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침몰한 501오룡호의 외국인 생존 선원과 시신을 태운 러시아 어획물 운반선 오딘호가 26일 감천항에 들어오자 실종 선원 가족이 오열하고 있다. 전민철 프리랜서 jmc@kookje.co.kr

- 실종선원 가족들로 눈물바다
- 생존자는 병원검사 후 숙소로
- 시신은 시민장례식장에 안치

"우리 애 아빠 알아요? 제발 어떻게 됐는지 말 좀 해주세요. 우리 남편 불쌍해서 어떡해."

침몰한 501오룡호의 생존 선원 6명과 시신 21구를 실은 오딘호가 도착한 26일 오전 부산 서구 감천항. 항구에는 70m에 이르는 바리케이드가 쳐졌고,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경찰 50여 명이 현장을 지켰다. 선원으로 오룡호에 승선했다 실종된 남편을 찾는 한 여인이 중학생으로 보이는 딸과 함께 감천항에 나타나 격정을 가누지 못하고 주저앉아 오열했다. 그 오열은 바람을 타고 주변에 있던 실종 선원 가족 16명에게로 고스란히 전달됐다. 삽시간에 현장은 눈물바다로 변했고, 적막했던 항구는 오열로 넘쳐났다. 고장운 가족대책위원장은 "당장 생존 선원들과 면담해 사고 당시 상황을 묻고 싶은 심정이지만 사고를 당한 데다 장시간 배를 탄 이들이니 건강검진이 우선이라는 해경의 설명을 이해한다"고 말했다.

생존한 외국인 선원들은 서로 손을 꼭 잡고 내린 뒤 기자들의 질문에 묵묵부답인 채 미리 마련된 차량을 타고 영도병원으로 이동했다. 이들을 맞을 가족들은 아무도 없었다. 병원에서도 이들은 외부의 접촉이 차단된 채 혈액검사 등 기본적인 검사를 받고 숙소로 갔다. 가장 많은 피해자가 발생한 인도네시아 대사관에서 7명, 필리핀 대사관에서 3명이 감천항에 나와 오룡호 사고 사망자를 함께 애도했다. 인도네시아 체첩 헤라완 부대사는 "피해를 본 모든 선원에게 애도를 표한다"며 "한국 선원과 외국 선원이 차별받지 않도록 신경 써 달라"고 말했다.

이날 오후 1시20분께 오룡호 외국인 선원의 시신이 담긴 첫 관이 부산진구 시민장례식장에 도착해 시신 안치실로 운반됐다. 해경과 장례식장 관계자 5, 6명이 모든 과정을 진행했다. 역시나 유족은 없었다. 이날 시민장례식장에는 총 21구(인도네시아인 15명, 필리핀인 4명, 신원 불명 2명)의 시신이 운반됐다. 이름과 국적, 나이가 적혀있는 관에서 시신을 꺼내 들자 머리카락이 담요 밖으로 삐져나왔다. 시신을 스테인리스강 운반대에 내려놓자 가볍게 '깡'하는 소리가 들렸다. 시신을 온전히 보관하기 위해 배 안의 냉동 창고에서 얼린 탓이다. 경찰에 따르면 시신은 이곳에서 사나흘 동안 몸을 녹이고 미리 가족들로부터 확보한 유전자와 비교한 뒤 확인절차에 들어간다.

해경 관계자는 "관에 붙어 있는 이름과 나이는 현장에서 동료들이 가르쳐 준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시민장례식장 문병기 대표는 "각 나라의 풍습에 따라 안치실로 옮겼다"며 "인도네시아 선원들은 시신 위에 아무것도 없어야 한다는 자국 풍습에 따라 가장 위쪽 칸에 넣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