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새벽 부산 연제구 거제동 한 중고 자동차매매단지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로 중고차 570여 대가 불에 타 앙상한 차체를 드러내고 있다.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부산 도심의 중고차매매단지(부지면적 3166㎡)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해 차량 570여 대가 불에 탔다. 다행히 불이 주택가로 번지지 않아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30여억 원의 재산 피해가 난 것으로 추산된다.

3일 새벽 1시53분께 연제구 거제동의 한 중고차매매단지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가 발생했다. 자동차매매단지 2층 도로 쪽 중앙에 주차된 차량의 엔진룸에서 처음 불이 나 옆 차량으로 이어졌고, 철골구조물을 타고 3층과 옥상에 주차된 차량 전체가 불길에 휩싸였다. 철골구조물이 녹아 2, 3층이 폭삭 주저앉기도 했다. 매매단지 경비 김모(72) 씨는 "2층에서 갑자기 '펑'하는 소리가 나 올라가 보니 차량의 엔진 부위에서 불이나 119에 신고했다"고 진술했다. 소방 관계자는 "신고를 받고 5분 만에 출동하니 불이 옆 차량과 위쪽으로 옮겨붙었다"고 말했다. 이날 화재는 오전 6시47분께 진화됐다.

피해가 커진 것은 엔진룸에 기름이 든 차량이 빽빽하게 주차된 데다 고무 재질의 타이어가 연소를 도우면서 순식간에 불길이 확산했기 때문이다. 타이어에 불이 붙어 엔진룸을 달군 뒤 엔진룸이 폭발하면서 옆 차량 타이어와 엔진룸으로 연쇄적으로 불이 옮겨붙은 것이다. 매매단지의 철골구조물은 구멍이 뚫린 구조여서 강한 바람(최대 풍속 25.3㎧)이 통과해 연소를 도왔고, 불길이 옆 차량으로 쉽게 옮겨 붙었다. 철골구조물이 화염에 녹으면서 2, 3층과 옥상에 있던 차량들이 폭삭 무너져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소방본부 관계자는 "거센 화염과 유독가스뿐 아니라 철골이 무너져 소방관들이 고가사다리나 인근 건물에서 진화하느라 애를 먹었다"며 "인근 주택으로 피해가 확산하지 않도록 하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소방본부는 류해운 소방본부장과 인근 11개 소방서장이 총출동해 지휘에 나섰으며, 소방관들은 큰소리를 질러 200여 명의 주민을 대피시키기도 했다. 중고차매매단지와 불과 1m 떨어진 곳에 위치한 주택에 사는 정모(여·60) 씨는 "새벽 2시께 이웃집에서 불이 났다고 현관문을 두드려 대피할 수 있었다"며 "가스통이 설치돼 걱정했는데 소방관들이 집 쪽으로 불이 번지지 않도록 옥상에서 진압해 큰 피해는 없었다"고 말했다.

화재 진화에는 인근 소방서 장비와 인력이 총출동했다. 소방차는 100여 대, 소방관과 의용소방대원은 각각 360명과 65명이 출동했다. 경찰은 일단 매매단지 내 CC(폐쇄회로)TV의 본체를 수거하는데 성공했으나 일부는 불에 타 복원 여부는 미지수다. 부산경찰청 박준경 과학수사계장은 "CCTV에는 발화 지점으로 추정되는 2층을 비춘 자료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CCTV 본체 복구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한편 화재로 붕괴돼 흉물이 된 매매단지는 빠른 시간 내 철거될 것으로 예상된다. 부산시 김기영 시민안전국장은 "2차 붕괴 등 안전문제도 있고 미관상에도 좋지 않아 원인 조사가 이뤄지면 서둘러 철거할 계획"이라며 "원래는 사업주가 철거해야 하지만 먼저 시에서 철거한 뒤 구상권을 청구하는 방법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