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부산시민공원 안에 마련된 갤러리 제2전시실에서 관람객들이 시민공원 문화예술촌 입주 작가 특별전을 돌아보고 있다. 김동하 기자 kimdh@kookje.co.kr

- 市 계획단계선 시민사회와 소통
- 착공에 들어가면서 일방적 진행

- 단순 휴식만을 위한 공간 아닌
- 시민 다양한 욕구·창의성 수용
- '문화발전소'로 품격 높여가야

- 年 100억 운영비 감당 위해서도
- 재능기부 수용 등 민관협치 필요

부산시설공단이 맡은 부산시민공원의 관리·운영 과정에 시민 참여의 폭을 넓혀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현 운영 조직으로는 시민의 다양한 욕구와 창의성을 담지 못해 '그렇고 그런 공원'에 머물 수 있다는 것이다. 말 그대로 시민이 참여해 가꾸는 공원이 돼야 하는데, 부산시가 주도권을 놓지 않으려 하는 게 문제다. 결국, 공무원 자리를 늘리려는 속셈이 아니냐는 것이다. 이제는 시민공원 관리와 운영에 민관협치(거버넌스) 개념을 도입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고려할 때라는 목소리가 높다.

■ 착공 때부터 시민사회 배제

부산시는 시민공원 착공 전까지는 '하야리아포럼'과 의견을 자주 나누고, 민관이 참여한 '라운드테이블'을 운영하는 등 시민사회와 활발하게 소통했다. 설계 과정에서도 시민사회의 의견을 들어 제임스 코너의 설계안을 상당 부분 수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2011년 8월 조성공사에 들어가면서 시는 시민사회를 멀리했다고 한다. 라운드테이블에 참여한 한 민간 인사는 "착공하면서부터 모임이 뜸해지기 시작했다. 착공 단계에서도 시민의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소귀에 경 읽기'였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공사는 설계대로 진행하는 것이므로 착공 단계에서는 시민 사회의 의견이 이미 반영된 것이라 볼 수 있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가듯 '감 놔라 배 놔라'라고 하면 설계변경을 자주 해야 하고 공사기간을 맞추지 못한다"고 항변했다.

그런데 부산발전연구원이 2013년 수행한 '부산시민공원 관리·운영방안 수립 용역' 보고서에서는 시민 참여 방안을 제시했으나, 시는 이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 당시 연구용역에서 부발연 연구팀은 시민 참여가 시민공원의 환경 향상과 새로운 가치 창출, 더 살기 좋은 지역사회 만들기 등에 도움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시민공원은 조성과 함께 완료되는 것이 아니라 이용자와 함께 육성해야 하는 장소이고, 시대와 함께 변하는 장소로 인식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다양한 시민의 요구에 대처하도록 운영·관리에 시민이 참여하고, 시민이 함께 만드는 공원으로 가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용역 보고서는 관리·운영 분야 시민 참여 방안으로 관리 주체와 동등한 파트너십 방식과 관리 주체가 주도하는 시민 참여 방식 등 두 가지를 제시했다. 결국, 시는 가장 수동적인 방안을 선택하고 말았다. 시설공단이 기획·운영하고 시민은 이를 따르는 식이다.

시민사회는 민관협치를 요구하고 있다. 한 해 100억 원이 넘는 관리비를 감당하기 위해서라도 시민의 참여는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시민의 기부(재능기부 포함)를 통해 운영비를 마련하고 절약할 수 있다. 라운드테이블 대표를 역임한 동아대 김승환(조경학과) 교수는 "시민이 빠진 시민공원이 어디 있나. 지금부터라도 시는 시민이 운영에 참여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 시는 시민 참여를 지원하는 기능을 하면 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시는 처음부터 시민이 운영에 참여하기는 곤란하다는 견해를 갖고 있다. 민관 심의기구인 공원위원회가 시민의 참여를 어느 정도 보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 관계자는 "초기의 혼란을 수습하고 어느 정도 안정이 되고 난 후 시민이 운영에 참여할 기회를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공원위원회는 행정부시장이 위원장인 관 주도의 심의기구이지, 의결기구는 아니다.

