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원의 겨울 풍경에는 '비밀'이 숨어 있다.

21일 부산 부산진구 삼정더파크 동물원. 사자의 야외 우리를 들여다보니 우두머리가 커다란 바위 위에 앉아 있다. 삼정더파크 이봉재(46) 동물관리팀 과장은 "바위 색깔을 자세히 보라"고 했다. 우리에 바짝 다가서서 유심히 보니 바위 윗부분의 색깔이 미세하게 달랐다. 열선을 깐 다음 시멘트로 덧칠한 결과다. 이 과장은 "겨울에는 바위에 내장한 열선을 켠다. 전기장판과 같은 효과가 있다. 주로 대장이 '온돌바위'를 차지한다"고 알려줬다.

곳곳에서 겨울맞이가 한창이다. 동물 세계의 겨울맞이 준비는 인간 세계보다 조금 빠르다. 삼정더파크 동물원은 지난달부터 본격적인 월동준비에 들어갔다. 지금은 마무리 단계다. 지난 4월 문을 열었으니, 이곳 동물들은 부산에서 처음 겨울을 맞는다. 새봄 관람객을 맞기 위해서는 혹한의 겨울을 잘 넘겨야 하기에 동물은 겨울나기에, 사육사는 월동대책에 집중한다. 

관람객 눈에는 잘 보이지 않지만, 동물원 겨울 준비에는 열선과 첨단 난방장비가 큰 구실을 한다. 동물 우리 바닥에 깔린 열선은 리모컨 하나로 온도를 조절한다. 이 과장은 "동물 특성에 맞춰 보온에 신경을 쓴다. 관람객이 뜸한 겨울을 잘 견뎌야 봄도 잘 맞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비상용 전열 도구와 추위 대피소 역시 마련돼 있다.

특별 난방 대책도 있다. 일본원숭이 우리에는 야외온천을 마련할 예정이다. 일본 나가노현 '지고쿠다니 원숭이 공원' 등에서 온천욕을 즐기는 일본원숭이를 연상하면 된다. 일본원숭이와 달리 망토개코원숭이와 흰손긴팔원숭이 등은 유달리 추위를 많이 타 세심한 월동대책이 필요하다. 

비밀은 열선뿐 아니라 식단에도 있다. 잘 먹어야 겨울을 버틴다. 맹수는 추위에 강한 편이다. 육식이 열량을 내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초식동물은 보통 때의 섬유질 사료에서 겨울철 보양식으로 식단이 바뀐다. 이 과장은 "다마사슴 등에게는 싱싱한 풀과 발효시킨 건초를 섞어 먹인다. 말하자면 고열량 식단"이라고 설명했다. 이 과장은 (코끼리를 가리키며) "저 코끼리는 무게가 5t인데, 한 끼 식사로 100㎏씩, 하루 4번 식사한다. 보통 때는 건초 건빵 비중이 높은데 겨울에는 여기에 바나나 귤 사과 등 각종 과일을 섞은 '영양식'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작은 동물은 특히 추위에 민감하다. 체온이 떨어지면 저항력이 약해진다. 이 때문에 우리마다 보온등을 매달았다. 기온이 10도 밑으로 떨어지면 이들의 움직임은 눈에 띄게 둔해진다. 추울 땐 우리 안에 있는 게 원칙. 한겨울 칼바람이 들이치는 것을 막기 위해 천막도 설치했다. 칸마다 온도계가 붙어있다. 아침과 저녁에는 22도, 오후에는 28도 수준을 유지한다. 사람이 들어서면 덥다고 느낄 정도다.

삼정더파크 안동수(54) 동물관리본부장은 부산 동물원 역사의 산증인이다. 국내 1호 민간 동물원인 동래동물원에서 성지곡동물원을 거쳤다. 그는 세월이 흘러 월동준비도 훨씬 수월해졌다고 했다. 안 본부장은 "예전에는 겨울만 되면 김장을 하듯 연탄난로를 준비했다. 산과 들을 돌아다니며 건초도 모았다. 김해평야에 나가 1년 치 짚단 수십 t을 실어날랐다. 지금과 달리 과거에는 우리 바닥에 고작 볏짚을 까는 수준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지금은 우리마다 개별난방 시스템이 갖춰져 리모컨 하나로 온도를 조절하니 격세지감"이라며 "동물들도 최신 난방 시스템 속에서 겨울을 나는 호사를 누리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