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모(여·33) 씨는 2008년 7월 전북 전주시의 한 산부인과에서 흡입분만을 시도하다 실패해 제왕절개로 진모(6) 군을 낳았다. 하지만 진 군은 두개골 골절, 두개혈증 등 진단을 받아 스스로 서거나 걷지 못하고 언어·인지 기능에도 장애가 생겼다. 흡입분만은 진공 흡입기를 태아 머리에 부착해 끌어당기며 태아가 자궁에서 빠져나오는 것을 도와주는 분만 방법이다. 서울동부지법 민사15부(김종문 부장판사)는 최근 "담당 의사는 진 군의 부모에게 5억 원을 지급하라"며 환자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무리한 흡입분만으로 태아에게 상해를 입힌 점이 인정된다"면서도 "태아·산모의 신체적 요인 등이 분만을 어렵게 했을 가능성도 있다"며 의사 책임 비율을 50%로 제한했다.

의료사고 관련 손해배상 소송에서 '환자의 손을 들어주는' 법원 판결이 늘고 있어 주목된다. 지난 10년간 소송 건수는 배가량 늘고, 환자의 승소율은 40%가량 높아졌다. 대법원에 따르면 지난해 의료사고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2000만 원 이하 소액사건 제외)은 2002년 이후 가장 많은 1100건에 달했다.

2002년 665건이던 의료소송은 2003년 700건, 2004년 800건, 2009년 900건, 2012년 1000건을 차례로 돌파했다. 청구금액이 인정된 사례도 2002년(22%)보다 많이 높아져 2012년에는 30.61%(289건)에 달했다.

부산에서도 의료사고와 관련 병원의 과실을 인정하는 사례가 속속 나오고 있다. 부산지법 민사8부(심형섭 부장판사)는 2011년 9월 맹장수술을 받은 뒤 사망한 강모(여·당시 49세) 씨 유족에게 4300여만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16일 밝혔다. 지난해 6월에는 뇌염 증세로 입원한 환자를 독감으로 판단해 치료한 양산 모 병원 의료진에게 3억30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하기도 했다. 서울중앙지법도 지난해 12월 동맥 2개를 실수로 절단해 과다 출혈로 40대 환자를 사망하게 한 혐의로 2억4000여만 원을 유족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한편 의료사고 소송 건수가 늘고 승소율이 높아지는 데 반해 환자의 완전 승소율은 1%에도 미치지 못해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대법원에 따르면 2012년 환자의 완전 승소율은 0.64%였으며, 2002년부터 12년간 평균치도 0.69%에 불과했다. 부산의 한 변호사는 "환자가 의사의 과실을 입증하기는 여전히 어렵지만 최근들어 위자료를 인정하는 비율이 높아진 것이 승소율 상승에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밝혔다.