■ 시민 기획·진행 프로그램 필요

시민공원은 단순히 휴식을 취하는 공원이 아니다. 시민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할 수 있는 문화발전소와 같은 곳이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시는 다른 시·도 사례를 참고해 인기 있는 프로그램을 편성했다고 밝혔다. 이달은 세월호 참사 탓에 각종 문화행사를 취소했다. 다음 달부터는 6개의 자체 프로그램과 2개의 위탁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자체 프로그램은 도시농업 강좌, 홈가드닝, 풍물 한마당, 국학 기공 등이다. 위탁 프로그램은 숲 해설과 환경·생태교육이다. 이 외에 6개의 공방별로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시민사회단체는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준비했다고 해서 공원문화를 한 단계 끌어올렸다고 여기면 오산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단계에서부터 시민이 참여하고, 프로그램 진행도 시민의 재능 기부로 이뤄질 때 진정한 공원문화가 성숙한다는 주장이다. 시는 이제라도 이 같은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 '서울숲' 국내 최초로 계획부터 운영까지 시민 참여…市는 시설 관리만

■ 타 지역·외국사례

- 매년 이용객 대상 만족도 조사
- 불편·요구사항 적극 수렴 개선

- 美 센트럴파크·英 마일엔드 등
- 자원봉사·민간 기부활동 활발

	2005년 개장한 서울숲 모습. 시민참여형 운영 방식으로 관심을 끌고 있다. 서울숲 관리사무소 제공

서울숲을 비롯해 미국 영국 등 유명 공원은 대부분 민관협치(거버넌스)로 운영한다. 시민의 자발적 에너지와 시의 행정력이 합해져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는 것이다.

2005년 문을 연 서울숲은 우리나라 최초로 조성에서 운영까지 시민이 직접 참여한 공원이다. 계획, 조성, 관리·운영 등 모든 과정을 서울시와 시민단체가 동반자 관계로 진행했다. 워크숍과 공청회 등을 통해 전문가와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했다. 운영은 시민 조직인 '서울숲사랑모임'과 서울시가 파트너십으로 진행한다. 공원 프로그램 운영은 서울숲사랑모임이 맡고, 서울시는 공원 시설물, 재산관리 등을 책임지는 협치 방식이다. 서울숲 공원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서울시가 공원 만족도 조사를 해마다 진행한다. 조사 결과를 토대로 시민의 요구사항을 보완해 공원 운영에 반영한다"고 말했다.

미국 뉴욕시 맨해튼 중심에 위치한 센트럴파크는 센트럴파크컨저번시(CPC)가 뉴욕시와 공원 관리 위탁계약을 해 운영하고 있다. 당시 뉴욕시는 제한된 예산으로 수준 높은 공원 관리에 어려움을 겪자 1998년 시민 조직인 CPC에 공원 관리를 맡겼다. 시는 이 과정에서 공원 정책에 대한 통제권과 공원 내 모든 사용자 허가권을 행사한다. CPC는 공원복원관리계획을 수립·추진하고 각종 프로그램을 개발·운영하는 등 공원을 전반적으로 책임지고 있다. 시민 기부 활동인 '입양 벤치 프로그램'을 시행해 공원 내 9000개의 벤치를 설치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프레시디오(Presidio)' 공원은 부산시민공원과 공통점이 있다. 이곳도 예전에는 군부대였다. 1994년 군부대가 폐쇄된 후 정부와 시민사회 간 격렬한 논쟁이 벌어졌다. 결국, 공원으로 가꾸는 데 민관이 힘을 합쳤고 1996년 '프레시디오 트러스트'가 출범했다. 공무원을 비롯해 문화, 역사, 도시계획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모여 공원 조성과 관리·운영을 책임지고 있다.

영국의 마일엔드파크(Mile End Park)는 1994년 영국 정부가 밀레니엄을 기념하기 위해 낙후된 지역을 재생한 공원이다. 다양한 주제로 지역 주민과 소통해 주민이 바라는 공원이 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고 있다. 연간 1만7000명의 자원봉사자(협력지원대)가 참여하는 공원으로 알려졌다. 3개의 민간단체로 구성된 마일엔드파크 파트너십은 조성 당시 많은 역할을 했다. 지금은 관리·운영에는 관여하지 않고 프로그램 개발에 도움을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