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물해체 등 비용도 문제

지난 3일 새벽 일어난 부산 연제구 거제동 중고차매매단지 화재가 미해결 사건으로 남을 가능성이 커졌다. 개방된 공간의 특성상 불이 난 이후 20여 일 동안 화재 현장(사진)의 훼손이 심할 가능성이 높아 화재 감식의 '골든타임'을 놓쳤기 때문이다.

특히 방화이면 화재 원인을 밝힐 수 있는 가능성이 거의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소방안전본부(소방본부) 관계자는 23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화재 이후 강풍을 동반한 비가 연일 내려 화재 당시 유증기가 남아있지 않을 것"이라며 "만약 방화가 화재 원인이라면 이를 밝혀낼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설명했다.

화재 발생 당시 경찰은 방화에 무게를 두고 매매단지 인근 CC(폐쇄회로)TV를 전량 조사한 바 있다. 그 결과 화재 발생 시간대에 매매단지를 출입한 사람은 없는 것으로 확인했지만, 경찰은 현재 방화를 포함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조사하고 있다.

화재 피해자들로 구성된 'A마트 화재피해 비상대책위원회'(대책위) 측이 주장하는 '누전으로 인한 화재'도 시간이 갈수록 증명이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화재 현장 3층 건물이 점점 내려앉아 화재 현장이 훼손될 가능성이 크다.

소방본부 관계자는 "누전은 방화보다 감식이 쉽다"며 "하지만 화재현장이 내려앉으면 어디에서 누전이 시작됐는지를 찾기 힘들다"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만약 차량 내부에서 발화했다면 감식이 쉬울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상황은 이렇지만, 감식은 아직 시작도 못 했다. 화재 현장의 정밀 감식을 위해서는 불이 나 내려앉은 건물을 뜯어내야 한다. 하지만 그 비용이 많게는 수십억 원에 이를 수 있어 누구도 쉽사리 나서지 못한다.

게다가 업주와 대책위가 보상 문제로 대립하고 있어, 경찰도 손을 대지 못하고 화재 현장은 흉물로 방치되고 있다. 지난 15일 대책위 측은 업주에게 보상을 요구하며 화재 현장부터 부산시청까지 행진했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과 소방 등 감식 기관은 준비가 끝난 상태"라며 "화재 잔해 내부를 볼 수도 없는 상황에서 최대한 빨리 철거하고 감식에 나서는 것이 화인을 밝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