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손가락을 뜻하는 digit에서 온 digital은 원래 열 개다. 십진법이다. 그런데 요즘 디지털은 두 개로 이루어졌다. 0과 1. 이진법(二進法)이다.

이진법의 기원은 5000여 년 전 태호복희 씨다. 그가 만든 주역의 8괘 및 64괘는 음양을 나타내는 '- -', '―' 두 개의 기호로 되어 있다. 기호가 아닌 숫자 이진수(二進數)의 기원은 약 350년 전 수학자 라이프니츠부터다. 이진수는 모든 숫자를 0과 1 두 개로 나타낸다. 0은 0, 1은 1, 2는 10, 3은 11, 4는 100, 5는 101로 쓴다. 모스는 '·'과 ' ―' 단 두 개의 신호만으로 문장을 전달하는 모스 부호를 발명했다.

외계인에게 보내는 아레시보 메시지도 이진수로 되어 있다. 마침내 이진수를 본격적으로 쓰는 일이 시작되었다. 주인공은 영국의 알란 튜링. 그는 괴델의 불완전성 정리를 접하고 무엇이 불완전한 명제인지 알고자 머릿속 연산장치인 튜링 머신을 고안했다. 이진법 체계로 작동하는 인류 최초 컴퓨터 세상이 열린 획기적 역사다.

이로써 만들어진 콜러서스 컴퓨터는 독일군 암호를 풀어 2차대전 승리에 공헌한다. 이후 진공관을 대체하는 반도체가 발명되었다. 반은 안 통하고(0) 반은 통하는(1) 반도체(半導體)는 0과 1로 이루어진 이진수 데이터를 처리한다.

이에 따라 이산(離散) 수학이 생겼다. 미분 수학에서는 0과 1 사이에 무한대의 숫자가 연속적으로 있지만, 이산 수학에서는 0과 1 사이가 뚝 떨어지고(離) 흩어져(散) 이산되어 있다. 이산수학은 0과 1로 된 디지털 데이터를 연산하는 컴퓨터 전산 수학이다. 엄청난 천재들의 머릿속 수학력은 어디까지 나아갈 수 있을까?

박기철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