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진도 앞바다에서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한지 9일째를 맞고 있는 24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올림픽기념관에 마련된 임시 합동분향소를 찾은 조문객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이용우기자

세월호 참사에서 나타난 현상 중의 하나. 뭘까?

세치 혀로 사고치는 인사들이 늘어났다는 점이다.

수순은 정형화했다. 자극적 발언을 하면 비판 여론이 들끓는다. 그러면 마지못해 사과한다. 사과 하더라도 손해보는 건 아무 것도 없기 때문.

뻔한 수순인 줄 알면서도 정치인들은 왜 이런 과정을 되풀이할까?

속셈은 뻔한 것. 어차피 사과만 하면 기억속에 사그러드니까. 기왕 사람들의 눈에 각인되려면 조용하게 지내는 것보다는 튀는 게 백번 유리하다는 진실을 너도 나도 알고 있으니까.

표현의 자유가 보장된 나라에서 누구든 자신의 의견을 드러낼 권리를 갖고 있다는데 의심할 사람은 없다. 여기에 '신념'까지 더해지면 그 누구도 간여하기 어려운 신앙의 영역으로 접어든다.

그러나 잊고 있는 게 있다. 표현의 자유에는 반드시 책임이 따른다는 사실.

사회적 영향력이 큰 사람일수록 책임 또한 무거울 수밖에.

송영선 전 새누리당 의원이 세월호 참사를 두고 '세월호 참사는 좋은 공부' 운운하다가 역풍을 맞았다. 집권 여당이 그토록 입 조심을 하라고 했건만…. 무얼 조심하라고 하는지 아직도 눈치채지 못한 탓이리라.

진중권 교수는 24일 송영선 전 의원의 발언에 대해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아 정말 할 말이 없다. 이 사람들, 도대체 왜 이래요?"라는 글을 올렸다.

앞서 송 전 의원은 지난 22일 오후 방송된 JTBC 뉴스특보 '전용우의 시사집중'에 출연해 "(세월호 침몰사고가) 너무나 큰 불행이지만 우리를 재정비할 수 있는, 국민의식부터 재정비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면 꼭 불행인 것만은 아니다. 좋은 공부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해 논란을 촉발시킨 바 있다.

송 전 의원은 파문이 계속되자 23일 SNS 계정을 통해 "제 말에 의해 상처를 받으신 분, 털끝만큼이라도 상처받으신 분이 계시다면, 용서하십시오. 너무 죄송합니다"라며 사과했다.

송 전 의원의 말대로 이것 또한 공부일 수도 있다. 다만 청소년 수백명의 목숨을 희생해가면서까지 배워야할 공부는 분명 아니지만 말이다.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 시스템 아래에서 가장 소중한 권리 중의 하나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자신의 자유로 인해 타인의 자유를 침해한다면 그 역시 또 다른 모습의 폭력이나 다름없다. 민심과 동떨어진 지도자들의 신념 섞인 발언은 뜻이 아무리 고매하더라도 생명력을 잃고 만다.

나이 들수록 지갑은 열고 입은 닫으라는 속담이 있다. 지도층 인사들이 새겨 들을 만한 말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