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 소극적 태도로 일관 답답
- 유족과 국민을 지치게 만들어
- 진실 밝힐 의지 있는지 의구심
- 세월호 선체 인양 반드시 필요

"지난 1년 유족과 국민은 정부의 소극적 태도에 많이 지쳤습니다."

세월호 참사 1년을 맞아 전위봉(34·사진) 세월호 참사 부산시민대책위원회 상황실장이 다소 체념한 목소리로 말했다. "무엇 하나 명쾌하게 밝힌 적 없는 국가를 국민이 더는 어떻게 믿을까요. 애들을 살려내라는 것도 아니고 왜 그렇게 무력하게 보냈는지 조사하라는 건데 의지조차 없어 보여요."

전 실장이 활동 중인 세월호 참사 부산시민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사고 직후 부산 지역 80여 개 시민단체가 모여 결성했다. 한순간에 300여 명의 목숨을 잃은 참사로 모두 충격에 빠져 있을 때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 급히 부산역 앞에 시민분향소를 꾸리고 기억의 벽을 조성하며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기 위한 노력을 해온 이들이다. 이후 세월호 특별법 마련 촉구 단식 농성부터 크고 작은 추모행사까지 챙겨왔다.

전 실장이 사고 순간부터 지금까지 느꼈던 일관된 심정은 무능한 정부에 대한 분노와 답답함이다. 국민 안전을 담보하지 못하는 국가에 실망했고, 사고 수습 과정에서 은폐와 외면을 거듭하는 안일한 태도에 갑갑함을 느꼈다.

지난해 11월 세월호 특별법이 겨우 통과돼 지난 3월 세월호 참사 진상조사특별위원회(이하 특조위)가 꾸려졌으나 본격 가동 전에 손발을 잘라버리는 특별법 시행령이 지난달 24일 입법 예고되자 분노했다.

전 실장은 "의문도 많고 석연치 않은 구석도 많다"면서도 "일단 해양수산부 장관이자 부산 서구 출신 국회의원인 유기준 장관에게 적극적으로 시행령 폐기를 촉구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그는 진상 규명을 위한 선체 인양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전 실장은 "정부가 충분한 검토 없이 선체 인양에 막대한 비용이 들어간다고 밝혀 부정적 여론을 부추긴 감이 있다"며 "뒤늦게나마 정부가 세월호 인양에 대해 전향적으로 나선 것은 다행"이라고 덧붙였다.

상황이 이렇지만 부산 시민의 열성적인 참여는 고무적이다. 전 실장은 "시민의 공감과 지지가 유족에겐 큰 힘이 된다"며 "세월호 참사가 이미 정치적 사안이 된 상황에서도 부산 시민이 세월호 후속 대책에 많은 관심을 보여 정말 감사하다"고 밝혔다.

실제 지난달 16일 대책위가 개최했던 '금요일엔 돌아오렴' 북콘서트에는 1000명 가까이 몰려 안산 행사보다 뜨거운 열기를 보였다. 세월호 참사 후 부산역 시민분향소에만도 3만 명 이상이 다녀갔고, 세월호 특별법 제정 촉구 서명인은 35만 명을 넘겼다.

전 실장은 "대책위는 앞으로도 부산시민의 지지를 바탕으로 다시는 이 같은 비극이 재발하지 않도록 정부에 대응책 마련을 촉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대책위는 오는 16일 부산역에서 대규모 추모대회와 행진을 이어갈 예정이며 18일에는 상경해 전국 추모 집회에 참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