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 건강지표와 관계

- 당뇨 진단 경험률 전국 1위
- 고위험 음주 19.5% 압도적
- 지역 흡연율도 평균比 높아

④ 빈곤과 연관성

- 가구당 소득, 7대 도시 최저
- 보건취약 톱 10에 부산 6곳
- 지역 저소득 위험 상시 노출

결핵 발생률은 도시의 역사나 인구분포 못지 않게 사회·경제적 환경과 건강지표에 영향을 받는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결핵 환자의 95%가 개발도상국에 산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결핵 발생률 1위인 한국은 아직 전염병 후진국이다. 부산은 특히 건강지표가 특별·광역시 중 최악 수준이다. 한국건강증진재단이 지난해 선정한 보건취약지역 상위 10위권에 부산 자치단체 6곳(영도·북·강서·동·사상·사하구)이 포함됐을 정도다.

■ 최악의 건강지표와 결핵

당뇨병과 흡연은 결핵환자에게 치명적이다. 2011년 질병관리본부가 건강검진 자료를 이용해 폐결핵 발생률을 조사했더니 상관 관계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2006~2008년 건강검진 흉부 X선 정상 판정을 받은 모집단 490만2453명의 결핵 발생률은 인구 10만 명당 연간 119.3명로 조사됐다. 남성이 131.5명으로 여성(101.5명)보다 30명이나 높았다. 연령별 발생률은 20대 98.0명에서 75세 이상 연령군은 503.2명으로 급증했다.

당뇨병력이 있는 건강검진 대상자의 결핵 발생률은 175.2명으로 당뇨병력 없음(112.1명)을 압도했다. 흡연력에서는 고흡연자의 발생률이 163.9명으로 비흡연자(113.1명)를 크게 앞질렀다. 해외에서는 당뇨병 환자의 결핵 발생률이 두 배 이상 높다는 연구결과도 발표된 적이 있다.

소량 혹은 중간 정도 음주자의 결핵 발생률은 10만 명당 각각 107.8명과 102.5명으로 비음주자의 124.7명보다 오히려 낮았다. 반면 술자리에서 7잔(여성은 5잔) 이상을 마시는 고음주자의 발생률은 139.8명으로 크게 높았다. 질병관리본부는 "약간의 음주는 결핵 예방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여 저음주군의 결핵 발생률을 낮췄을 가능성이 있다. 고음주군은 결핵에 취약하다"고 분석했다.

부산은 7개 대도시 중 건강지표가 하위권에 속한다. 부산복지개발원이 지난 3월 부산시 의뢰로 발간한 '제6차 지역의료보건계획'에 따르면 평생 당뇨병을 진단받은 경험률은 부산이 인구 10만 명당 7.6명으로 대전과 공동 1위였다. 흡연율은 24.3%로 전국 평균(23.9%)에 비해 다소 높았다. 당뇨병 진단 경험자의 흡연율 역시 21.7%로 대구(22.1%)에 이어 2위였다. 고위험 음주율은 19.5%로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다.

인구 10만 명당 암 사망률 역시 부산은 115.5명으로 울산·광주 다음으로 높았다. 심장질환 사망률은 50.6명으로 2위 서울(25.7명)에 비해 배가량 많았다. 반면 걷기 실천율은 42.8%로 서울(55.9%) 대전(50.3%) 인천(48.9%)에 이어 4위에 그쳤다.

■ 빈곤이 결핵을 부른다

WHO의 '2014 결핵보고서'를 보면 결핵환자는 아시아·아프리카에 집중돼 있다. 인도(230만 명) 중국(100만 명) 남아공(49만 명) 인도네시아(45만 명) 파키스탄(40만 명)을 포함한 22개 나라가 결핵 환자의 81%를 차지한다. 대한결핵협회 정근 회장은 "1990년대 초 미국 뉴욕시의 취약계층에서 난치성 결핵인 다제내성 결핵 발생률이 두드러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우리나라도 빈곤층의 결핵 발생률이 높다"고 말했다.

