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수학여행을 떠나기 전 2학년 3반 학생들이 우편엽서 크기의 색종이에 쓴 생일축하편지. 학급 담임인 김초원 교사는 생일날인 16일 여객선 침몰로 제자들과 함께 실종됐다. 연합뉴스

진도 앞바다에서 제자들과 함께 실종된 안산 단원고 2학년 3반 담임 김초원(여·26) 교사는 사고 당일인 16일이 생일이었다. 이 같은 사실은 수학여행을 떠나기에 앞서 지난 14일 반 학생 33명이 우편엽서 크기의 색종이에 개별적으로 생일을 축하하는 편지를 써 김 교사에게 전달하려던 편지 묶음에서 확인됐다.

학생들의 편지에 묘사된 김 교사는 올해 처음으로 담임을 맡아 많이 떨고 가끔 울기도 한 '울보 교사'였다. 하지만 인간미 있고 친근하게 지도해 많은 학생이 좋아하고 따랐다고 한다. 화학 과목 담당이어서 문과이자 담임 학급인 3반 학생들을 지도하지는 않았지만, 진지한 자세로 고민을 들어주며 상담해 학생들이 잘 따랐다.

편지에 적힌 사연에는 김 교사에 대한 제자들의 애정이 듬뿍 담겨 있다. 사고현장에서 실종된 김담비 양은 편지에 "몇 번째 생신인지 모르지만 축하드려요. 반 친구들끼리 작은 선물 준비했어요. 예쁜 추억 많이 만들었으면 좋겠어요"라고 썼다.

김시연 양은 "천방지축 저희 반을 40일 동안 맡으시며 힘드셨죠. 선생님의 첫 제자로서 선생님 얼굴에 먹칠하지 않고 자랑스러운 시연이가 될게요"라고 했다. 또 이름을 적지 않은 한 학생은 "선생님 생신이 수학여행과 같은 건 우연의 일치? 배 위에서 생일을 보내는 건 참 특별한 경험일 거예요"라며 기대를 나타내기도 했다. 백지숙 양은 "선생님 울지 마세요. 당황스럽고 슬퍼요"라며 김 교사의 여린 마음을 이해했고 신승희 양은 "선생님은 너무 착하세요. 그렇지만 우리 반을 꽉 쥐어 잡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애들이 해이해지지 않으니까요"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