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해커의 사이버테러 위협이 발생하자 한국수력원자력이 부산 기장군 고리원자력발전소 입구에서 차량 검색을 강화하고 있다. 국제신문DB

- 성탄절 내내 불안에 떨게 한
- 4개 원전 사이버테러 협박
- 누구든 원하는 정보에
-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 디지털 사회의 축복은
- 거꾸로 큰 위협이 돼 찾아왔다

2014년 크리스마스는 자칫 '악몽의 크리스마스'가 될 뻔했다. 국내 4개 원자력발전소에 대한 사이버 테러 협박이 국민을 불안하게 했다. 사건의 발단은 한국수력원자력 내부 자료가 인터넷을 통해 수차례 공개되고, 블로그와 트위터를 통해 전 세계로 일파만파 전파되면서부터이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원자력발전소를 관할하는 기관으로, 국가 1급 보안시설에 해당된다. 그 내부 정보가 유출됐다는 것은 대한민국 국민 안전에 위협이 가해지는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자칭 '원전(원자력발전소)반대그룹'이라고 칭하는 해커집단은 크리스마스부터 3개월 동안 국내 원자력발전소의 가동을 중단하지 않으면 자신이 갖고 있는 10만여 장의 원전 관련 자료를 모두 공개하고, 2차 파괴를 실행하겠다고 협박한 바 있다. 여기에서 2차 파괴는 원전 제어망에 대한 해킹 공격을 의미한다. 만약 이러한 공격이 이뤄진다면, 국내 원전의 제어시스템에 문제가 생겨 가동이 중단돼 최악의 경우 전기공급이 중단될 수도 있다.

정부는 해커집단의 IP를 추적한 결과, 중국 특정 지역에 몰려있는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점차 수사 범위를 좁히고 있다고 발표했다. 다행히 크리스마스를 겨냥한 공격은 이뤄지지 않았지만, 이번 사태로 다시 한 번 '사이버 테러'에 대한 두려움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부산에는 고리원자력발전소가 있어 시민이 느끼는 공포감은 더욱 크다.

비단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도 최근 사이버테러가 연일 화두다.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장 암살을 소재로 한 영화 '인터뷰'가 개봉하려 하자, 영화 제작사인 소니픽처스에 대한 해킹 및 폭파 협박이 잇달았고, 이후 영화 상영중단이 결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테러의 배후로 북한을 지목하자 북한 인터넷 사이트가 다운되는 사태까지 일어났다. 미국과 북한의 사이버 공격이 확산되는 가운데, 영화 '인터뷰'는 크리스마스에 전격 개봉했다. 이후 소니 계열사 일부 사이트가 다운되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세계 곳곳에서 이처럼 사이버테러와 공격이 확산되는 가운데, 그것을 지켜보는 사람의 불안감은 점차 심해지고 있다. 사이버테러는 디지털 시대가 우리에게 선사한 빛과 그림자의 양면을 보여준다. 지구촌이 인터넷으로 연결되고, 지구 반대편과 실시간으로 소통할 수 있는 환경에서 우리는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정보에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축복을 누리고 있다.

하지만 이를 반대로 해석하자면, 언제 어디서든 나의 정보가 누군가의 공격 대상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원전 사이버테러 역시 한국수력원자력 직원의 개인정보가 유출됨에 따라 발생한 것으로,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개인정보가 활용돼 엄청난 재앙을 가져올 수 있음을 잘 보여준다. 사이버테러는 온라인 게임과 같은 가상의 전쟁이 아니라, 실재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문제다.

올해 크리스마스, 미국과 한국이 직면했던 사이버테러의 상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자칫 국가와 국민 모두를 피해의 대상으로 삼을 수도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폭격이나 침공과 같이 상대방의 정체를 알 수 있는 전쟁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곳에서 가해지는 공격이라는 점이다. 더군다나 손쉽게 개인정보가 유출될 수 있는 환경에서, 내가 의도하지 않은 행위에 내 정보가 활용될 가능성도 사이버테러의 위험성을 더욱 커지게 한다.

크리스마스 테러의 배후자로 지목되고 있는 해킹집단 '원전반대그룹'은 지난 15일, 18일, 19일, 21일, 23일 1주일 동안 다섯 차례에 걸쳐 총 85건의 원전 자료를 인터넷을 통해 공개했다. 그리고 지난 9일에는 한국수력원자력 PC에 악성코드를 담은 이메일을 이용한 사이버 공격도 감행했다. 앞으로 몇 차례 그러한 공격이 이어질지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다. 그러한 공격이 누구에 의해, 어디서 이뤄지는지를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보이지 않는 전쟁'으로 불리는 사이버테러. 적과 아군을 구분할 수 없는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법을 찾기 위한 방안이 모색돼야 할 것이다.

박선미 동의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강사·김정덕 한국언론진흥재단 부산사무소 NIE 강사


# 기사를 읽고

-사이버테러가 확산되는 가운데,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국제신문 지난 26일 자 3면에 실린 3개의 기사를 꼼꼼히 읽어보고, 사이버테러가 어떠한 심각한 문제점을 안고 있는지를 생각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