2006~2008년 건강검진 대상자의 소득과 결핵 발생률도 상관관계가 뚜렷했다. 건강보험료 납부액을 기준으로 나눈 5개 구간 가운데 최하위 집단의 발생률이 10만 명당 127.8명으로 가장 높았다. 최하위 소득 구간을 다시 5개 집단으로 나눠도 결과가 비슷했다. 건강보험료 하위 3%가 전염병에 가장 취약한 것이다. 보험료를 전혀 납부하지 않는 저소득층의 결핵 발생 위험도는 더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부산의 가구당 소득은 7대 특별·광역시 중 가장 적다. 통계청의 '2014년 가계금융·복지 조사 결과'에 따르면 부산의 한 가구가 2013년에 벌어들인 평균소득은 4219만 원으로 1위 울산(5637만 원)보다 1418만 원 적었다. 가구당 소득을 일렬로 늘어놨을 때 한가운데 위치한 '중앙값'은 부산이 전국 16개 시·도 중에서 전남·제주에 이어 3번째로 낮았다. 부산의 중앙값은 3258만 원으로 평균소득과 961만 원 차이가 났다. 중앙값과 평균소득의 차이가 클수록 불평등이 심하고 저소득층이 많다는 의미다. 7대 도시 중에서 부산은 평균소득과 중앙값의 차이가 서울에 이어 2위였다.

직장 건강보험 가입률도 부산은 하위권이다. 2013년 4월 64.7%에서 지난해 4월 67.6%로 2.9%포인트 높아졌지만 순위는 7대 도시 중 6위를 벗어나지 못했다. 결핵이 선진국에서 후진국으로, 일반 인구집단에서 취약집단으로 이동하고 있는 셈이다.


# 10세 이후 예방접종 효과 적어 건강 과신 안돼

- 흉터 남는 불주사 접종부진
- 지역환자 증가 원인 주장도

결핵 예방접종(BCG)을 맞았다고 해서 100% 안전한 건 아니다. BCG는 발병 자체보다 주로 소아의 중증 결핵(속립성 결핵이나 결핵성 수막염)을 예방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심각한 결핵으로 발전하는 것을 예방할 뿐 근본적으로 차단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2013년 기준 인구 10만 명당 결핵 신환자가 0~15세 2.8%에서 15~19세 37.2%로 크게 증가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질병관리본부는 "BCG는 10세 이후의 결핵이나 폐결핵을 예방하는 효과는 매우 적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대한결핵협회는 젊은 층이 결핵에 걸리는 원인으로 ▷단체생활을 많이 하고 ▷건강을 과신해 검진을 제대로 받지 않거나 ▷실내 생활을 오래하고 ▷공부·취업준비 등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최근에는 접종방식인 주사형(피내형·일명 불주사)과 도장형(경피형)을 둘러싼 논란이 벌어졌다. 약사 출신인 부산시의회 정명희(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난 2월 열린 부산시 건강체육국 업무보고에서 "효과가 뛰어나지만 흉터가 남는 주사형 접종률이 다른 시·도에 비해 터무니없이 낮다. 접종 방법이 부산의 결핵환자 수가 많은 절대적 이유는 아니지만 하나의 원인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 의원이 부산시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부산은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7대 도시 주사형 접종 현황에서 4년 연속 꼴찌를 기록했다. 지난해에도 전국에서 가장 낮은 33.5%에 그친 반면 인구 10만 명당 결핵환자 수가 가장 적은 대전은 49.3%를 기록했다.

부산이 유독 주사형 예방접종률이 낮은 이유는 보건당국의 허술한 행정과 관련이 있다. 부산지역 16개 보건소는 매주 수요일 단 한 차례 주사형 BCG 접종을 하고 있다. 그것도 오전 9시부터 11시30분 사이에 최소 8명이 모여야 접종할 수 있다. 주사형 접종 투약 1통의 용량이 10명분이기 때문에 최소 8명이 모여야 접종해 줄 수 있다는 것이 부산시의 설명이다. 이렇다 보니 주사형 접종을 하고 싶어도 시간을 맞추지 못하거나 함께 주사를 맞을 아이들이 없어 어쩔 수 없이 병·의원에 가서 7만∼10만 원에 이르는 도장형 접종을 받는 형편이다. 부산 북구의 경우 67곳의 보건소 위탁병원 가운데 주사형 접종을 하는 곳은 단 1곳에 불과하다. 해운대구(58곳) 사상구(26곳) 수영구(20곳)는 주사형 접종을 하는 곳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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