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해운대구 미포마을 쪽 동해남부선 옛 철길 입구에 들어선 안내판. 청사포와 송정까지 구간별 거리와 소요시간 등을 표시해 놓았다. 전민철 프리랜서 jmc@kookje.co.kr

- "부산 미래 담을 기획 필요"
- 시민계획단 위원 한목소리
- 교통체증 완화 등 명분으로
- 도로건설·상업개발엔 반대

- 市, 온라인 정책포럼 통해
- 이달 말까지 시민의견 수렴

상업개발에 대한 시민 반발 등으로 6개월간 중단된 동해남부선 옛 철길(폐선부지) 활용 방안 수립을 위한 '그린 레일웨이 조성사업 기본 및 실시설계 용역'이 오는 30일 업체 선정을 시작으로 본궤도에 오른다.

부산시가 용역을 재개하는 것은 서병수 시장이 취임한 지 3개월이 다 돼가고, 이 사업을 위해 받은 국비 5억 원을 올해까지 써야 하기 때문이다. 시는 그동안 지방선거를 앞두고 상업개발에 반대하는 시민 여론이 거세자 용역 업체 선정을 중단했다. 또 서 시장은 지난 6·4지방선거 당시 '동해남부선 옛 철길을 시민에게 환원하겠다'는 공약을 채택한 바 있다.

■ 시민 대다수가 무료로 즐겨야

동해남부선 옛 철길 활용 방안 관련 시민계획단에 선정된 위원들은 대다수 시민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방향으로, 공익적 차원에서 개발해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특정 업체의 돈벌이용이나 교통체증 완화를 위한 도로 건설, 주변 부동산 가격 인상만을 바라는 개발 계획이 돼서는 절대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또 단순하게 공간을 채우는 것이 아닌, 부산의 미래와 직결된 기획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부산경실련 이훈전 사무처장은 "상업성이 필요한 구간은 최소화해 개발하고, 대다수 시민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편의시설 역시 최소화해 설치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 옛 철길 재활용의 혜택이 부산시민 모두에게 골고루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위원들은 또 용역팀과 시민계획단이 함께 개발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를 상설화하는 등 유기적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렇게 했을 때에만 시민 의견이 제대로 반영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경성대 강동진 교수는 "용역 과정에서 정치적인 입김을 최대한 배제해야 한다. 실제로 부산의 미래에 도움이 되고 미래 세대가 비전을 공유할 수 있는 방안을 수립해야 한다"고 밝혔다.

위원들은 송정~미포 구간 우수 아이디어 제안자로 선정된 '레일&스토리 컨소시엄'이 추구하는 스카이라이더 형태의 구조물은 주변 환경을 해치므로 절대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도 제시했다. 부산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인 강동규 부산변호사회 변호사는 "용역이나 라운드테이블에서는 옛 철길 활용의 원칙을 제대로 세워야 한다. 노인부터 아이까지 누구나 찾아와 옛 철길의 자연경관을 보고 즐길 수 있도록 하고, 개발 방향의 중심에는 반드시 공익성이 자리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 내달부터 라운드테이블 운영

시는 홈페이지 '온라인 정책포럼'을 통해 이달 말까지 시민 의견을 수렴한다. 또 시의원과 구·군의원, 교수, 전문가, 시민단체, 지역 주민 등 37명의 시민계획단을 구성했다. 이들이 참여하는 라운드테이블을 통해 의견을 모은다. 라운드테이블은 의견이 수렴될 때까지 끝장토론 형태로 운영한다.

시는 이와 함께 다음 달 한국철도시설공단과 공동으로 시민토론회를 열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시민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용역에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시는 이번 용역에서 동해남부선 옛 철길에 대한 최적 설계 방안을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도시 미관과 환경친화적 설계를 고려해 시설계획을 잡도록 명시했다. 시는 이번 용역에서 담을 주요 시설로 산책로·자전거도로·전망대·녹지·쉼터·조명·안전·배수 등 8가지 항목을 제시했다. 시는 용역을 마무리하는 내년 국비와 시비 20억 원씩 투입해 단계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