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육 질 떨어질 우려 '악순환'
- 원아 이탈도 갈수록 심각
11년 차 보육교사인 이모(여·34) 씨는 최근 고민 끝에 현재 근무 중인 어린이집을 그만두기로 했다. 몇 달 후 결혼을 앞둔 이 씨는 결혼 후에도 평생직업이라 생각한 보육교사를 계속 하려고 했었다. 하지만 최근 아동 학대 사건으로 보육교사에 대한 인식이 극도로 나빠지면서 예비 시댁에서도 "요즘 같은 시기에 교사를 계속해도 괜찮겠냐"며 우려 섞인 반응을 보여 그만두기로 마음을 먹었다.
다음 달 새 학기를 앞두고 어린이집 현장에서 우려했던 일이 발생하고 있다. 이달 말로 계약 기간이 끝나는 교사와 원아가 무더기로 빠져나가는 '엑소더스(대탈출)'가 벌어지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교사 수급에 차질이 생기고, 원아가 갑자기 입학 거부 의사를 밝히면서 한 반이 통째로 없어지는 일도 일어났다.
부산 강서구 A 어린이집에선 교사 6명 중 절반이 계약 만료기간인 이달까지만 일하겠다고 해 급하게 보육교사를 구하느라 진땀을 뺐다. 퇴직한 교사 중 한 교사는 "차량 운전을 하거나 슈퍼마켓에 갈 때도 사람들이 보육교사인 자신을 나쁘게 보는 것 같아 힘들었다"고 말했다. 원장 김모(51) 씨는 "대우가 좋지 않아서 그만두는지 물어보니 어린이집 교사 자체를 안하고 싶다고 말해 할 말이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금정구 B 어린이집에서는 15년 차 주임급 교사가 자괴감을 호소하며 그만두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교사 구성에 문제가 생겼다. 이 어린이집 원장은 "당장 주임급 교사를 구할 수 없어 내가 대신해야 할 판"이라며 "청춘을 바쳤는데 회의가 온다는 교사의 말에 마음을 돌릴 방법을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금정구 C 어린이집에서는 10년 넘은 중견 교사 3명이 갑자기 사퇴 의사를 밝혀 이를 만류하느라 진땀을 흘리고 있다.
원아 이탈도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영아전담인 사상구 D 어린이집은 40여 명의 원아 중 최근 0~1세 8명이 어린이집에 오지 않겠다고 해 운영에 비상이 걸렸다. 어린이집 원장은 "원아가 줄어 당장 두 개 반을 없앴다"며 "20년 넘게 어린이집을 운영하면서 이런 일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금정구 E 어린이집에서도 평소에는 변동이 잘 없는 5~7세 4명이 빠져나가면서 운영에 차질을 빚고 있다.
부산어린이집연합회 정길대 민간분과위원장은 "보육교사는 열악한 처우 때문에 원래 이직률이 높은 편이지만 올해처럼 심각한 적은 없었다"며 "경력 많은 교사들이 이탈하면서 오히려 교사의 질이 더 떨어질 수도 있는 만큼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