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의 경남 밀양지역 송전탑 건설이 주민과의 완전 동의를 이끌어내지 못한 채 마무리 단계로 접어들었다. 이에 따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수없이 제기됐음에도 불구하고 국책사업이 강제로 집행되는 나쁜 선례를 남기게 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밀양시는 11일 공무원과 한국전력 직원 등 400여 명을 투입, 부북면 평밭마을 등 765㎸ 송전탑 건설 예정지 인근에 주민이 설치한 움막 농성장 5곳을 철거하는 행정대집행을 실시했다. 경찰 2000여 명이 지원인력으로 동원됐다. 주민들은 거세게 저항했다. 일부 주민은 옷을 벗은 채 쇠사슬로 몸을 묶고 격렬하게 맞섰다. 송전탑 건설 반대 대책위 측은 이 과정에서 주민과 수녀 등 20여 명이 부상당해 병원으로 후송됐다고 밝혔다.

한전은 농성장 설치 등으로 그동안 착공이 미뤄졌던 5곳에서 곧바로 공사에 들어갔다. 이로써 지난해 10월 작업 재개 이후 8개월 만에 밀양지역 69곳 모두에서 공사가 진행되게 됐다. 또 한전은 보상과 관련, 밀양지역 송전탑 경과지 30개 마을 가운데 28개 마을과 합의가 끝났다고 덧붙였다. 돌발 변수가 없으면 연말까지 전 일정이 완료될 것으로 예상된다.

밀양시의 이날 행정대집행으로 2005년 8월 밀양지역 주민 설명회 이후 9년을 이어온 갈등이 표면적으로 끝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주민과 대책위가 앞으로 새로운 형태로 저항을 하겠다고 예고하고 나서 사태 재발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는 상태다.

특히 시민단체 등은 송전탑 건설 사업이 강제로 진행된 것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고 있다. 국회를 비롯한 정치권과 시민단체 등은 공론의 장을 만들어 대화로 사태를 해결하자고 수없이 정부 측에 요구했다. 그러나 정부는 송전선로 가설 시간이 촉박하다는 이유로 저항을 강제로 제압함으로써 스스로 부담을 떠안게 됐다. 또 지방선거가 끝나자마자 곧바로 농성장 강제 철거에 들어간 것에 대해서도 비난의 화살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