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진 류창곤 경위 3회 달성
- 부산서 처음, 전국 6번째 기록
1일 오후 부산 동래구 명륜동 온천천에는 후두두 빗방울이 떨어졌다. 류창곤(54) 경위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달리기를 멈추지 않는다. 매일 2시간씩 10㎞를 달린다. 이날도 마찬가지다.
류 경위는 '극한에 도전하는 러너(runner)'다. 지난달 부산 태종대에서 임진각까지 달리는 '대한민국 종단 560㎞ 울트라 마라톤 대회'에 참가해 6박 7일 동안 118시간 49분의 기록으로 '울트라마라톤 완주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울트라마라톤은 일반 마라톤(42.195㎞)과 달리 100㎞ 이상의 코스를 밤낮없이 달리는 운동이다. 특히 울트라마라톤 완주 그랜드슬램은 ▷강화도~강릉 308㎞ 횡단 ▷부산 태종대~임진각 537㎞ 종단 ▷해남~통일전망대까지 622㎞ 종단을 모두 완주해야만 이룰 수 있는 극한의 기록이다.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체력과 고도의 정신력을 요구한다.
마라톤 동호인이 넘쳐나는 요즘, 전국에서도 168명만이 울트라마라톤 완주 그랜드슬램을 달성할 정도로 힘든 과정이다. 류 경위는 지난달 대회 완주로 개인적으로는 세 번째이자 부산에서는 처음으로 울트라마라톤 주요 3개 대회를 3번이나 완주하는 대기록을 세웠다. 전국적으로도 여섯 번째 기록이다.
류 경위는 지난달 대회에서 가슴에 '청렴 경찰, 4대 사회악 근절 부산경찰이 앞장서겠다'는 문구가 적힌 티셔츠를 입었다. 그는 부산진경찰서 가야지구대 소속 경찰관이다. 그가 마라톤과 첫 인연을 맺은 것은 2002년 국제신문 주최 부산하프마라톤이다. 지금도 홍보대사를 맡고 있는 장기기증운동을 대중에게 널리 알리기 위해서였다.
그는 "야구선수 박정태 씨와 유도 금메달리스트 하형주 씨 같은 유명인이 부산지역 홍보 대사로 활동하면서 효과가 큰 것을 봤다"며 "나는 평범한 경찰이다 보니 내가 할 수 있는 홍보 방법으로 마라톤을 택했다"고 밝혔다.
류 경위는 12년 동안 울트라마라톤 55회를 비롯해 풀코스 59회, 하프코스 56회, 10㎞ 및 산악마라톤 등 총 194회를 완주한 '무쇠 다리'다. 총 완주거리는 1만 4037㎞에 달한다.
하지만 쓰라린 실패도 맛봤다. 2006년 출전한 대회에서 결승점 70여 ㎞를 앞에 두고 부상 때문에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것. 류 경위는 "실패의 경험이 오히려 약이 됐다"며 "'내 사전에 포기는 없다'는 말처럼 건강이 허락하는 한 울트라마라톤 완주 그랜드슬램을 10회를 달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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