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모 대학 금연건물 옆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학생. 김동하 기자 kimdh@kookje.co.kr

금연법이 개정되면서 금연구역이 확대됐지만, 대학가는 아직 모호한 금연구역 구분 탓에 흡연자와 비흡연자 간 다툼이 끊이지 않고 있다.

9일 오후 부산 금정구 부산대 중앙도서관 인근. 한 남학생 무리가 도서관 입구에서 불과 5m가량 떨어진 곳에서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다. 도서관을 오가는 일부 학생이 불쾌감을 드러냈지만, 이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꽁초를 바닥에 버린 채 도서관으로 들어갔다. 한모(여·22) 씨는 "특히 시험기간이 되면 도서관 인근 바닥이 담배꽁초와 흡연자가 뱉은 침으로 범벅된다"며 "흡연권은 누리려 하면서 혐연권은 너무 쉽게 무시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새로 지은 인근 부산외국어대 남산캠퍼스도 마찬가지. 캠퍼스 19곳에 항아리 모양 재떨이를 둬 흡연구역을 정했지만 많은 학생은 건물 입구에서 담배를 피웠다. 이 때문에 신축한 건물 나무 바닥과 대리석 바닥에 담배꽁초를 버리고 침을 뱉는다며 비흡연자들이 학교 홈페이지 게시판에서 항의하는 소동도 벌어졌다.

대학마다 '흡연 갈등'이 심해졌지만 해결방안은 마땅치 않다.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르면 대학 건물 내부의 흡연은 단속 대상이지만, 외부는 학교별로 자율적으로 금연구역을 지정해 지자체가 단속할 수 없다. 부산시 관계자는 "피시방 등 금연 단속 구역이 늘었지만, 대학교 내 점검은 어려운 게 사실"이라 말했다. 부산대 이승백 총학생회장은 "강제적 방법보다 깔끔한 흡연시설 설치와 캠페인을 계획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