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를 이용한 보이스피싱 사고가 속출하고 있는데도 지방자치단체 홈페이지에서 개인정보가 광범위하게 유출되고 있다.
1일 부산시와 일선 구·군 홈페이지를 조사한 결과 휴대전화번호·본명·생년월일 등의 개인정보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부산시는 홈페이지를 통해 주민예산참여위원회 운영 정보를 공개하면서 위원 명단을 파일로 첨부해 올렸다. 지난해 2분기 주민예산참여위원회 위원 73명의 생년월일과 성명, 개인 휴대전화번호가 빼곡히 적혀 있었다. 이 자료를 활용해 위원들에게 전화통화를 해 확인한 결과 성명·생년월일·휴대전화번호가 실제 정보와 일치했다.
문제는 위원들이 정보 공개를 허락한 적이 없는 것은 물론 홈페이지에 정보가 나도는 것도 몰랐다는 점이다. 위원회 위원이었던 김모(여·30) 씨는 "내 휴대전화 번호를 어떻게 알았느냐"며 "내 개인정보가 관공서 홈페이지에 떠돈다는 사실이 황당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시 관계자는 "각 부서에서 모은 정보를 확인하지 않고 등록하다 보니 문제가 생겼다"고 잘못을 인정했다.
유사 사례는 일선 기초지자체 홈페이지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사상구는 공인중개업소 현황을 공개하면서 실명과 사진, 개인 휴대전화번호를 공개했다. 사상구 관계자는 "부동산 중개업소를 구청에 등록할 때 받은 개인정보"라며 "당시 공개 동의서도 함께 받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정보가 공개된 공인중개업소 업주는 "개인정보를 공개한다는 설명을 듣지 못했다"며 "업소 전화번호가 있는데 왜 굳이 휴대전화번호를 올렸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말했다. 이 구청 관계자는 기자가 취재에 들어간 지 1시간도 안 돼 부랴부랴 수백 건에 달하는 휴대전화번호를 일반 전화번호로 바꿨다.
이는 박근혜 정부가 역점 시책으로 추진하고 있는 '정부 3.0' 정책에 따라 지자체에 사전정보 공표를 독려하면서 발생한 부작용으로 풀이된다. 일선 지자체는 정보공개 건수가 '정부 3.0' 정책의 실적으로 이어지는 탓에 일부 정보는 개인정보를 처리하는 절차 없이 공개하고 있다. 사전정보 공표는 정보공개 청구가 없더라도 주민이 궁금해하는 정보를 정해 홈페이지를 통해 미리 공개하는 제도이다. 공개 대상은 국민생활에 영향을 주는 주요 정책, 대규모의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에 관한 정보, 예산집행의 내용과 사업평가 결과 등이다.
부산경찰청 관계자는 "생년월일과 휴대전화번호는 보이스피싱에 악용될 소지가 크다"며 "당사자의 허락을 받지 않고 신상 정보를 공개하는 것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