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생들 "오히려 부담 강제" 반발
- 대학 "정부가 지원 확대해야"

국립대 기성회비가 52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3일 기성회비 대체법안인 '국립대학의 회계 설치 및 재정 운영에 관한 법률안(국립대 회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으로써 기성회비는 올해부터 폐지된다.

앞으로 전국 국공립대는 기존 기성회비를 수업료로 통합해 걷는다. 1999년 사립대가 기성회비를 수업료로 통합해 징수한 것과 마찬가지다. 국립대가 교비회계(대학회계)를 운영할 수 있도록 해 기성회비 만큼의 금액을 징수하고 자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는 게 법안 내용이다. 국립대는 재정절벽 위기에서 벗어나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으나, 학생들은 기성회비 소송에 대한 법원 판결의 취지를 뒤집는 행위라고 반발하고 나서 논란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학생·학부모에 책임 전가 여전

기성회계는 1963년 문교부 훈령에 따라 정부의 열악한 재정 지원을 보충하기 위해 도입됐다. 국가가 국립대를 책임져야 하지만 예산 한계로 여의치 않자 부족분을 학생과 학부모로부터 돈을 걷어 해결한다는 내용이다. 기성회비는 점차 몸집을 불려 최근에는 등록금의 80%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아졌다.

기성회비가 논란이 된 건 국공립대 학생들이 소송을 제기하면서부터다. 2010년부터 국공립대 학생들이 제기한 '기성회비 잉여금 반환청구 소송'에서 '국립대 기성회비는 법적 근거가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내려졌다. 대법원 최종 판결을 앞두고 폐지가 기정사실로 되자 정부는 서둘러 기성회계 대체법안을 마련했다.

그 결과 기성회비는 폐지됐다. 하지만 학생과 학부모 입장에서 등록금 부담은 그대로여서 논란이 일고 있다. 기성회비 명목만 사라졌을 뿐 이제는 수업료 이름으로 등록금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

국립대 학생들은 "기성회비분 만큼의 국립대 재정을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게 법원 판결의 취지였는데 국립대 회계법은 학생과 학부모 부담을 강제할 것을 법적으로 명시한 셈"이라며 반발했다.

청년녹색당도 논평을 내고 "기성회비 반환소송은 비정상인 상황을 청산하기 위한 청년세대의 외침이었으나 국립대 회계법에는 이에 대한 성찰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재정위기 과제 산적

국립대는 국립대 회계법 통과로 재정이 안정화돼 일단 환영하는 분위기다. 대체법안이 통과되지 못했다면 회계 체계가 교비회계에서 일반회계로 전환돼 교원 연구경비 지급 불가 및 기성회 직원 고용 불안 등 대학 운영에 파행이 빚어질 뻔했다. 별도의 교비회계를 운영할 수 있도록 해 대학의 자체적인 예산 편성이 가능해지면서 헌법이 보장한 대학의 자율성도 보장받을 수 있게 됐다.

하지만 혼란은 여전하다. 부산대 최병호 기획처장은 "재정 안정화는 기대할 수 있게 됐지만 너무 늦은 법안 처리로 3월 한 달은 예산 편성을 제대로 못 해 대학 운영에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