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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객선 침몰 사고 이틀째인 17일 경기도 안산 단원고 2학년 교실 칠판에 학생들의 무사귀환을 기원하는 글들이 쓰여져 있다. 이용우 기자 ywlee@kookje.co.kr |
- 사범대 수석졸업 작년 부임
- 올해 2학년 9반 담임 맡아
- 학생들 열정적으로 가르쳐
- 안치실서 고개 떨군 아버지
- "보충수업으로 늦어도 힘든 내색 안하던 장녀"
- 유족 "장례식장도 마련 안돼"
- 대책본부 무성의함에 분통
"혜정이 아니지? 아니야. 이럴 수는 없어…혜정아 일어나 눈 좀 떠봐. 너무 차가워. 미안해."
17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 상록구 안산제일장례식장 안치실에는 단원고 2학년 9반 담임교사 최혜정(여·24) 씨의 시신을 부둥켜안고 울부짖는 유족의 흐느낌만이 들렸다.
최 교사의 시신은 이날 0시25분께 발견됐다. 해경이 선체 밖에서 시신을 인양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신을 태운 응급차는 오전 9시40분께 목포중앙병원 장례식장에서 출발해 3시간30여 분 만에 안산에 있는 장례식장에 도착했다.
시신이 도착했다는 소식을 접한 유족들은 안치실로 달려가 고인의 얼굴을 확인하고 나서야 참고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최 씨의 아버지 재규(54) 씨는 "착하고 성실했던 딸의 죽음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다"며 "사범대를 수석 졸업할 정도로 똑똑하고 꿈 많던 아이였다"고 말했다.
동국대에서 역사와 영어를 복수로 전공한 최 씨는 재학 중 교사 임용시험에 합격해 졸업과 함께 지난해부터 단원고에서 교편을 잡았다. 두 딸 중 장녀로 한때 공군장교를 꿈꾸기도 했다는 최 씨는 교사로 진로를 정하고서 매사 즐겁게 생활했다고 아버지는 말했다.
아버지는 "올해 2학년 담임을 맡아 학생들을 열정적으로 가르쳤다. 보충수업으로 귀가가 늦어질 때도 힘든 내색을 하지 않았다"며 아픈 기억을 더듬었다. 그는 "사고 전날 저녁 가족 단체 카톡(카카오톡) 방에 '기상 때문에 출발이 늦어진다'는 메시지를 보낸 게 마지막이었다"며 고개를 떨궜다. 함께 장례식장을 찾은 최 씨의 어머니는 힘없이 의자에 앉아 허리를 굽힌 채 끊임없이 흐느끼기만 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최 씨의 고모는 "혜정이는 온 가족 어깨에 힘이 되는 아이였다. 늘 웃고, 찡그린 적 한 번 없었다. 하느님이 질투해서 데려갔다고 생각할 정도"라며 "누구보다 강한 아이였기 때문에 전원 구조됐다는 첫 보도가 나왔을 때 당연히 살았을 것으로 생각했는데…"라며 끝내 말을 잇지 못했다.
빈소를 찾은 최 씨의 친구들도 믿기지 않는 사망 소식에 할 말을 잃었다. 한 친구는 "너무 착하고 좋은 친구였다. 1등으로 들어와서 1등으로 졸업했다. 동기들과 잘 어울렸고 선배들도 많이 이뻐했다"며 "임용시험 합격 후에는 좋아하면서도 시험에 떨어진 친구들 때문에 내색도 하지 못할 정도로 배려심이 깊었다"고 말했다.
단원고의 한 동료 교직원도 "늘 학생을 먼저 생각하는 그 성격 때문에 침몰 당시에도 아마 아이들을 먼저 챙기다 자신은 미처 돌아보지 못했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한편 유족들은 정부가 최 씨의 시신이 안치될 장례식장조차 제대로 마련하지 않은 채 우왕좌왕하고 있다며 분통을 터트리기도 했다.
최 씨의 고모는 "대책본부라고 하는 곳이 진정으로 유족을 걱정하고 있다면 장례식을 어떤 형태로 할지, 어디서 할지, 정확히 결정을 내리고 유족에게 안내했으면 좋겠다"며 "유가족은 지금 마음 추스르기도 어렵고 위로받고 싶은 심정이다. 내 가족이라고 생각하고 일해달라"고 요구했다.
17일 경기도 안산시 단원고 운동장에서 이 학교 재학생을 비롯한 안산 지역 고교생들이 침몰된 세월호 실종자들이 무사히 돌아오기를 기원하는 행사를 열고 있다. 이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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