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불이 난 부산 연제구 거제동 자동차매매단지 15개 업체 150여 명의 종사자가 15일 생계유지 대책 마련을 촉구하며 가두행진을 하고 있다.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 입고대기차량 보관 공간 요구도

지난 3일 발생한 부산 연제구 거제동 중고차매매단지 화재로 손해를 입은 업체와 중개상들로 구성된 'A 마트 화재 비상대책위'(대책위)가 15일 화재현장 앞에서 집회를 열고, 건물주 김모 씨에게 보상을 요구하고 나섰다.

오전 11시께 화재현장 앞에서 집결한 대책위 측은 이날 부산시청으로 행진해 성명서를 낭독한 뒤 해운대로 이동해 김 씨가 운영하는 시설 앞에서 다시 한 번 집회를 열었다.

대책위는 이번 화재가 건물주의 관리 부실로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업체마다 평균 70만 원의 관리비를 매달 지출하는데도 불이 났으니 건물주가 어느 정도의 책임은 감수하는 것이 옳다는 것이다. 대책위 백하진 위원장은 "건물주가 업체들의 전세금을 포함해 21억 원의 위로금을 제시했는데, 이는 터무니없이 적은 액수"라며 "차량이 아닌 3층 사무실에서 불이 난 것을 증명하는 사진도 있다"고 주장했다. 대책위 측은 화재로 인한 순수피해액만 12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이번 화재의 책임 소재를 가리기 위해서는 부분철거를 통한 화재원인 분석이 필요하다. 하지만 몇몇 입주 업체들의 반발로 아직 철거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 경찰도 불에 탄 철골구조물이 사유재산이고, 수십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철거비용이 부담돼 쉽게 손을 대지 못하는 상태다.

대책위 측은 이와 함께 사직종합운동장 인근 주차장 등에 중개상들의 입고대기 차량을 보관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줄 것을 부산시에 요구했다. 입고대기 차량은 중고차 시장에 들어오기 전 광택을 내고 수리를 하는 과정에 있는 차를 뜻한다. 이 차량은 화재 당시 현장이 아닌, 광택업체 등에 맡겨져 있었기 때문에 다행히 화마를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부산시는 이러한 요청을 들어주는 데 난색을 보이고 있다. 사직종합운동장 인근의 주차장은 엄연히 주차만을 목적으로 조성된 곳이기 때문에 개인이 영리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정부 기관이 불법을 조장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시 관계자는 "사정은 딱하지만, 불법을 용인할 수는 없어 시에서 도와줄 방법은 없어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