프로젝트에 참여할 나노기술 관련 전문가를 찾는다고 한다. 6개월 뒤에 시작된다는데 아직 내게 없는 새로운 나노기술 지식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내 인공지능은 프로젝트에서 필요로 하는 나노기술 관련 교육을 이수해두는 편이 좋겠다고 조언했다. 그러고는 곧바로 관련 교육과정이 있는 '마이크로 칼리지'를 찾아줬다. 요즘은 옛날처럼 초중고교를 졸업하고 대학이나 대학원, 박사과정으로 공부가 끝나지 않는다. 새로운 기술은 매년 등장하고 기술의 발전 속도가 빨라서 공부하지 않고 있다가는 뒤처지기에 십상이다. 필요한 기술이 나올 때마다 공부해서 과정을 이수하거나 학위를 따야 한다. 그 덕분에 1년에 한 번꼴로 평균 3~4개월 기준의 마이크로 칼리지 과정에 입학한다."

'유엔미래보고서 2045'가 예측한 30년 뒤 우리 사회의 모습이다. 여기서 '마이크로 칼리지(Micro College)'라는 중요한 개념이 나온다. 말 그대로 '쪼개진 아주 미세한 규모'의 대학을 말한다. 마이크로 칼리지는 미래 대학의 모습이다.

무슨 황당한 이야기냐고 하겠지만, 요즘 미국 대학교육계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온라인 공개강좌 '무크(MOOC·Massive Open Online Course)'를 보자면 결코 실현 불가능한 예측은 아니다.

이러한 마이크로 칼리지가 활성화하면 교육 소비자는 굳이 특정 대학을 비싼 등록금을 내가며 다닐 이유가 없다. 클릭 한 번으로 누구나 온라인 또는 모바일을 통해 최고급 강의를 듣고, 원한다면 학위도 딸 수 있기 때문이다. 누구나 안방에서 하버드대 교수의 강의를 무료로 들을 수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미래 세상에는 일부 유명 대학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대학이 없어진다는 예언이 과언이 아니다.

미국발 교육혁명의 여파는 우리나라에도 미치고 있다. 교육부는 최근 '한국형 무크(K-MOOC)' 시범사업에 참여할 10개 대학·27개 강좌를 선정했다. 하지만 이번 사업은 수도권 대학이 독식했다. 10개 대학 중 지역 종합대는 부산대가 유일하다. 부산에 15개 4년제 대학이 있지만 무크 사업에는 단 한 곳만 선정돼 미래형 대학 경쟁에서도 밀리고 있다.

이에 따라 부산시 차원의 교육콘텐츠산업 육성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산시가 지원하고 지역대학이 협력해 부산의 명강의를 전 세계에 개방하는 '부산판 무크(B-MOOC)'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부산대 조영복(경영학과) 교수는 "부산대 전교생이 2만 명 정도인데 무크는 강의당 수강생이 수만 명이나 되는 '대박 콘텐츠' 상품"이라며 "교육부와 별도로 부산시가 지역대학 대표 교수와 강의를 공모하고 이를 제작, 무크로 제공함으로써 교육콘텐츠산업 분야를 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무크(MOOC·Massive Open Online Course)

미국 대학 중심의 온라인 공개강좌. 코세라(Coursera) 에드엑스(edX) 유다시티(Udacity) 등 미국 대학 중심으로 전 세계 대학에서 실제로 진행하는 양질의 강의를 온라인 또는 모바일을 통해 들을 수 있도록 개방한 프로그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