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갑 맞은 해경, 하루아침 공중분해…해체밖에 대안없어 "문패 바꿔달기 안돼"
세월호 참사가 61년 역사의 해경을 공중분해시켰다.
19일 박근혜 대통령의 담화 도중 '해경 해체'라는 말이 나오는 순간 세월호 침몰사건 초기대응부터 온갖 지적을 받아온 해경은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비난여론을 한몸에 받은 터여서 세월호 사고 수습후 대대적인 조직개편과 개혁을 예상해왔지만 해체는 꿈에도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
해경은 올해 창설 61주년이다. 사람으로 치면 회갑이다.
1953년 내무부 치안국 소속 해양경찰대로 첫 발을 내디딘 해경은 이후 해양경비대와 해양경찰대로 명칭을 바꿨다.
1991년에는 해양경찰청으로 이름을 바꿨고, 1996년 8월 해양수산부 외청으로 독립했다. 2005년 7월 22일 차관급 외청으로 승격한 뒤 2008년 2월 정부 부처 개편에 따라 국토해양부 외청으로 들어갔다.
해경은 2001년 한·중 어업협정 발효, 2005년 차관급 기관 격상 등의 호재를 등에 업고 덩치를 키워 전국에 1만1600명, 연간 예산 규모는 1조1000억원으로 10년 전보다 배에 가까운 규모로 성장했다.
특히 일본과 중국 등 주변국과의 첨예한 분쟁이 터질 때마다 해경에 대한 지원은 더 늘었다.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일본의 도발, 우리 배타적경제수역(EEZ) 내 중국 어선의 싹쓸이 조업, 불법 조업 중국어선 선원들의 난동 등은 해경의 존립 이유를 더 강하게 했다.
그러나 세월호 침몰 초기 부실한 초동 대응과 허술한 수색 작업 등으로 거센 비난 여론을 견디지 못한 채 결국 해체 수순에 들어간 것이다.
전문가들은 "위기에 지나치게 소극적이고 우유부단한 해경의 모습이 국민적 분노를 폭발시켜 해체와 같은 충격 요법 외엔 달리 대안이 없었던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해경 간부들 역시 유구무언이다. 19일 박 대통령의 '해경 해체' 담화 발표후 김석균 해양경찰청장은 "해양경찰 전 직원은 국민들과 대통령님의 뜻을 겸허하게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김 청장은 또 실종자 가족들의 걱정을 감안한 듯 "마지막 실종자를 찾는 순간까지 총력을 다하겠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내심 해경의 채용 증원에 기대감을 가졌던 수험생들은 갑작스런 해경 해체 소식에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누리꾼들은 "해경 해체, 다른 데 배치되더라도 정신 좀 차려야죠" "해경 해체, 문패 바꿔 달기?" "해경 해체하면 특검은 어디를 조사하지?" "해경 해체, 해양경찰관 채용 일정도 중단됐네요" 등의 반응을 보였다.
디지털뉴스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