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해운대구가 일자리 사업으로 운영하는 '풍자 연극단' 소속 단원이 시장에서 연극 공연을 하고 있다. 해운대구 제공

- 단원 4명 영화 출연·극단서 활동
- 2기 모집…소외계층에 문화 향기

부산 해운대구가 추진 중인 일자리 창출사업 '풍자 연극단'이 큰 일을 냈다. 단순노동 일색인 공공근로에서 벗어나 '문화 일자리' 사업 영역을 개척했다. 풍자 연극단에 들어간 주민 일부는 전문 연기자로 활동할 정도다.

정임섭(41) 씨는 지난해 3월 해운대구 일자리 복지 전략단의 문을 두드렸다. 경남 양산의 한 연구소 연구원이었던 그는 연기의 매력에 빠져 5년 전 회사를 그만뒀다. 집에서 혼자 연기 연습을 하던 그는 '풍자 연극단'에 들어가면 강지은 감독에게 연기를 배울 수 있다는 소식을 듣고 해운대구를 찾았다.

단원의 연기를 지도하는 강지은 감독.

정 씨는 시간당 5210원의 수당을 받으며 하루 4시간 연기 연습을 했다. 전문가의 지도를 받아 연기 실력은 날로 쌓여갔다. 정 씨는 반송복지관 등을 찾아 '어린 엄마' 등 짤막한 콩트의 주연을 맡아 주민 호응을 얻었다. 정 씨는 지난해 부산영상위원회에 배우로 등록했고, 1000만 명 이상이 본 영화 '국제시장'에 엑스트라로 출연했다. 정 씨는 앞으로 서울과 부산을 오가며 영화 오디션을 볼 계획이다. 정 씨는 "구에서 훌륭한 감독과 연습실을 제공해 연기에 몰입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풍자 연극단 출신 주민이 배우가 된 사례는 정 씨뿐만 아니라 박지수(여·32), 김지희(여·33), 송준승(34) 씨 등 총 4명에 달한다.

박 씨는 지난해 10월 극단 '스토리 팜' 오디션을 통과해 현재 연극 배우로 활동하고 있다. 박 씨 역시 풍자 연극단에 들어오기 전 특별한 직업 없이 여러 곳을 전전했다. 연극단에 들어온 그는 열정을 쏟아내며 연기 연습에 몰두했다고 한다.

이들이 배우로 성장하는 데는 부산 출신 강지은 감독의 영향이 컸다. 그는 영화 '도마뱀'을 연출하는 등 연출 경력이 다수 있다. 2013년 2월 해운대구 반송동에서 기숙형 지식문화콘텐츠 지원 센터가 문을 열면서 이곳에 둥지를 틀었다. 지난해 3월 풍자 연극단이 닻을 올리면서 연기 지도와 공연 기획을 맡았다. 연극단 연습은 강 감독이 자리 잡은 센터에서 한다.

해운대구는 이번 달 말까지 풍자연극단 2기 단원을 모집한다. 3월부터는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다. 올해 역시 해운대구의 어린이집과 복지관에서 연극 서비스를 제공한다. 해운대구 관계자는 "풍자 연극단을 운영하면서 공공 근로의 새로운 희망을 찾았다. 참여자는 연기에 매진하면서 하루 4만 원을 벌 수 있고, 소외 계층에 문화 향기를 느끼게 하는 보람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