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송상현 부사 이야기 인형극'이 부산 사상구 삼락생태공원 야외 특설무대에서 펼쳐지고 있다. 김동하 기자 kimdh@kookje.co.kr

- 임진왜란 전투 스토리텔링
- 가족 관람객 100여 명 몰려

"산토끼~토끼야~ 어디로 가느냐." "모너머고개로 간단다. 산이 험해 못 넘어서 모너머고개란다."

토끼가 등장해 노래를 흥얼거렸다. 모너머고개는 동래부와 부산포를 잇는 고개이다. 산적이 들끓기로 유명했다. 이어 '우르르 쾅쾅' 천둥소리와 함께 우락부락한 산적이 등장해 토끼와 거북이를 위협했다. 귀여운 동물이 무서워 벌벌 떨자, 어린이 관람객도 덩달아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인형극 속으로 빠져들었다.

사회적기업인 사단법인 문화콘텐츠개발원은 12일 오전 부산 사상구 삼락생태공원 야외 특설무대에서 (사)부산스토리텔링협의회의 지원을 받아 '송상현 부사 이야기 인형극'을 공연했다. 제14회 사상강변축제를 맞아 100여 명의 가족 관람객이 몰렸다. 스토리텔링 기법을 활용해 역사 인물 이야기를 친근하게 어린이 관객에게 전달하자는 기획의도이다.

동래부사로 발령받은 송상현(1551~1592) 부사는 몸종 개똥이와 모너머고개를 오르던 중 산적을 만났다. 송상현 부사는 "산적도 다 같은 백성"이라며 오히려 옷을 벗어주려고 했다. 이런 모습에 감동한 산적은 송상현 부사를 도와 임진왜란 때 왜군과 맞서 싸운다.

임진왜란이 터지자 조총을 비롯한 최신 무기로 무장한 왜군 2만여 명이 부산포에 상륙하고, 송상현의 부하들은 "어서 도망치자"고 재촉한다. 송상현 부사는 "내가 죽을지언정 백성을 버릴 수 없다"고 외쳤다. 왜군이 "싸우고 싶으면 싸우고, 싸우고 싶지 않으면 길을 빌려 달라"는 전갈을 보내자 송상현은 "싸워서 죽기는 쉬우나 길을 빌려주기는 어렵다(戰死易 假道難)"고 답했다. 출연자의 요청에 따라 객석에서도 "전사이 가도난"이라고 큰 목소리로 세 번 외쳤다. 임지원(여·37) 씨는 "자녀들과 함께 송상현광장에 가도 정작 송상현 부사에 대해 잘 몰랐는데 인형극으로 쉽고 재밌게 풀어줘서 유익했다"고 말했다. 현재 송상현 부사 동상이 있는 곳이 모너머고개다.

문화콘텐츠개발원 관계자는 "딱딱한 역사책만이 아니라 인형극으로 흥미롭게 역사와 위인을 느끼는 게 스토리텔링의 힘이다. 부산의 문화 자원을 스토리텔링으로 풀어내면 그 효과는 무궁무진할 것"이라며 '스토리의 힘'을 강조했다. 이 공연은 오는 21~23일 부산진구청에서도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