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새벽 부산 연제구 거제동 중고차 매매단지 화재 현장에 출동한 부산소방대원들이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박수현 기자 parksh@kookje.co.kr

- 인접 상가·주택 옮겨붙었을 땐
- 대형 인명피해로도 이어질 뻔

- 도심 곳곳에 타 중고차매매단지
- 대부분 10년 이상 된 노후 건물
- 연료든 차량 폭발물과 마찬가지
- 안전 소홀 땐 더 큰 피해 불 보듯

3일 발생한 부산 연제구 거제동 중고차매매단지 화재가 차량의 연쇄 폭발로 인해 큰 피해를 내면서 지역 15곳의 다른 매매단지도 언제든 '화약고'로 바뀔 수 있는 만큼 철저한 안전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대부분 중고차 매매단지의 구조가 엇비슷한 데다 연료가 든 차량이 빼곡히 들어차 있는 조건도 유사해 강 건너 불 보듯 방관해선 안 되기 때문이다. 특히 상당수 매매단지는 상가 및 주택가와 인접해 있어 화재 시 대형 화재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3일 오전 10시 화재 현장인 자동차매매단지. 단지를 둘러싸고 주택과 음식점 등이 1m 간격으로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한 주택 안으로 들어서자 담 건너로 불에 타 전소한 자동차 등 화재의 흔적이 적나라하게 보였다. 계단을 따라 옥상으로 올라가니 매매단지 방향으로 LPG 용기가 놓여 있었다. 불길이 주택 담을 넘어왔다면 LPG 용기가 폭발해 더욱 큰 화를 불러올 수도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집주인 박모(여·65) 씨는 "집으로 불이 옮겨붙지 않도록 소방관들이 애를 많이 썼다"며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다"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비슷한 시각 화재 현장에서 400m 거리에 있는 또 다른 중고자동차 매매시장. 3층 높이의 건물에 차들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었다. 역시 인근에는 부동산 식당 골프연습장 등 상가가 많았다. 화재가 발생하면 역시 큰 피해로 이어질 우려가 커 보였다. 바람이 주택과 상가 쪽으로 불었다면 대형 인명 피해도 우려되었던 상황이다. 부산시소방본부에 따르면 2011년 4월 1일 오전 5시31분께 부산의 한 자동차매매단지 내부의 카센터에서 전기 문제로 불이나 수리 중인 차량과 전시 중인 차량 등 12대가 일부 또는 전소해 2500만 원 상당의 피해가 발생한 적도 있었다. 당시에도 소방본부의 대처가 조금만 늦었더라면 더 큰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부산시와 부산시자동차매매사업조합에 따르면 지역에는 총 233개의 사업소(상사)가 있으며 총 9500~9600대의 중고차를 보유하고 있다. 개인사업자를 제외한 매매단지는 15곳으로 이곳에서 보유 중인 차량은 총 8800대에 이른다.

이들이 공동사업자로 모이는 것은 수백 대의 차량을 한자리에 모아둘 수 있어 소비자의 발길을 끌기 좋고 비용도 절감되기 때문이다. 조합 측은 이번 화재의 피해 규모에 크게 놀라면서 차후 안전 관리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불이 난 매매단지에는 소화기 39대, 포소화전이 13개나 마련돼 있었지만 이날 화재에는 사실상 무용지물이었다.

한 상사 대표는 "상당수 매매단지가 지은 지 10년 이상 돼 낡은 데다 빔 구조가 많아 불이 나면 녹아내릴 수밖에 없는 구조여서 대형 사고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또 다른 상사 관계자는 "이번에 사고가 난 곳은 복층 구조로 돼 있는데 항상 불안했다"며 "연료가 들어있는 차량들이 모여 있다 보니 '폭탄'을 쌓아둔 것과 다름 없어 철저한 관리를 해야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