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대형 사고가 발생하면 승무원은 자신을 던져 승객의 목숨을 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대형 참사가 발생한 세월호의 선장과 승무원은 달랐다. 이들이 승객보다 먼저 탈출했다는 증언이 잇따르면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선장과 항해사는 자격 논란까지 불거졌다.

목포해양경찰서는 17일 세월호 선장 이모(69) 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해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해경은 업무상 과실치사상, 선박매몰죄, 선원법 위반 등의 혐의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이 씨는 최초 신고가 이뤄진 뒤 10분이 채 지나지 않은 오전 9시께 기관실에 연락해 승무원이 대피하도록 지시했다. 하지만 승객에게는 '객실에서 움직이지 말라'는 안내 방송을 반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경 조사 결과 이 씨가 서둘러 피신한 사실이 확인되면 선장의 책임을 다하지 않은 것은 처벌을 받아야 한다. 선원법에는 선박에 급박한 위험이 있을 때 선장은 인명·선박·화물을 구조하는 데 필요한 조처를 다해야 하며, 이를 다하지 않았을 땐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번 사고에서는 운항관리규정을 무시한 채 승무원들이 자신의 안위만 챙겨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운항관리규정을 적용하면 비상상황 발생 시 선장은 선내에서 총지휘 ▷1항사는 현장 지휘 ▷2항사는 응급처치와 구명선 작동 ▷3항사는 선장을 보좌해 기록·통신업무 등을 맡아야 한다. 하지만 선장을 비롯한 선원 상당수는 290여 명의 승객이 배에 갇힌 채 절체절명의 순간을 맞았을 때 이들을 내버려두고 먼저 탈출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전체 승무원 29명 중 이날 현재 구조된 선원은 20명(약 69%)이라고 밝혔다. 안산 단원고 학생 325명 중 75명(23%)만 구조된 것과 상당히 대조적이다. 이 때문에 학생들에게 구명복을 건네주며 끝까지 대피를 안내하다가 결국 변을 당한 파트타임 승무원 박지영(여·22) 씨에게는 애도의 물결이 쏟아지는 반면 탈출한 승무원에게는 "전원 비정규직으로 바꿔라"는 조롱도 쏟아지고 있다.

선장 이 씨가 2급 항해사라는 점도 논란이다. 이 씨는 2급 항해사 면허를 보유해 5년마다 면허를 갱신해야 하는 법규에 따라 지난 2월 15일 면허를 갱신했다. 현행 선박직원법상 3000t급 이상 연안수역 여객선은 2급 항해사 이상의 면허를 보유하면 선장이 될 수 있어 법적으로 문제는 없다. 하지만 국내 최대 규모의 여객선 운항을 책임지는 선장이 1급 항해사가 아니라는 점은 상식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침몰 당시 조타실을 맡았던 항해사가 경력 1년이 조금 넘은 3급 항해사였던 것도 사고의 한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 항해사는 세월호에 투입된 지 5개월이 채 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20년 베테랑의 한 조타수는 "사고 해역은 물살이 수시로 바뀌어 진로를 자주 변경해야 하는데 경력이 짧다면 아무래도 이곳을 빠져나가는 데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